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책방의 시간 딜러 상상 고래 20
이윤주 지음, 오윤화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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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는 닻별로 7번지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 앞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3번지처럼 맨 앞 건물에 카페가 있었다. '토끼랑'이라고 적힌 카페였다. 슬쩍 안을 보니 삼삼오오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교통사고가 난 줄도 모르는 듯했다. (-15-)

책방 주인은 온유한테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뜨개질에 여념이 없었다. 알록달록한 수십 가닥의 얇은 실이 이리저리 길게 꼬여 있었다. 목도리처럼 그것은 탁자 아래 바닥까지 길게 늘어졌다. (-18-)

"우리는 시간으로 사람들과 거래한다니. 사람들한테 과거의 시간을 주는 대신 백만번의 숨을 그 대가로 받고 있거든." (-26-)

한두정 할머니는 12월 31일 오전 9시 201분쯤 지하철을 탔다. 평소에는 지하철을 거의 탈 일이 없지만 오늘만은 샛별읍에 가야 하니까 어쩔수 없이 지하철을 탔다. (-46-)

온유는 영원책방을 향해 씩씩거리면서 걸어갔다. 현재로 돌아오니 할머니는 여전히 발목 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분명히 오전 아홉 시부터 열 시까지 할머니를 지켜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과거는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73-)

"망각나무는 불멸자들의 세계에서 자라나는 나무란다. 그 껍지로 만든 팔찌는 사람의 기억을 팔찌에 담아서 잊어버리게 해주는 효험이 있단다. 근데 이건 진짜 네 말대로 불량이었구나.미안하다. 모닝이 이걸 풀어 줄 거야.근데 과거에 두고 오지 않아서 네 기억은 없애지 못했으니 어떡한담?" (-76-)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다면, 우리는 과거라는 개념을 만들지 않앗을 것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부터 더 단조로운 삶, 단순함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가 불만스럽고, 불평일색이다.그리고 현재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 과거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 『영원책방의 시간 딜러』의 주인공 신온유가 그런 마음이다. 열 세살,어린 나이 , 아빠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엄마는 바다에 휩쓸려 볼 수 없었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던 신온유는 과거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고 말았다. 닻별로 3번지, 그 골목에는 영원책장이 있었다. 레테가 영원책방 책방 주인이다. 온유는 레테를 상대로 시간을 거래하고 싶어한다. 평생 자신이 해결하고 싶었던 것, 알고 싶었던 것을 레테는 꼭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할머니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게 된다면, 나의 현재의 삶,미래의 시간과 맞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소설은 그 안에서, 온유가 꼭 바랬던 것, 기다렸던 것, 지키고 싶었던 것, 회복하고 싶었던 것, 가지고 싶었던 것을 해결하고 싶어졌다. 자신의 행복,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찾아준다면,내 삶도 행복해질 수 있고, 과거의 삶을 망각해도 될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 『영원책방의 시간 딜러』을 읽는다면, 나 또한 과거로 잠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사람, 알고 싶은데 알 수 없을 때, 그것을 누군가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돌이키 수 없는 어떤 일이 생길 때,시간을 되도리고 싶어한다.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발생할 때도 마찬가지다.그러나 과거의 삶이 현재의 삶에 문제가 되어선 안된다는 시간의 진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온유가 미래의 시간을 바꿔 과거로 가고 싶어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온유의 마음이 공감이 가며, 온유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연민이 느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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