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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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무슨 심통이 났는지 온몸을 뒤틀며 움직였다. 조막만 한 발이 배를 걷어찼다. 가만히 좀 있어.배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팽팽하게 부푼 배가 땅기고 아팠다. 오줌까지 지렸다. 요즘은 재채기만 해도 소변이 샜다. 괴물을 아프게 하고 싶은데 괴물이 아프기 전에 내가 아팠다. 날 좀 그만 아프게 했으면 , 그냥 죽어줬으면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초록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고통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12-)

예정일이 한참 지났다면 임산부은 결국 제왕절개수술로 여자아이를 낳았다. 그 임산부는 원장한테 30만원밖에 못 받았다. 병원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쉼터에서 사흘을 더 머물게 해주었다. 수술 부위는 상처가 아무는 동안 여자는 꼼짝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젖몸살을 앓던 여자의 신음 때문에 나는 새벽마다 장이 깼다. 여자는 배에 난 상처보다 젖몸살이 더 아프다고 했다. (-67-)

임산부가 명함을 내밀었다. 나는 명함과 임산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임산부는 빨리 받으라는 듯이 명함을 흔들었다. 명함을 바아서 들여다봤다. 여자의 이름은 아이린이었다. 이름 앞에 마녀라고 쓰여 있었다. 타로, 사주, 궁합, 택일, 출장 가능,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임산부가 대뜸 물었다.

"너도 마녀야?"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110-)

"하린아, 어서 나가자. 늦겠어."

초련은 평소와 다르게 다정했다. 차가운 목소리도 싫었지만, 버터를 입 안 가득 문 듯한 느끼한 목소리는 더 싫었다. 초련이 운전을 해주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해서 나도 같이 나가기로 했다. 초련은 싱글벙글 하며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먼저 나닸다. 나는 마마한테 차 열쇠를 받아서 급하게 따라갔다. (-186-)

아이린과 초련은 도둑질할 때만큼은 환상의 복식조였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고도 눈짓만으로 통했다. 마트가 가장 혼잡한 저녁 시간이 도둑질하기 좋았다. 물건을 쉽게 더 많이 수납하기 위해서 임부복 안에 주머니를 달았다. 물건을 쉽게 더 많이 수납하기 위해서 임부복 안에 주머니를 달았다. 여자들은 빠른 속도로 원하는 물건을 훔치는 기술을 배워나갔다,. 소희는 방석 크기의 전기장판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물건을 훔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대형 상점보다는 규모가 작은 슈퍼가 물건을 훔치기에 좋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일이든 하면 느는 법이다. (-227-)

서경희 작가의 『옐로우시티』를 읽은 적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 그 경계에 있는 가상의 도시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었고,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느껴졌다. 그는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인간의 삶 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까지 수면 위로 올려 놓았다.

서경희 작가의 『하리 』는 대한민국 사회의 약자 미혼모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들의 쉼터,미혼모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쉼터 『분홍하마의 집 』 이다.이곳은 미혼모가 지낼 수 있는 쉼터이며,미혼모를 합법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민간 기관이기도 하다. 국가의 지원을 미혼모에게 전부 주지 않는다. 미혼모는 착취하기 딱 좋은 존재였다. 소설은 대한민국 사회가 미혼모를 어떻게 대하는지,제도의 문제점과 인권 상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까지, 하린을 통해서, 말하고 싶어한다.

즉 미혼모에게 주는 사회적 복지제도가 있다 하더라도,그것을 정확하게 안내해주는 이들이 없다면, 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면, 미혼모를 방치될 수 있다. 특히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10대 청소년을 방치할 때,어떤 사회적 불안이 나타나는지 알 수가 있으며, 『분홍하마의 집』 은 하린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지만, 불안한 자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하린과 같은 처지에 놓여진 이들에게 스스로 선택하고,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나 권리는 거의 현존하지 않는다. 미혼모 하린에게 인권도 없다.그로 인해서, 방치된 여린 자아, 미혼모는 스스로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수 있다. 아이린과 하린은 그렇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 자신에게 꼭 팔요한 생활 필수품이 없는 상태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아닌, 비합법적인 결정에 놓여진다.그것을 소설가 서경희 는 지적하고 있으며,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강요된 소중함이 아니라,그들에게 필요한 도구와 수단,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물질적인 혜택과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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