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아닌 뉴스 1 - 침묵하는 목격자
뉴럭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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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숨을 가다듬은 정원이 물었다.

"아아, 정원님,제가 묹자를 잘못 보낸 거 있죠? 저희 1204 혼데 엉뚱한 호수를 보내드렸더라구요. 오타 확인을 못했었나 봐요. 14층은 아직 비어 있는데, 당황하셨겠다. 제가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약속 시간이 지나도 안 오시고 전화했는데 안 받으셔서 혹시나 해서 올라와 봤어요. 올라오기 잘했다.그쵸? 죄송해요." (-39-)

그가 여유를 타고났다면 정원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매사에 당당하고 거칠 것 없는 정우너의 성격은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고,스스로 ㄴ모력해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야망도 컸다. 어느 순간부터는 경쟁자라고 여길 만한 사람도 없을 만큼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지만, 정원은 그럴수록 더욱 그 자리를 붙잡고 있으려 죽도록 노력했었다. 쉴 새 없이 물갈퀴질을 하면서 수면 위에선 고고하고 아름답게 떠 ㅇ닜는 백조. 정상에서 내려갈 생가이 없는 정원은 백조의 모습 그 자체였다. 우재는 정원의 그런 배짱과 열정이 신기하고 부러웠고, 때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가끔 외로웠다.

모형택의 가정부가 죽었던 그 밤, 피범벅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모습에 우재는 기업했었다. (-129-)

청담동 미용실.

"모수린 아니야?"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머릴르 감으러 가던 수린이 자신을 부르느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포마드를 잔뜩 바른 머릴르 옆으로 넘긴 봉토그룹의 봉수호 상무가 슈트 조끼와 세트인 재킷을 걸치며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215-)

"사진이 또 있었네?"

이전 사진과 같은 날 , 밤에 찍은 사진이었다. 광장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는 한나리와 그 옆의 동양인들.더 클로즈업된 사진이었으나 페이스 페인팅이 되어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같은 옷, 같은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동일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근데 여기 구석에 있는 남자 어디서 좀 본 것 같지 않아요?"

어느새 뒤에 서서 모니털르 보고 있던 양 작가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287-)

"죽이고 싶다고 해서 다 죽이니?그리고 그게 진짜 죽익로 싶다는 말이야?"

서늘해진 등줄기, 피 흘리며 죽어 있는 한나리, 울먹이는 윤영의 목소리,그것을 마지막으로 수린은 이후 며칠이 기억나지 않았다. 얼마 후,마드리드로 떠나기 전 모습 그대로 수린은 뉴욕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345-)

소설에서 검사 이야기, 기자 이야기가 나오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정치,사회면에 실릴 수 있는 이야기, 그 안에 미제 사건이 등장하고, 누군가는 악당이 되고, 누군가는 히어로가 될 여지가 있다. 문제는 그 스토리가 뻔하지만, 정의와 민주 앞에서,어떤 것을 처리할 때, 추구하는 입장과 실제 내 문제가 될 때, 입장이 매우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정의롭고, 당당하고, 만인에게 존경받는 이들일 수록 내면에 나약한 면,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는 감추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다.

소설 『오늘이 아닌 뉴스 1: 침묵하는 목격자』 에서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주인공 특종을 위해서라면, 정의 앞에서서 멱살잡는 여기자 '기자다운 기자' TNJ 기자 서정원이 등장하고 있다. 남다른 스펙과 아름다운 외모, 기자로서 품격을 가지고 있는 서정원의 남편 또한 재벌 3세다.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서정원의 감춰진 곳에서는 열등감 덩어리, 나약함 덩어리 그 자체였다. 그러했던 서기자 앞에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 차은새는 살해되고 만다.

특종이었다. 서정원 기자 앞에 떨어진 특별한 살인 사건 특종이다. 그러나 서정원은 불안하다. 자칫 자신의 치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서정원은 기자로서, 특종을 만드는데 그것을 잘 활용했다. 문제는 이제 그것이 나의 문제와 엮여 있다는 것이다. 차은새는 서정원 남편 설우재의 내연녀였고,그 도덕적인 결함, 서정원이 쌓아올린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은폐하려고 한다. 문제는 그럴 수록 비밀이 비밀 아닌 이 되고 만다는 데 있다.

그래서, 서정원은 미궁에 빠진 사건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지저스를 찾아야 했고,히어로를 찾아내야 했다. 20여년 전 일어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지컬 배우 차은새의 죽음과 서로 엮여 있었다. 그 안에는 검사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모형택이 있었으며, 모형택의 딸 모수린이 있다. 서서히 어두운 장막이 벗겨지고, 서정원이 얻고 싶은 그 내밀한 범죄정보에 접근하려고 하는 와중에,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누군가의 과거의 삶이 차가운 빙하속에 꽁꽁 얼은 채 숨어 있다가, 서서히 녹고 있었다. 그리고 차은새의 죽음 뿐만 아니라 또다른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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