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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가족 내집마련 표류기 - 소박한 관사에서 평생 살 내 집까지 직업군인의 찐 드림하우스 정복기
노영호 지음 / 예미 / 2022년 12월
평점 :
나도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은 직업군인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이사를 했다. 대충 헤아려 봐도 열다섯 번은 되는 것 같다. 강원도 철원에서 시작한 군인으로의 여정은 전국 방방곡곡 많이도 돌아다녔다.
이사를 자주 하는 것은 정망 힘든 일이었다. 일단 살림도구가 남아나는 것이 없다. 대한민국 가구들이 그렇게 약한 친구들인 줄 이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5-)
옛날 군인아파트를 동경하는 나는 이제 40대의직업군인이 되었다. 그것도 군인 주택정책 담당자로 변신하였다. 군인아파트 현장 확인차 최근 서울에 있는 부대를 찾아갔다.부대 위병소 옆에는 군인아파트 2동이 서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보던 전형적인 군인 아파트의 모습이다. (-25-)
필승아파트 바로 길 건너편에는 금천구청이 있다.최신형 건물이다. 구청청사나 군인아파트나 모두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과 공무원을 위한 시설물인데 어떤 것은 최신형이고 어떤 것은 완전히 노후된 시설이다. 왜 그럴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분리하는 지방자치제도가 첫 번째 원인이다. 군인의 주거는 국방부가 해결해야 하는데,중앙정부는 예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군인의 주거를 일거에 해결하기 어렵다. (-29-)
부대들이 주둔하고 있는 큰 지역을 이렇게 표현한다. 예를 들면 논산 훈련소를 '연무대' 라고 부른다. 또 각 군 본부가 있는 곳을 '계룡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곳은 '화랑대'라고 부르고, 영천 3사관학교는 '충성대'라고 부른다. 학생중앙군사학교가 있는 곳은 '문무대'이고 각종 군사학교가 있는 장성은 '상무대'이다.이런 곳은 대부분 아파트 이름이 해당 명칭을 따서 지었다. 딱히 덧붙일 말도 없었을 것 같다. 계룡대아파트, 상무대아파트,자운대아파트,문무아파트, 기린대아파트 등이 그런 예이다. (-47-)
용달차 운전사는 짐이 무거워서 살얼음이 언 말고개를 넘지 못한다고 하였다. 강원도 화천의 말고개는 말이 아니면 넘지 못한다고 해서 말고개였다. 고개도 험하지만 길이 너무 고부랑했고 겨울에는 거기에 눈과 얼음이 깔린다. 할 수 없이 철호와 영희는 말고개를 넘지 못하고 사단 회관에서 이삿짐을 세워 놓고 1박을 하였다. (-80-)
그러다 1989년부터 육해공군 3군 본부가 계룡으로 내려오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래 육군본부는 서울 용산에 있었다. 지금의 전쟁기념관 자리이다. 해군본부는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었고, 공군본부는 동작구 대방동에 있었다. 3군 본부가 따로 위치하다 보니 군의 정책도 따로 국밥이었다. 그래서 옛날부터 3군 본부 통합은 자주 이야기가 되었다. (-157-)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렸다. 2022년 3월 대선 공약으로 ,경북 안동으로 간 육사 이전 공약이 있었다. 군부대 이전공약은 이전되기 직전의 지역은 울상이 되고, 군부대 이전대상이 되는 지역은 경제적 효과 극대화, 기대를 가지게 되며, 부동산 가치가 올라간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은 언론,정치,문화와 엮이고 있으며,지역은 경제활성화기대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군인은 항상 불안정한 주거와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군인 전용 공관이나 관사에 머무를 수 있고,군인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특혜도 있다. 저자처럼 간호장교 아내와 20대 초반 일찍 결혼하여, 경제적인 문제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서로의 직업적인 차이를 극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헤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자기 아파트를 구매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아파트, 자가 집을 가지고 있으면 ,군대 아파트에서 나와야 한다. 한곳에 정착해서 살수 없는 직업적인 특징 때문에, 일반인이 겪지 못하는 단점도 있으며, 노후 아파트에서, 집안에 누수나 누전, 방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전방 지역, 화천,인제, 고성,철원, 파주 인근 아파트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으며, 단순히 주거 문제 뿐만 아니라, 교통문제, 학군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직업 군인으로 퇴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모은 돈은 없고,아파트 가격은 퇴지금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물론 군인연금으로 민간 아파트를 구매하기에는 , 택도 없는 상황이다. 군인으로서,장교가 되거나, 부사관으로 30여년간 복무 후 퇴직한 이후가 암담하다. 퇴직군인들이 세상에 대한 눈이 멀기 때문에,군인을 상대로 사기가 빈번한 이유다.즉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사실, 지금 대령인 사촌 형이 매번 이사를 하고, 명절이면, 형수를 보내는 이유를 이 책에서 알수 있었다. 직업군인도 반복적으로 이사를 하느라 힘들지만, 아이도,아내도 힘들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책에 묻어나 있으며, 육군 수도 군단 주거지원과장으로 있는 저자의 주거와 부동산 에 대한 이해, 군인 관련 부동산 관련정책이나 법을 알 수 있다면, 퇴직 이후 적절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