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독서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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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아침이 왔다. 정말 싫다.이렇게 매일 아침 눈이 떠진다는 게 절망스럽다. 주방에서 소리가 난다. 어쩐 일이지? 휴가인가? 엄마는 출근시간이 늘 나보다 빨라 먼저 집을 나섰다. 나는 혼자 일어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학교에 갔다. 잘 다녀 오라고 인사를 받은 적도 없고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인사한 적도 없다. 휴가라고 하더라도 엄마는 식탁에 밥상을 차려놓은 뒤 자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10-) 『바깥은 준비됐어 』

학교 앞 문방구나 노점에서 간식을 사 먹어도 되었고 친구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사귈 수 있었다. 제일 좋은 건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거였다. 내가 엄마를 보며 가장 질렸던 건 형이 읽는 책도 관리대상이 된다는 거였다. 논술이나 진학에 관련된 것으로 내용이 짜여진 도서만 읽을 수 있었다. 형은 내가 봐도 크는게 아니라 키워지는 거였다. (-47-) 『바람의 독서법』

"안녕하세쇼? 저희는 도전정보고등학교 난타반 학생들입니다.낙오됐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학생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노인 실업계 고등학교그것도 시골에 있어서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학교입니다. 그렇지만 그 학교에서도 꿈이 자란다는 것을 .그 꿈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 것을. 아직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공연 배미있게 봐 주시구요,도전정보고등학교가 있다는 것 잊지 마시고 이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큰 박수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94-)

『흔들리는 난타 』

주연이 나를 나직이 부르며 감싸 안았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감추느라 주연의 어깨를 꼭 안았다.작고 가냘프고 여린 어깨였다. 나는 그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울음을 그치고 주연과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곤돌라 뱃머리 위에 곡예 부리듯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사공이 서 있다, 파도의 일렁임에 맞춰 발을 구르며 사공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 침묵 사이로 파고들었다. (-113-) 『나는 잘 지내』

내 핸드폰에는 남녀불문 여러 명의 손 사진이 있다. 대부분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찍은 것들이다. 그래야만 내 맘에 꽂히는 손가락 모양이 렌즈 안으로 들어온다. 그중 정언이의 손 사진이 가장 많다. 물론 정언이는 이 사실을 모른다. 만약 알게 된다면 변태 새끼라면 나네게 욕을 대차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사진을 보여준 적이 없다. (-139-)『중독』

작가 김선영의 『바람의 독서법』이다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괴어 있다. 『바깥은 준비됐어 』, 『바람의 독서법』, 『흔들리는 난타 』, 『나는 잘 지내 』, 『중독』이다. 소설을 읽기 전, 『시간을 파는 상점』 시리즈 그치고 『붉은 무늬 상자 』을 읽은 바 있어서, 책 표지를 볼 때면, 전원적이면서, 목가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그건 작가의 의도된 책 표지였으며,우리 삶에 필요한 평온함과 안정감을 책에 표출하고자 하는 강한의지가 느껴졌다.

우선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은 불안정한 10대 청소년의 마음을 담고자 한다. 부모의 선택과 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세계관,가치관,의미관 마저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꿈과 희망 또한 추상적이며,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채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바로 그러한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불안정한 마음과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어른들이 항상 10대 청소년을 바라볼 때, 부럽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은 무엇을 다시 시작하고, 주춧돌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정작 그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제한적이다. 부모의 선택과 강요된 삶에서, 자신들은 부모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그러한 10대 청소년의 마음 속에 숨겨진 욕구를 잘 묘사하고 있었다.

청소년에게 꿈이란, 좌절과 낙오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오로지 공부 일색인 삶에 대해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학교 교육이 10대 청소년의 의지와 무관할 때가 많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과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섞여 있다. 그런 가운데 낙오될까봐 불안한 심리도 존재한다. 소설은 10대 청소년과 어른들이 같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뒤처지는 내 아이가 포기하지 않도록 위로하고, 치유하고,대안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기댈 언덕이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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