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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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의 물이 화면에 확 끼얹어진다.

부엌에서 나오던 이모가 하마터면 물벼락을 맞을 뻔한다.

이모, 바라보니 바지 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웃통을 벗은 윤이 빈 대야를 들고 낄낄거리고 있다. (-31-)

내리는 비에 젖어 옷이 착 다라 붙어 냇가의 자갈밭에 쓰러져 있는 여자 자살 시체 .육감적이다.

둘러 서서 보고 있는 학생들.

방족을 걸어 오다가 멈칫 서는 윤.

비탈을 내려 오는 윤.등교하던 학생들이 방족 위를 멀리서 달려오기도 한다.

윤,학생들 틈에 끼어서 본다.

시체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둘러 선 한생들 등 뒤를 게 걸음으로 걸어가는 윤.

순경이 자전거를 타고 방죽 위를 달려 오고 있다. 자전거의 뒷자석에는 어린 학생이 타고 앉아서 시체 쪽을 가리키고 있다. 뒷자석의 학생이 뒤를 돌아 보며 멀리 떨어져서 달려 오고 있는 리어카 꾼에게 어서 오라는 손짓한다.

시체를 보고 있는 윤.

순경, 시체에 다가 와서 시체를 검사한다. (-75-)

극장은 번잡한 큰길에서 좀 떨어져 들어 앉은 곳이다.

극장에서 나오는 두 사람.

햇볕에 눈이 부신 듯 눈을 찡그리며

윤, 호주머니에서 안경 케이스를 두개 꺼내어 그 중 하나를 인숙에게 주고 자기 것을 꺼내 쓴다.

의아하여 받아드는 인숙, 꺼내 보면 여자용 색안경이다. 활짝 웃으며 색안경을 쓰고 사방을 두러 보면 (화면어두워진다.)

색안경을 통하여 보이는 극장 앞 풍경. (-136-)

소설가 김승옥 (1941. 12. 23~) 이 쓴 『무진기행』이 있다.그 단편소설은 1963년에 쓰여진 단편 소설이며, 1967년 영화 『안개』로 만들어졌다. 소설가 김승욱은 익숙하여도, 시나리오 작가,영화감독 김승욱은 낯설다. 김승옥 소설 전집을 본다면, 『무진기행』,『환상수첩』,『내가 훔친 여름』,『강변부인』,『한밤중의 작은 풍경』 이 있으며,그 대표적인 작품이 무진기행이다.

소설 『무진기행』은 1967년 흑백 영화 『안개』 로 만들어졌다. 짙은 안개 속 시골 특유의 고요한 정서를 느끼는 무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다. 무진에 살고 있는 주인공 하인숙과 무진에 어쩌다가 머무르게 되는 윤기준이다. 윤기준는 무진에 내려오자 마자, 하인숙은 자신의 몸을 기준에게 내맡기고 만다. 시나리오 『안개』를 보면, 주인공 윤기준과 하인숙이 서로 사귀게 되는 과정이 묘사되고 있었다. 1960년대 배고픈삶, 가난한 삶을 살아온 우리의 삶이 면밀하게 그려나고 있었다. 서울에서 기업 전무가 될 수 있는 언정적인 성공의 길이 보장되었던 기준이 무진에 내려온 이유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그리고 서울 사람이 무진에 내려오니, 무진 에 사는 주민들이 기준 주변에 모여들고 있었다. 1960년대 무진의 모습을 보면,그 시대적 배경이 꼼꼼하게 보여지고 있다. 다방이 있고, 그 다방에서 대화를 하고 있으며, 달걀 동동 띄워져 있는 쌍화차를 연상하게 하였다. 특히 웃음을 흘리는 내숭으로 채워져 있는 하인숙을 보면, 기준과 인숙 사이의 관계는 KTX 급으로 빠른 진행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준은 서울에 아내와 가족이 있으며, 목적을 달성하고, 상황이 바뀌자마자 ,갑자기 서울로 올라가 버린다. 이 소설은 도시와 농촌의 구별이 정확하지 않았던 1960년대 정서를 느끼면서, 소설가 김승옥 작가는 도시의 발전과 시골의 쇠퇴를 예언하고 있다. 즉 기준의 선택과 인숙의 선택이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여전히 도시에 대한 동경이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 속에 반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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