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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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세스트 :이봐, 너무 수치스러워서 벌써 주고 싶어야 정상일걸. 그런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어.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분개할 줄 알아야지.조금 전 자넨, 어떤 사람을 호들갑스럽게 반기더군. 지나치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야.함부로 맹세하고 구애하고 확언을 했어. 격렬하다 싶을 만큼 끌어안았지. 그가 자리를 떠난 후 누구냐고 내가 물었어. 그런데 자넨느 그가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했고, 그 사람 앞에서 요란을 떨던 자네는 온데간데 없었어. 그는 이미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버렸지. 제기랄,이렇게 비굴하게 그의 마음을 저버리다니! 너무 비열하고 비걱하고 야비한 행동이야.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내가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면 너무 후회되어서 바로 목매어 자살했을 거야. (-11-)

필랭트 : 하지만 너무 솔직하게 행동해서 오히려 우스꽝스러워지거나 용납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꽤 많아. 그리고 가끔은 속마음을 숨기는 게 좋을 때도 있어.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네는 도으이하지 않겠지. 수많은 사람을 상대할 때마다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해 주는 게 과연 예의에 맞는 행동일까? 싫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 앞에서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14-)

오롱트 ;물론입니다.정말 지혜로우십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선생이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사이에 자연스럽게 우정이 자리할 때까지 기다려 보죠. 그러는 동안 저는 선생만 따르겠습니다. 혹시 궁정으로 나가 선생을 알리고 싶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제가 전하께서 알아주시는 사람이거든요. 전하께서는 저를 가장 신임하신답니다. 저를 곁에 두시고 제 말을 항상 귀를 기울여 주시죠. 저는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선생의 사람입니다. 선생께서 저에게 마음을 열어 주시길 바라며 우리가 아름다운 우정의 끈으로 이어진 순간을 기념하며 제가 최근에 지은 소네트 한 편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을 공개적으로 발표해도 될지 알고 싶거든요. (-28-)

셀리맨 : 그 사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최 알 수가 없어요. 지나가면서 정신 나간 눈빛을 하고는 쳐다봐요. 하는 일도 없으면서 항상 바쁜 척하죠. 오만사을 찡그리고는 얼마나 시끄럽게 지껄여 대는지 사람을 아주 질리게 만들더라니까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데도 끼어들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할 것처럼 하는데 정작 들어보면 아무 것도 아니고요. 하찮은 것을 아주 대단한 양 떠들더라고요. 안녕하냐고 인사할 때도 어찌나 귀에 바짝 들이대고 말하는지 몰라요. (-52-)

아르지노에 :셀리멘 부인이 말했지만 제가 마차를 기다리는 동안 알세스트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시네요. 당신과 대화를 나누게 된 이번 기회가 부인이 그동안 저에게 베푼 배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능력이 탁월하신 분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기 마련이죠. 당신께는 신비로운 매력이 있어서 당신의 모든 게 궁금하고 관심이 갑니다. 궁정의 사람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갖고 얼마나 가치 있는 분인지 제대로 평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궁정에 불만을 품고 계신 건 당연할 거예요. 저도 화가 나더라고요. 사람들이 당신 생각을 너무 안 하는 게 제 눈에도 항상 보이거든요. (-88-)

엘리랑트 : 알세스트 씨가 행동하는 방식은 정말 특이해요. 그런데 솔직히, 그런 면이 참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분이 자부하는 솔직함 그 자체는 숭고하고 용맹한 무언가가 있어요. 이건 요즘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에요. 그런 미덕을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필랭트 :저는 그 친구를 보면 볼수록 특히 놀라운 게 있어요. 그런 그가 뜨거운 사라에 빠져 있다는 거죠. 그가 원래 타고난 기질로는 사랑할 마음이 생길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어떻게 당신 사촌 셀리멘에게 그의 마음이 기울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니까요. (-96-)

몰리에르(1622~1673, Jean Baptiste Poquelin) 는 프랑스 고전 희극의 완성자다. 앞서서 몰리에르의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를 읽어보았지만, 프랑스 희극에 대해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는 작가이기도 하며,이번 기회에 그의 작품 두 편을 접하면서, 느낀 설레임, 인간의 본성을 면밀하게 관찰하였음을 인지할 수 있다.

먼저 그가 쓴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인간혐오자』에는 주인공 셀리맨이 나오고 있으며,그녀와 구애관계에 놓여져 있는 수많은 귀족 남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알세스트, 오롱트, 클리탕드르, 아카스트가 바로 그러한 예이며, 셀리맨과 엘리앙트는 사촌관계이며, 아르지노네와는 친구 관계이다.이 희곡 작품은 인간의 혐오와 모순, 위선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수많은 남성들 사이에 둘러싸여지고 있는 셀리맨은 아름답고, 외모가 출중하다. 그러한 셀리맨을 좋아하는 후작 알세스트가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보면 ,셔교활동 안에서, 그 당시의 인간의 속물적인 모양새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으며, 셀리맨을 짝사랑하는 알세스트, 알세스트를 좋아하는 아르지노에이들은 서로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알세스트는 아르지노에에게 관심이 없는 일방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이다. 세리맨의 외면이 아름답다 하여,그녀가 내면까지 아름다운 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셀리맨의 외면과 내면 모두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한다.그 과정에서, 셀리맨과 아르지노에는 친구관계이면서, 알세스트를 좋아하는 오묘한 관계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희곡이 유효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알세스트, 셀리맨, 오롱트, 필랭트, 아르지노에, 엘리앙트, 아카스트, 클리탕드르와 같은 인물들이 현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셀리맨과 같은 캐릭터를 가진 이들은,자긱 스스로 이쁜 걸 알기에, 항상 힘들고, 피곤하다. 나의 생각과 의도와 다르게 세상사람들이 생가한대로,느끼는대로 행동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수많은 오해들 속에 놓여질 수 있으며,위선과 모순의 중앙에 놓여지게 된다. 하지만 이 희곡에서 눈여겨 볼 인물은 알세스트의 친구 필랭트와 셀리맨의 사촌 엘리앙트다. 두 사람은 알세스트와 셀리맨 관게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유지하고 있으며, 나름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인기있는 두 커플 보다 주변부에 있는 커플들이 서로 사랑하고, 좋은 관게를 형성한다는 보편적인 진리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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