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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하우스 - 있지만 없었던 오래된 동영상
김경래 지음 / 농담과진담 / 2022년 12월
평점 :
미도는 입구 쪽에 앉아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말없이 술을 마셨다. 역겨운 술 냄새를 이길 수 있는 건 희안하게도 술 냄새 뿐이다. 밤새 팔았던 양주는 쳐다보지도 않는다.오로지 소맥. 20대가 대부분인 웨이터들과 아가씨들은 끝도 없이 들이부었다. 술로는 어디서도 지지 않는 미도도 요즘은 힘에 부쳤다. 구좌 하나가 화장실에 갔다 오면서 습관처럼 방문을 닫았다. 미도가 갑자기 빽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씨발 최상무 새끼야. 뭄 닫지 말라고 했지?"
(-17-)
단독기사는 제보자의 위험보다 그 가치가 더 높을까. 알량한 특종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가. 만약 바꿀 수 있다면 취재원의 안전과 바꿔도 되는 건가. 좋은 기자, 훌륭한 기자, 소신 있는 기자, 정의로운 기자인 척 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자로서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취재원을 이용한 건 아닌가. (-70-)
미도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월세 보증금 5천으 빼지도 않고 사라졌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닐수 도 있었다.기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는 소리샘으로 연결되다 없는 번호라는 안내로 바뀌었다. 카톡 계정은 살아 있는데 읽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외국으로 도망쳤을 수도 있지만 알 방법이 없었다. 용식은 미도의 가족관계도 몰랐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 베트남에 따라왔던 송민기도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144-)
정말 웃기는 건, 방송국들이 동영상이라고 하면 환장을 하잖아? 침을 질질 흘린다고. 근데 이번에는? 여기 동영상 따악 있습니다. 보도합시다, 하면 뭐라고 하게? 옐로다, 선정적이다. 기사 가치가 없다, 저널리즘 어쩌고 하면서 도망갈걸? 강남에서 비키니 입고 돌아다니는 영상 하나만 떠도 언론은 난리 블루스를 추다고. 그게 좋다는 것도 아니고 옳다는 것도 아니야.그런데 노골적으로 빤스 내리고 블루스 추던 놈들이 왜 JS 만 나타나면 점잖은 척 슬금슬금 뒷걸음치냐고. 이정성이 볼드모트야? (-214-)
이정성 회장은 3년 뒤에 사망했다. 향년 78세. 이 회장의 사망으로 JS의 주가는 급등했다. (-261-)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가 생각난다. 그는 상성 내부고발자로서, 삼서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공표했다. 뇌물과 로비, 그리고 전방위적인 권력을 만들어가는 과정,그리고 여전히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는 것을 확인사살하고 만다.정치,대한민궁 안에서 경제, 문화, 사회 등등, 삼성의 영향력이 안 미치는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말았다.
책 『삼성동 하우스』은 기자가 쓴 사회 소설이다. 고인이 된 그 사람이 살아생전에 있었던 삼성 안에서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소설에는 JS 그리고 이정성 회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한 사람의 권력과 영향력이 데한민국 곳곳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수단으로 시스템,제도, 문화를 바꿔 놓는 것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그로 인해 민주, 정의는 허울에 불과했으며, 좋은 기자, 좋은 언론인,소신있는 기자가 되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스트바, 술집, 그리고 그곳에서 기생하는 인물들이 소설에 기록되고 있었다.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힘을 가진 자본가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소설 속 주인공 박미도가 그러하다. 거처나 가족관계, 인간관계, 어느 것 하나 알수 없었으며,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생존본능, 자본이다.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이정성 회장을 이용하고 만다. 몸과 돈을 맞바꿔 버린다. 그리고 필요할 땐 이용하고, 필요하지 않을 땐 철저히 버려지는 매정함도 나타난다. 아무리 돈의 힘과 권력이 세다 하더라도, 인간이라는 생물이 가지는 본질,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다.씀쓸한 소설 『삼성동 하우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