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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리시온 3 - 운명과 선택
이주영 지음 / 가넷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겔리시온훌라르가 걸음을 돌리려 하자, 보리얀이 그의 손을 잡는다. 보리얀을 돌아보는 훌라르의 시선이 흔들린다. 보리얀은 살며시 그의 어깨를 잡고 발돋움을 한다. 그리고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37-)
물속에 나온 루딘은 숨을 크게 들이쉰다.보리얀의 말에 따르면 그 사내는 분명 고마운 존재였다. 고문에서부터 그녀를 구해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주는 상급 슈라문이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를 떠올리는 루딘의 마음은 한없이 붚편하기만 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보리얀을 요새에서 데리고 나가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녀가 배 근처에도 갈수 없는 곳에서 모테라의 저주로부터 안전하게, 그리고 그 사내가 더는 그녀를 찾을 수 없게. (-88-)
루딘은 정신을 잃으려고 하는 보리얀의 얼굴을 감싸 쥔다. 그는 커다란 눈을 힘껏 뜨고, 마지막으로 보리얀의 모습을 담으려는 듯 그녀를 바라본다. 보리얀의 입가에서 숨이 새어 나가고 있다. 루딘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보리얀에게 자신이 마지막 숨을 불어넣어준다. 루딘과 보리얀의 입술 사이로 자잘한 물거품이 일어난다.
즈로이아와는 달리 사르낫은 슬프지만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을 들여다본다.
"자그마치 약 이천년동안 ,나는 기다려 왔단다. 나와 함께 최고 무니안이었던 내 절친한 친구가 분노와 욕심에 눈이 멀어 '피의 초승달 사건'을 일으키고, 그 이후로 '샤'의 괴물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며 일어나는 바르벨루스를 보는 것이었지. 가장 신성한 모크샤의 알이 있는 곳 아래, 가장 참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샤르낫은 마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목소리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를 잇는다.
"얘야, 네가 아는 것은 고작 몇 십년의 역사 뿐이란다. 나는 이전 모르샤 '샤카르문'님의 뜻을 받들어 지금껏 이천년을 준비하며 새로운 모크샤의 출현을 기다려 왔어.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도안 내가 섣불리 행동을 취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때문이란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니까. 제때에 맞지 않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지. 그래서 나는 너에게 가장 알맞을 때, 이렇게 다시 찾아왔단다."
즈로이아는 아무 말 없이 사르낫을 쳐다본다. (-209-)
'아무리 많은 노예상을 처단해도 동쪽 호수의 원로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노예상들은 계속 나올 거야. 바르벨루스에서 무니안을 올아낸다고 해도, 탑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무이안들은 계속 나오겠지. 마라트의 괴물들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많은 괴물을 무찔러도 새로운 괴물들은 계속 사람들을 위협할 테니까. 수많은 생명을 해치며..."(-294-)
흑갈색 눈을 보리얀과 보리안의 친구 은회색 눈를 가진 루딘은 상급 슈라문 훌라르가불편하다. 보리얀에겐 친구 스루딘도, 상급 슈라문 훌라르도 필요하다. 자신의 매력에 의해서,도전과 모험을 하고자 하는 보리얀, 7개의 기운을 가진 별, . 지혜와 권능의 별 라델리온(해), 신의와 복종의 별 에실리온(달), 위대한 용기의 별 마에리온(불), 성실함과 너그러움의 별 히드리온(물과 바람), 힘과 성장의 별 유피리온(나무),욕망과 재능의 별 루에리온(영혼), 인내와 의지의 별 셰트릴온(흙과 광물) 에 의해서, 서서히 보리얀은 예언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보리얀은 '모테라의 저주'를 풀어야 한다. 신성한 힘을 지닌 모니안 중 하나였던 제카르슘에게 비극이 발생하게 되는데, 고아로 살아서, 생존에 따라 움직이는 사타니크는 오로지 생존에 따라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애꾸눈이다.
황금 궁전의 주인이며,마녀라는 소문이 끊어지지 않는 즈로이아는 사르낫에 의해서, 스스로 숨은 비밀을 깨어나고 있었다. 2000년동안 기다렸던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즈로이아에 의해서, 무리안이 권력 하수인으로서, '피의 초승달 사건'을 일으킨 것을 다시 복원하려고 하였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현실, 보리얀은 바얀과 샬리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수수께끼 같은 할아버지 아파라티 할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병사로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