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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평점 :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사막 한가운데 떡하니 놓여있는 영화 속의 바그다드 카페가 실제인지 그곳이 실제이지 헛갈렸어요. 입구에는 시리아 지도가 그려진 양가죽에 알레포 , 팔미라, 하마, 홈스 등의 지명과 '바그다드 카페'의 지명까지 그려져 있어 마치 꿈을 꾸는 듯 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커피와 차와 지도, 낙타인형 같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어요. (-44-)
이 어마어마한 테러의 주요 용의자는 물론 '오사마 빈 라덴'의 추종 조직인 알카에다와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 산하 무장 조직인 이슬람 테러 조직들이 관여되어 있다고 텔레비전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텔레비전에 비치는 그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처연했어요. (-94-)
영화 <바그다드 카페> 속의 뚱뚱한 여주인공이 좋아요. 자신의 고독 속으로 깊이 침잠하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의 손끝이 세상을 향한 행복의 마술지팡이가 되어 줄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존재. 그렇게 환한 햇살 같은 사람, 당신을 지금이라도 만나러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인가의 고독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또 무서운 것인가? 삶의 송두리째 불태우다간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160-)
그날 나는 소호에 있는 안젤리카 극장에서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았습니다. 영화속에서 마술을 하는 뚱뚱한 여주인공이 마치 나 자신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외로움은 참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낯선 당신보다 남펴니었던 사람이 더 넟설게 느껴졌던 그 여름밤, 내 그림을 옆구리에 끼고 한참은 이 그림으로 인해 행복할 것 같다는 당신의 말과, 당신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잇다면 참 좋겠다는 그렇게 엉뚱한 생각에 위로를 받았다면 믿으실까요? (-205-)
디지털과 아날로그, 하나가 생겨나면, 하나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은 때로는 아쉽고, 때로는 불안하다. 편리함을 얻게 됨으로서 , 자연스럽게 느끼는 불안이라는 실체다. 과거에 천착할 수 밖에 없는 그 순간, 우리는 과거의 행복과 기쁨을 꺼내어,사라진 기억들을 재현하고 싶어진다. 즉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적 정서를 느껴보고 싶은 것은 어거지가 아닌 현실 그 자체였다.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은 30년전 과거 우리가 즐겨 보았던 ,1988년에 퍼시 애드런의 페미니즘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어떤 영화가 흥행이 되면,그 영화 제목을 모방하는 상점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주인공 박경아가 이민 2세인 외과의사 남자와 바그다드카페에 만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서로 다른 배경, 남자가 살아온 환경과 박경아가 살아온 환경은 다르다. 단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고, 함께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을 얻게 된다. 작가 황주리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 속 뚱뚱한 주인공을 떠올리게끔 소설 곳곳에 작가의 의도를 숨겨놓았다. 아날로그의 삶, 힐링과 위로를 느끼고 싶은 현대인에게, 고독과 외로움, 쓸쓸함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지고,비로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또다른 이야기 페소아가 쓴 『불안의 책』이 나오고 있으며,그 소설을 통해서,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들여다 보게 한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고, 그안에서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소설, 디지털 세상에서, 작가는 편지와 이야기, 카페라는 것을 등장시킴으로서, 삶의 여유와 여백을 느끼게 도와주고 있었다. 살다보면, 우리 스스로 놓치고 있었던 그러한 것들이 페소아가 느낀 불안,외로움이라는 현실적인 실체에 접근해 나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