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박철화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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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출장이라는 게 제대로 된 여행은 아니어서, 여행이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되겠죠. 굳이 따지자면 '상업적 이동' 정도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어때요. 이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지 않나요?" (-9-)

"왜 자신마저 속이려 듭니까? 제롬 앙귀스트씨,당신은 지금 상당히 안 좋아요."

"당신이 대체 뭘 안다고 함부로?"

"엄청 많은 걸 알죠."

"정보국의 비밀 요원이라도 되시나?"

"정보국을 훌쩍 뛰어넘을 아주 비밀스러운 임무를 하고 있죠."

"당신 대체 누구요?"

"내 이름은 텍셀, 텍스토르 텍셀입니다."

"오 이런, 또다시 시작이군!"

"나는 네덜란드 사람입니다."

제롬 안귀스트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34-)

"그거 흔한 일이 아니에요. 이 지구상에는 당신과 다리 처벌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이 득시글한데,내게는 그런 태도가 더 논리적인 것 같고."

"그건 그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당신도 좀 전에 내 아내를 강간한 일에 대해 어떤 회한도 갖지 않는다고 했어요."(-87-)

1989년 3월 24일 오후 5시 경,자네가 갑작스레 집에 왔어.이자벨은 놀라지는 않았으나 자네가 평소와는 다르게 이상하다는 걸 알았지. 그게 그녀로선 처음으로 텍스토르 텍셀과 마주쳤던 거니까. 그건 자네였기도 하고 또 자네가 아니기도 했어. 자엔 여성들에게 호감을 주지만,나는 아니거든. 그날 이자벨은 이유는 모르지만 자네가 마음에 안 들었지. 자네는 그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변태적 집착에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워했는데, 그 눈길은 자네가 아니라 바로 내 것이디. 그러다 자네가 두 팔로 이자벨을 안았어. 그녀는 마뜩잖다는 태도로 자네의 포옹을 풀고 몸을 빠져나갔지. (-124-)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멜리 노통브는 1992년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을 발표하게 괸다. 그녀의 문학세계는 가학적인 상상력을 내포한다. 이후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촌철살인 적 대화감각이 돋보이는 문학 작품을 다수 출간하게 된다.

2001년에 출간된 『적의 화장법』 가 독특한 문학적 스토리로 채워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소설은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었다.제롬 앙귀스트 와 텍스토르 텍셀이다. 제롬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게 되는데, 어떤 불청객이 제롬에게 나타나게 된다. 그 사람의 이름은 텍스토르 텍셀 이다. 텍셀은 마치 나는 너의 지난 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제롬의 컨디션 뿐만 나니라 비밀도 알고 있다는 식으로,하나하나 이야기를 생각을 , 감정과 느낌을 떠 보고 있었다.

제롬은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 알고 싶지 않은 불편함과 꼭 알아야 하겠다면, 명명백백함이 존재했다. 제롬의 심리적인 구조를 스토리로 엮어 나가고 있으며,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한 기분, 그것은 제롬의 삶을 서서히 파괴하고 있었다. 즉 이 소설은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나타나고 있었다. 자기 스스로 모르고 살아가는데 내 삶의 평화를 위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즉 제롬의 아내의 죽음, 그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는 텍셀,이 둘의 관계는 묘하게 독자의 심리를 사로잡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고 있지만, 스스로 그것을 차갑다고 못 느끼지 못하고,무감각해지는 상태에서 죽음,파멸로 들어가는 상황, 그 자체이다. 어떤 범죄의 진실을 아는 그 순간, 살아가야 할 이유조차 무너지게 되고, 신념,가치관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인간의 가학적인 심리, 상대방을 파괴하려는 심리가 어떤 한 사람을 무너트리는지 잘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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