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리시온 2 - 피로 세운 탑
이주영 지음 / 가넷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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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루딘은 고개를 갸웃한다.

"난, 그게 제일 이상해. 왜 우리는 다 모르고 살지? 분명히 한 세상 안에 있는데, 꼭꼭 숨겨진 사실들이 너무 많아. 중앙 섬만 해도 그래. 저 섬 하나가 일곱 지역의 연맹으로 이루어져서 표준어는 있지만 쓰는 말투도 다 다르다며? 신성한 도시 바르벨루스, 남쪽의 부촌 차루타스, 동쪽의 미다스 굴, 서쪽의 자라트라 요새, 그 옆의 무기소 네카루트, 복쪽 수행자들의 도시 케파르카, 그리고 신성한 숲 시타다라,이렇게 일곱 지역 인데,이 지도 뒷부분에 적힌 걸 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시타다라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미지의 장소라잖아. 지도에 나오지 않은 나머지 땅은 다 황량한 사막과 산맥이라고 하고. 난 이렇게 자세히 나와 있는 지도는 처음 봐. 이런 걸 중앙 섬에서 허가를 내준 사람들만 볼 수 있다는 게 수상하지 않아?"

보리얀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13-)

그가 살아온 아누다르가야 동쪽에서의 삶이 보인다. 괴물들과의 싸움, 금과 술에 두러싸인 사람들. 상품 흥정, 항구의 여이들, 잎담배 연기, 괴물을 잡은 사타니크를 추켜세우는 이들, 독한 술에 취해 잠드는 날들, 그리고 아무리 애써도 잊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프의 이름, 애스카딘. (-61-)

헤리스는 보리얀을 보고 외친다.

"병사 보리얀은 명예를 버리고 탈영 계획을 꾸민 혐의로 체포한다. 이 일로 병사장 지오투스 또한 함께 조사하며, 당분간 이 부대 병사들의 훈련은 나, 병사장 헤리스가 맡는다." (-135-)

"에잇, 그 계집애가 아주 지독해. 지금까지 입 꾹 다불고 있다가 완전히 뻗었어. 어디 한번 밤새 그 끔찍한 시체들이랑 같이 붙여놓고 보자고.어차피 그 방에 갇힌 놈들은 두 밤을 채 못 버티니까."

그는 벽에 붙어 있는 너덜거리는 종이 다발을 집어 든다.그가 들고 있는 목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47-)

보리얀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훌라르의 앞에 앉더니 그에게 한쪽 손을 내민다. 훌라르는 붕대가 감겨 있는 그녀의 손을 바라본다. 녹슨 쇠사슬을 차고 있던 탓에 짓무른 손목과 상처투성이가 된 살갗이 보인다. 잘리사야 섬의 무도회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망가져 있는 그녀의 손을 보며,그는 안타까운 마음 사이로 고개를 드는 죄책감을 애써 숨긴다. 보리얀이 빙긋 웃으며 훌라르에게 말한다. (-187-)

"흠, 미샤탄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군.중앙도서관 일인데, 소리디몬이 그곳의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하오.특히 예언서와 금서들 위주로."

"그들도 나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겠지요.전설의 라델린께서 오신 이후 탑에도 변화가 올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빠르군요."

"그러게 말이오.일단 미샤틴이 중요한 책들은 비밀리레 빼돌리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군." (-227-)

신성이 깃든 일곱개의 별들이 있다. 지혜와 권능의 별 라델리온(해), 신의와 복종의 별 에실리온(달), 위대한 용기의 별 마에리온(불), 성실함과 너그러움의 별 히드리온(물과 바람), 힘과 성장의 별 유피리온(나무),욕망과 재능의 별 루에리온(영혼), 인내와 의지의 별 셰트릴온(흙과 광물)의 기운을 가지고 태어난 일곱 에린이 있으며, 라델린, 에실린, 마에린, 히드린, 유피린, 루에린, 셰트린이라 부르고 있다. 그 일곱 기운 신성한 땅 바르벨루스, 차루타스, 미다스 굴, 자라트라 요새, 네카루트, 복쪽 수행자들의 도시 케파르카, 신성한 숲 시타다라의 기운과 합해지고 있다.

소설 <겔릭시온 2>에서, 병사 신분이며,저주의 까마귀로 지칭하는 보리얀이 탈영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하게 된다. 훌리얀에게 살갗이 찢어지고, 상처로 온몸이 덕지덕지 되어도, 볼리얀은 굽히지 않았고, 독한 걔집애로서 살아남았다. 고문관이자 불꽃같은 분노를 가진 상급 슈라문 훌라르는 그만 보리얀의 순수한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자신의 힘으로 친구 루딘과 상의하고, 고문관인 훌라르마저 자신과 함께 하는 동지로 바꿔 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보리얀은 서서히 숨겨진 힘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추락한 구름섬 아누다르가야 를 회복하려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순수한 힘을 가진 보리얀이 서서히 지혜로움과 성실함, 지혜와 권능, 너그러움,인내와 의지로서 보리얀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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