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앉은 작은 의자 - 나는 유치원 교사입니다
전유정 지음 / 아티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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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가슴 가장 밑바닥까지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유치원 교사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과거를 들춰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사연을 쓸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5-)

옷부터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사의 품위가 드러나는 옷을 사고 싶었습니다. 체구가 작고 약한 몸을 가려줄 원피스가 필요했고 드디어 적당한 옷을 찾았습니다. 매장에서 옷을 고르고 결제를 하려는데 매장 직원이 '교직원 복지 카드' 라는 문구를 보고는 대뜸 물었습니다.

"선생님이시구나. 무슨 과목이세요?

선생님들 보면 저는 그게 그렇게 궁금하더라고요. 수학? 국어?" (-11-)

하지만 점성 좋은 갯벌은 여봐란듯이 아이들의 양말을 쏙쏙 잘도 벗겨냈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조개껍질에 발을 다치는 아이가 한 두 명 생겨버렸습니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불러대기 시작했고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벗겨진 양말을 다시 신겨주고 다친 아이를 갯벌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발을 씻긴 후 약을 바르고 밴드를 감아주엇습니다. (-29-)

우리 선생님의 최고라 믿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한순간 따귀를 올려붙이고 싶은 인간으로 전락하고야 말았습니다.그런 정신으로 수업을 했씁니다. 심장이 멈춰 차갑게 식어버린 기분이었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따뜻한 것이 모조리 사라지고, 차갑고 두렵고 외로운 것들로만 가득해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내 방에 틀어박혀 아무도 찾지 않는 그 순간이 오기만을 바랐습니다. (-47-)

그렇게 집 근처에 작은 초등학교에 딸린 한 학급의 병설 유치원으로 근무지를 이동했습니다. 학교 주변에 인가가 없어 한 학년에 한 반씩 밖에 없는 아주 작은 규모의 학교였으니, 유치원의 취원율 또한 말할 것도 없이 낮았습니다. 당시 하루가 다르게 지어지는 으리으리한 규모의 단설 유치원에 비하면 시설 또한 초라하고 열악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74-)

그날 참 상반된 양가감정을 느꼈습니다.아이들은 그때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요? 뭐가 되었든 그 아이들의 일곱살, 그 순간만큼은 결코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100-)

유치원은 아이가 집을 떠나 경험하는 첫 번째 사회입니다. 아이는 새로운 또래 친구, 낯선 어른인 선생님과의 관계 속에서 집에서의 '나'와 다른, 작은 사회에서의 '나'를 자연스레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틈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너'를 알고,'우리'를 배우는 것이지요. 아이가 '우리'를 배웠을 때, 즉 '함께' 라는 어우러짐 속에서의 '나'를 인식했을 때, 부모의 눈에도 '우리 아이, 참 많이 컸다.' 싶은 대견함이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123-)

태어나면서,처음부터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태어나고, 유치원에 다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일상적인 과정을 사회 안에서 만들어 나간다. 살아가고, 견뎌야 하는 삶 속에서,우리에게 필요한 것 하나하나에 대해 책을 읽어보았다.

작가 전유정, 병설유치원 선생님이다. 매순간 아이들을 보면서, 양가감저을 느끼게 된다. 사라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싶음 마음과 부정적인 행동, 미혼이었던 시기,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고, 결혼 3년차가 되었을 때, 유치원 경력 5년차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순수하고, 보석같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감성과 인성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 앞에서 단단해지는 나, 사연 많은 유치원 선생님, 학교에서 , 공부를 하고, 유치원 선생님이 되자마자 멘붕에 바지게 된다. 학원 유치원 교사가 아닌, 학교 내에서, 병설 유치원 정교사가 되었지만, 사회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아동학대,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서, 매 순간 순간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아야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공부보다 세상에 대해서 문을 열고, 직접 오감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나이,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아이들, 그 사이에서, 경험 많은 유치원 교사는 정확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착하고,예쁘고, 순수한 유치원 선생님이 안고 있는 아픔과 쓸쓸한 감정들이 묻어나는 책이며, 유치원 선생님을 믿고, 신뢰하는 사회적 풍토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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