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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평점 :
침팬지가 오른쪽 방향으로 눈동잘르 움직여 어딘가가를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는가? 사실 이 침팬지는 돌연변이다. 원래 침팬지의 공막은 짙은 갈색이어서, 이렇게 눈동자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수십 년전 영장류학자 제인구달이 탐자니아의 곰배국립공원에서 이런 침팬지를 두 마리 목격한 적이 있는데,이런 개체는 자연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될 뿐이다. (-37-)
원형경기장의 승리에 시골이 경탄하고, 야수들이 사는 술도 그것을 목도하네. 많은 농부들이 새로운 노역을 하고 있고, 선원들은 저 머릴 바다 너머의 공연을 보네. 기름진 땅은 잃을 게 없고 곡식은 풍성하게 자라지만, 다가올 운명을 아는 야수들은 공포에 떨고 있네. (-65-)
그러나 공장식 축산은 정동의 힘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비가시적인 장소로 동물을 이동시켜 착취를 은폐하고, 만남을 제한함으써 인간의 죄의식을 지워 버렸다. 우리는 양념 치킨 한 마리가 담긴 종이 박스를 열면서, 좁은 공간에 갇혀 6주 만에 생을 마감한 어느 닭의 삶을 연상하지 못한다.이것이야말로 공장식 축산의 가장 큰 위력이다. (-143-)
오식스에게 아스팔트 도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차나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피해서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자동차는 천적이나 사냥감도 아닌 그냥 경관의 일부였다. 마치 바위나 나무, 아메리칸들소처럼. (-259-)
우리는 이것이 어떤 종인지 모른다. 두 고래의 잡종인지,비정상적 기관을 가진 고래인지도 분명치 않다.이 드넓은 바다에서 딱 한 마리만 이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12년간의 모니터링을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이 소리는 딱 한 마리에게서 나는 소리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안타깝게도 10년 넘게 이 고래를 추적한 윌리엄 왓킨스는 이 논문 출판 전에 숨지고 만다. 대신 그의 동료 메리 다허가 교신 저자로 나서 왓킨스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논문이 출판되자마자 CNN 과 BBC 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메리 다허는 고개를 가로저였다.
"나는 보조 연구자였습니다.게다가 왓킨스 박사는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아주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연구자거든요. 아마 왓킨스 박사가 무덤에서 화를 낼 거예요." (-349-)
환경논픽션 작가 남종영의 『동물권력』 이다. 인간의 권리를 인권이라 한다면, 동물의 권리는 동물권, 동물권력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인간의 권리에 해당되는 동물의 권력, 동무의 힘에 대해서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을 가로지르는 협력과 지배, 착취와 반란의 연대기라고 한다. 즉 인간이 동물을 완전하게 지배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고 지배하는 관계, 착취하거나,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책을 읽으면, 동물학자, 생명학자의 눈물 겨운 해양동물, 육지동물 추적기가 나오고 있었다. 생존과 멸종 사이에서, 환경과 기후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멸종될 수 있고, 반대로 인간의 의도적인 목적에 의해서 멸종이 이어질 때도 있다. 인간에 의해 멸종된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늑대와 버팔로이다. 즉 현재 우리의 골칫거리로 손꼽히는 산과 들을 점령하는 도심을 누비는 멧돼지 이전에, 식량을 강탈하는 늑대가 있다. 인류에게 해가 되는 종은 가차없이 제거되었다.
미국 신대륙에 들어간 백인들이 신대륙 아메리칸 원주민을 길들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버팔로의 멸종이다. 버팔로를 무지막지하게 죽였던 이유, 버팔로를 없앰으로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이 망가진다는 계산이 았었고, 1만 5000년간 이어졌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의 터전은 버팔로의 멸종과 함께 한다. 19세기 미국의 진보는 버펄로에서 긴뿔소로, 원주민은 카우보이로 바뀌었으며, 지금 우리가 말한 서부 개척시대의 명암이 아주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