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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터-리뷰 -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조대한.최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어째서일까. 장미주택만큼이나 수상한 것은 버젓이 열려 있는 골목 아귀에 서 맀으면서도 자발적으로 '가로막힌 상태' 가 되려 하는 그의 태도다.이야기가 연결되지 않아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던 그는 곧이어 밀도 높은 문장들을 배치하기 시작한다. 이 문장들은 주택을 지나가기 위해 화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에 해당되는 것일까. (-16-)
시를 쓰지 않는 친구들이 저의 시를 보면 "네 한 편의 시는 마치 단편소설처럼 길어"라고 말하곤 하거든요.그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저는 그렇게 써요. 이 한 편의 작품 안에서 소설 같은 이야기를 쓴다거나 ,혹은 한편으로 연결된 세계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지요. 저는 늘 그렇게 써왔습니다. (-55-)
조대한 저는 이 사탕 봉지가 왜 좋았냐면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담아둔 모습이, 무너니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미련을 못 버리고 계속해서 일으켜 세우는 아이의 모습과 겹쳐져서였어요. 나아가 그것이 곧 이 시의 정서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단맛이 다 끝났음에도 그 향기와 끈적임이 흔적을 수집하는 모습이랄까요. 저는 그런 데서 슬픔이 배가 되었던 까닭에 이 사탕 봉지의 구절이 좋았습니다. (-90-)
최가은 시집에 사진과 작품이 함게 실린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십자가와 전혀 무관한 사진에서 그릭크로스와 라틴크로스가 이어졌다고 해야 하나,진정한 시적 상상력을 마주한 기분이네요. (-142-)
사방이 아득한 저수지 앞에서 '중간' 을 마주하는 그를 통해서야 우리는 "저수지로 떠나오기 전부터 빌딩과 빌딩 사이를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있었"던 , 우리의 "사향노루"를,즉 생동하는 우리 삶의 모습을 떠올린다.
롤랑 바르트 개인의 '삶의 중간'에 개입했던 '사건',즉 필멸할 존재로서의 자신과 권태와 반복으로서의 지난 삶을 자각하게 했던 그 사건은 그가 가장 사랑했던 이의 죽음이었다. 인생에서의 강렬한 고통과 권태는 등가의 법칙처럼 내 삶에 언제나 나란한 모습으로, 나란한 간격으로 출현하는 면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중간'보다 '끝'을 말하는 일에 더 익숙하다.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는 우리의 힘겨운 감각이 막다른 저수지 앞에서 '중간'의 자각이 될 수 있기를,'중간'에의 자각이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감격으로 전환되기를, 건너편의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보다 이편의 살얼음 낀 목소리를 힘주어 발음할 수 있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낯 뜨거운 이 마음을 자주 품게 되기를 바라는 날들이다. 캄캄하고 고요한 저수지 앞에서 "모든 것은 건너편에 있다"고 말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189-)
최가은 네,좋습니다. 사실 이 시를 맨 처음 보았을 때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구절은 "복숭아 사이에 몸을 숨겼던 절망이 액자 바깥으로 굴러 떨어진다"였는데,시를 읽으면서 그 앞의 문장인 "당신은 정물화를 던진다"를 더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이 구절이 없었다면, 제게 이후의 구절이 이렇게까지 크게 다가오지 않았거나,아예 다른 방식으로 감각외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엄밀히 말해서 이 두 문장이 서로 이어지는 과정이 좋았던 것인데요.아까 대한 씨가 『상자적 시간』에 '상자'가 잇다면, 『핑크 아니면』 에는 "정물화'가 있다고 하셨지요. 사실 이 시는 제목부터 그러한 조건으로 시작돼요."정물화라는 조건 뿐만 아니라 , 『핑크 아니면』 과 같은 조건절의 제목을 지니고 있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75-)
시를 읽을 때마다 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시에 대한 관심, 시경향,시적 상상력의 태부족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매우 매혹적이며,위로가 되는, 시적 상상력이 함축된 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에 대한 페이가치가 각박하다. 누구나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를 쓸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시인의 삶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오롯이 자존심 하나로, 시에 대한 탐색과 탐닉,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일상 속에 자기 스스로 천착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를 통해서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시는 현실을 함축하며, 정갈하며, 언어가 가지고 있는 순수성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소설처럼 빛나지 않더라도, 오래가는 은은함 매력이 있어서, 시를 읽는 이들는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시평론집 『시, 인터-리뷰』은 두명의 문학평론가가 모여서 쓴 책이며, 문학평론가 조대한과 문학평론가 초가은이 의깉투합하여,시인인터뷰를 따내고 있었다. 단순히 시해석을 하느 것을 벗어나, 시저 영감과 시에서 느끼는 정서를 얻는다. 주민현,정재율, 김연덕, 한여진, 장미도, 이엏게 다섯 시인의 인터뷰를 통해서, 시는 어떤 의미이며,시평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 ,시적인 확장성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 나간다. 단순히 시를 읽고 시낭송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시는 이러해야 하며,일상에서 시적인 정서를 어떻게 얻어내고, 시적 의미화과정은 어떻게 거쳐가는지에 대해서, 시어,시구절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나간다. 시와 시의 맥락을 엮으며, 운율응 맞추면서, 흐름을 완결한다. 여기에는 남다른 창작의 고통과 격정이 있으며, 시적 이미지와 정서를 포함하고 있으며, 시적논리가 시의 완성도를 키워나간다. 단순히 서정적인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이유로, 시를 쓰느냐에 따라서, 시사 가지고 있는 특별한 지위와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