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장요세파 지음, 김호석 그림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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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분별해야 할 악이 있듯, 저 손바닥 위의 세상 또한 분별해야 할 것이 있음 또한 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나름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음을 믿습니다. 동시에 스스로 나락으로 빠질 자유의 불완전함도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제목 그대로 저 손바닥만한 물건과 뜬 밤을 새우고 그 사람 안에 꽉 채워질 것은 무엇일까요? (-17-)

메주꽃이 피었습니다. 푸른곰팡이꽃이 피었습니다.

얼핏 그림을 보았을 때 매화르 새긴 나무판이라 착각했을 정도로 메주공팡이가 멋있습니다. 푸른곰팡이는 흰곰팡이보다 독성이 강해 평소 먹는 음식에 약간이라도 생기면 즉시 버려야 합니다. 잼을 제조하다 보니 곰팡이 문제에 아주 민감합니다. (-18-)

굉장히 대담한 그림입니다.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과격함입니다. 꽃봉우리 열리지도 못한 채 꺾여버린 304명의 아이 역시 위 유대인의 선조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도 참담한 심정이었을 테지요. 저 얼굴이 먹빛이요, 한 사람으로 묘사되었지만 조상 전부라 해도, 아니면 하늘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라 해도 뭐 틀리진 않을 것입니다. (-40-)

이 그림을 처음 만났을 때 옷이 검은 상복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에 ,이 시대의 흥청망청에 ,이 시대의 오만에 이 시대의 자부심에 죽음의 사신이 떡 버티고 서 있습니다. 우주를 종횡무진 주름잡던 시대가 눈으로는 보루도 없는 작디작은 코로나 앞에 세계 전체가 납작 엎드리고 말았습니다. 과학자의 자부심도 , 경제인의 거만함도, 정치인의 자신감도 이 앞에서는 별 수 없습니다. (-46-)

침묵이란 내 말을 죽이고 주변 사람과 자연의 소리에 자신을 맡기는 시간입니다. 말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그 속에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이나 나쁜 계략을 세우느라 머릿속이 횅횅 돌아간다면 ,그 시간을 지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악의로 가득 찬 침묵은 소름 끼치는 전율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64-)

개는 바닷사에서 왜 있으며, 왜 저런 표정으로 앉아 있는 걸까요? 가기다 왜 뒤를 돌아보는 걸까요? 개는 주인을 따라가는 동물입니다. 바닷사에 자신의 주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 보입니다. 왜 안 구해주나요? 이게 말이 되나요? 저기 있잖아요? 냄새가 나는 걸요? 저기 배는 왜 구해주지 않나요? 그렇게 물음에 더하다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나자 저리 고개를 휙 젖힌 채 그 물음을 다 담은 묘하고 묘한 눈빛으로 사람을 바라봅니다.그럼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83-)

책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는 생명과 자연의 고요함과 침묵을 요구한다. 인간은 자연과 벗하면서, 그 자연속에 숨어 있는 생명과 순환,생테의 가치의 보존을 말하고 있었다. 기독교적인 교리, 종교적인 색을 품고 있으면서, 영성과 명상을 품고 있었으며, 자연의 오묘한 진리를 품고 있었다.

글 장요세파, 그림 김호석, 수녀와 화가, 책에서는 그림이 삽화로 등장하고 있었다.매우 이질적이며, 매우 어색하다. 그리고 그 그림하나 하나가 지금 우리가 피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잿빛 그림들이었다. 자연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그림에 담으면,왠지 불편해진다. 생과 멸의 오묘한 생명이 품고 있는 진리, 썩어가는 것을 지워버림으로서, 죽음을 지워 버림으로서, 피와 살을 지워 버림으로서, 인간 사회의 혐오와 증오를 감추고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혐오와 증오가 인간 사회 전면에 등장학고 있었다. 책에서, 자연이 품고 있는 생태와 순환이 우리 삶을 보존하고있으며,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책에 그대로 나타난다. 위로와 치유는 어렵지 않다. 우연과 필연, 행복과 불행, 죽음과 삶, 악과 선, 흑과 백,이분법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가 정작 놓쳐 버리고 살아왔던 것들,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들 생명의 근원과 원천, 본질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의 순환과 생태가 보존될 때,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에데 주어지는 삶의 잔혹함과 삶의 장엄함 뒤에 감춰진 생명과 생테의 회복으로 우리를 살리고, 자연이 인간의 생애 전면에 영향을 끼치며, 인간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근원적인 생과 멸, 삶과 죽음의 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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