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지음 / 문성 / 2022년 11월
평점 :
차라리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지낸지 십 년도 넘어가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욕을 하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인간쓰레기라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다시 생각난다.
아빠야?
아빠 나 또 때리고 싶어?
아빠 나 또 때리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옛날 생각나?
옛날처럼 차라리 두들겨 팼으면 좋겠어?
더 이상 때리지 못하니까 차라리 집에서 나가버리라던 그때처럼
날 또 새벽에 내쫓을 거야? (-22-)
교묘한 어머니의 조롱과 아버지늬 폭력 사이에서 나는 나의 생존권을 지킨다. 비루한 삶의 미련을 잡는다.
식탁에서 맛있는 반찬이 멀어진다 어느 날엔
밥그릇조차 올라와 있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날에는 나는 홀로 방에서 라면을 먹는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생각
하지만 어떻게도 살아야도 생각 나지 않는다 오로지
한다, 만이 남는다. (-76-)
하여튼 새벽엔 한 시간 걸린 걸 집에 올 때는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내리자마자 나를 욕했다. 수고했다 소리 하나도 안 하고 운전 못하면 하질 말든가 하길래 아 노가다 꾼들 형편없구나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아저씨들 다 운전할 줄 아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또 사고 나면 책임져야 하니깐 그저 피하려고 운전 못한다고 한 거 같았다. (-129-)
그 사람들은 왜 나를 때렸을까.
그 사람들은 왜 나를 떠났을까.
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또 우울해진다.
또 쓰다 보니 우울해진다. 카드 가지고 편의점이나 가야지. (-200-)
가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면 쉬는 시간에 몰래 숨어서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를 건다. 고객 센터로 전화를 걸어 가끔 내가 아는 이름들이 전화를 받을 때면 왠지 모르게 반갑고 정겨워 혼자 웃음을 지으며 끊고는 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챌 것이 두려워 말을 할 수는 없으나 친구는 원래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268-)
어떤 사람들은 삼시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쉬운 일이 어떤 사람에겐 100M 를 11초에 뛰는 것만큼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구에겐 쉬운 일이 누구에겐 매우 어렵고 두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세상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평균이라는 기준이 주는 엄청난 공포와 폭력 때문이다. 그 평균에서 못 미칠 땐, 불이익, 불평등 ,왕따를 감수해야 한다. 사회에서, 가난이나 수모를 감수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삷의 일부분 공감하였고, 공포와 불안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버거운 저자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체벌로 인해 자신에게 공포와 트라우마가 생기고 말았다. 낯선 사람의 어떤 행동이 자신이 움찔거리게 되는 이유다. 때리려고 하지 않는데 때리려는 착각이 들 수 있다.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해병대 군대에 가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스스로 쓰레기라고 자기비하를 할 수 밖에 없다.
실패로 인해, 자신감이 무너지고, 매사 모든 것이 부정적이 되어 버린다. 작가 김봉철님도 마찬가지의 경험을 안고 살아왔다. 사회생활이 버거워 집안에 웅크리면서, 살아왔으며,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였다. 다른 이들은 편한 일들이 자신은 해내 수 없는 일들이 태반이었다.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 느꼈던 또다른 공포, 고객센터 상담일을 하면서 겪었던 일도 마찬가지다. 매사 잘 안될 땐, 그것이 환경이나 상황이 아닌, 오직 내 탓으로 돌려 버린다. 그럴 경우 저자가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정신적 고통과 아픔,그로 인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도 힘들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숨이 막혀 오는 기분이 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