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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이 뿔났다
지승룡 지음 / 하움출판사 / 2022년 11월
평점 :




가전제품들이 거실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던 그때,
잠자듯 누워 있던 한 인물이 몸을 천천히 일으켰어요.
그러자 모두들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어요.
'아니, 저 분은...?'
그건 바로 신용카드였어요.
신용카드는 몸을 일으키더니
두 팔을 하늘로 쭈욱 펴고 이렇게 외쳤어요.
"내가 있으라 하면 있는 것이고, 내가 안 된다 하면 안 되는 것이니라!
뭐, 이 집에서 누가 가장 중요하냐고?
내가 말해주지.
텔레비전 너는 5년 전 내가 3개월 할부로 사 온 녀석이고,
냉장고 너느 재작년 할인 판매할 때 일시불로 긁었고,
청소기는 3년 전 카드 마일리지 모아서 데려왔지.
컴퓨터도 휴대폰도 다 내가 창조했다는 걸
너희들은 벌써 잊었단 말이냐? 『가전제품이 뿔났다- 본문 』
여름철이면 전기가 가끔 나갈 때가 있다. 겨울에도 전기가 가끔 나갈 때가 있다. 대체로 전기를 많이 쓰거나, 누전에 의해서, 차단기가 내려간다. 그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혼자 놓여진다. 청소기, 인터넷,컴퓨터, 냉장고, 식기 세척기, 세탁기 등등, 전기를 밥으로 먹고 사는 그 모든 것들이 일순간 정지되고 만다. 그럴 때 갑자기 멘붕에 빠져 버린다.
그림책 『가전제품이 뿔났다』은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한지 이해하게 되는 책이다. 어릴 적 비싼 헌책을 구하기 위해서, 청계천 헌책방에 기차를 타고 가서 구매한 적이 있었다. 애써서 발품 팔아서, 구해온 책이라서 매우 애틋하고, 읽고 또 읽게 된다.
지금은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택배 비용을 내고, 직접 가서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을 지불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러한 편리한 삶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가전제품 덕분이었다. 편리한 삶,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필요하면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저자는 그 가전제품이 자신의 역할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어떤 결과를 낳는지 가전제품을 인간처럼, 의인화하고 있었다. 가전제품의 주인장인 아주머니가 자신들을 함부러 대하고,무시하는 것이 매우 화가 난 상황이다.내 앞에 놓여진 모든 권리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인식될 때가 있다.그럴 때,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애틋함을 느끼지 못한다. 바로 가전제품이 뿔난 이유, 가전제품이 뿔났을 때,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엿볼 수 있으며, 편리한 삶, 가전제품에 의존하는 삶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디지털 네거티브 사회에서, 전기와 전자제품이 우리에게 이득을 주지만, 그것이 도리어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것을 깨닫게 된다면, 가전제품이 마냥 고마운 건 아니다.과거처럼 우너시 자연 그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삶에 이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