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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시티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11월
평점 :
"사랑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격정적인 사랑, 질투, 독점욕, 미움, 원망 같은 감정이 먼저 나타나고 진실한 사랑은 가장 나중에 나타나."
응급실에서 겨우 의식을 찾은 망고가 웅얼거렸다. (-7-)
"옐로우시티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제3의 세계야. 생전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영혼들이 그곳에 모여살아."
망고는 비비안 리를 그곳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8-)
승윤은 은페된 억울한 죽음에 관한 기획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었다. 그는 기자로서 사명감이 투철했다. 데스크가 던져주는 받아쓰기 기사는 단호히 거부하고 직접 발로 뛰며 취재형 기사만 썼다. 승윤은 틈만 나면 광장에 나가서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소스를 취재해서 기사를 썼다. (-95-)
변호사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승윤이 여길 왔었다. 소영은 거기에 진실이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책상과 서랍을 마구 뒤졌다.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단서를 찾아 헤맸다. 책꽂이를 뒤지는데 이타로 칼비노 전집 사이에서 종이 뭉치가 떨어졌다. (-129-)
인생을 살다보면, 삶과 죽음이 한순간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어제 뉴스에 나온 가까운 사람의 죽은을 보면서, 피부로 느끼게 된다. 죽음을 막땋뜨리느 그 순간 두려워하게 되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만약 삶과 죽음 사이에 어떠한 공간이나,장소, 시간이 있다면, 우리 삶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의 내면 속 사유의 끝자락에서 ,한국 소설 『옐로우 시티 』를 읽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하얀색이 천당이며, 검은 색이 지옥이라면, 옐로우 시티는 그 가운데라고 볼 수 있다. 단 이곳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연옥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사랑해 보지 못한 사람이 마지막에 자신의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이 존재하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소설은 세편의 단편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이며, 첫번째 망고에서는 비비안리를 만난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그녀의 이름은』 에서는 세상을 떠난 서 양 ( 소설 속 이름은 서진아)과 박우진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으며, 둘 사이에 변호사가 나오고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비치 파라다이스』에서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소영과 신피디, 그리고 삶의 마집막 순간을 지나가는 승윤기자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 세편의 소설에서, 옐로우 시티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엘로우 시티는 가상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죽음 이를 위한 공간이며,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즉 소설에서 구천, 영매가 등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죽은 자는 내면의 응어리진 한을 버리지 못하고,인생을 정리하지 못하고, 살아있는 자는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삶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때가 있다. 인생을 잘 정리하지 못함으로서 생겨나는 우리 사회의 민낯에 대해서, 만약 자연을 거스르고, 운명을 거스르며, 옐로우시티가 있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그 누군가가 마지막 자신의 이야기를 가족에게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의 마지막 에 작가의 의도는 바로 우리 삶의 이별의 안타까움을 마음에 담고 있었으며, 그 안타까움을 엘로우 시티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삶의 절대적인 죽음에 대해서,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