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안녕, 로마 웅진책마을 116
김원아 지음, 리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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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자동차처럼 슬슬 땅을 기어다녔다. 너무 오래 걸려서 지겨워질 때쯤 비행기가 멈췄다. 곧이어 비상한자는 방송이 나오더니 비행기가 전속력으로 달렸다. 몸이 사정없이 흔들려서 떨리는 손으로 안전띠를 확인했다.

고오오오, 어느 순간 몸이 붕 뜨고 머리가 뒤로 확 젖혀졌다. 창밖으로 세사이 멀어지고 있었다. (-10-)

나는 한 발 떨어져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와 아주머니는 옷차림부터 머리 모양까지 완전히 달랐다. 엄마는 정말 젊어 보였고, 표정부터 생기가 넘쳤다. 엄마가 젊어 보이는 게 좋으면서도 싫었다. 엄마의 젊음이 남들과 다르게 사는 자유에서 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61-)

말문이 막혔다. 의도야 어찌 되었건 나도 사랑과 걱정을 담보로 엄마 아빠를 협박하고 있었다. 지훈이가 사라져 난감할 아주머니 걱정은 하면서도 정작 우리 부모님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아차, 싶었다.

그때 저 멀리 경찰 두 명과 함께 공항을 배회하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아주머니는 초조한 얼굴로 반대편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121-)

지훈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지훈이 엄마가 여행가이드인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다.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공항으로 왔고 넓은 공항을 뒤지고 또 뒤져 나를 찾았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분홍 블라우스를 입고 있어서 멀리서도 쉽게 알아봤단다. (-133-)

사람은 각자 딱한 사정이 있다.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되는 그러한 딱한 사정이다.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보다 눈치 문화가 발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밀이지만, 비밀 아닌 그 무언가를 말하는게 조심스러운 순간을 우리 인생에 한 번 이상 박땋뜨리게 된다. 청소년 소설 『안녕, 엄마, 안녕 ,로마』레서 열세살 승아는 그 딱한 사정을 알고 싶었다. 바로 2년전 승아 곁에서 사라진 승아 엄마에 대해서다.

아직 대륙을 넘어, 유럽으로 먼곳으로 여행을 떠나기에는 위험하지만, 승아 아빠는 허락하였다. 엄마를 직접 보려고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갔다 오겠다는 의지 말이다. 즉 승아의 굳은 결심이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여기에 있다. 어떤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굳은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면,눈앞에 놓여진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직 해외여행을 하기에는 위험할 수 있었지만, 그 위험보다 엄마를 보고 오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고 싶었던 것을 꼭 알겠다는 의지가 승아에게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소리 없이 훌쩍 떠났지만, 항상 자신의 빈자리에 승아 자리를 남겨놓게 된다. 비록 부부 관계는 소원했지만, 엄마와 딸 사이는 그대로 남겨둔다. 그 과정에서, 승아는 엄마의 결정을 이해하고 싶었으며, 승아와 승아 엄마, 두사람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엄마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승아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스스로 내려놓을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분별력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나답게 살기 위해서, 선택한 승아 엄마의 삶은 그 어떤 결정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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