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를 하나씩 모았습니다 - 장현주의 마음 치유 이야기
장현주 지음 / 담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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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를 하나씩 모았다.

처음 약을 사던 날,비가 왔다. 그때 나는 나에게 말했다.

'죽을 수 있을 만큼 모이면 죽자.대신 모두 모으기 전에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되면 그땐 살자. 그리고 나처럼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약을 보여 주자. 그리고 말해 주자. 나도 당신처럼 힘들었지만 아직 이렇게 살아 있다고. 한 명이라도 살리는 사람이 되자.' (-9-)

나는 가면을 쓴 배우였다.

착한 딸인 척

좋은 사람인 척

괜찮은 사람인 척

친절한 사람인 척

마음 넓은 사람인 척.(-17-)

열 한 살이면 울며불며 엄마 불러 달라고 떼를 쓸 만도 한데 나는 배고픔을 참으며 조용히 지냈다. 사실 배고픔보다 엄마가 더 무서웠다. 다음 날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나를 본 어떤 언니가 게토레이를 하나 사 줬다. 단숨에 마셨다. 너무너무 달고 맛있었다. (-29-)

음식 몰래 먹기

몰래 먹고 안 먹은 척 하기

사람들이 많을 때는 적게 먹기

혼자 있을 때 아무거나 막 먹기

다이어트한다고 낮동안 참다가 밤에 폭식하기

먹을 때 주변 사람들 눈치 보기

이외도 먹는 것에 대해 이상한 행동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증상이 식이 장애였다. (-31-)

술 취해 가방을 다 잃어버리고 새벽에 우리 집까지 택시비를 빌리러 온 친구도 있었다. 술 취해 연락하는 후배들을 데리러 나가야 했고, 학교 선배들은 동문화 연락처를 나에게 물었다.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면 나는 대리 기사가 되었다. 회사 사람들은 사고치고 수습이 안 되면 뒤처리는 언제나 내 몫이었다. 사장님은 급한 일이 있으면 밤 늦은 시간에도 항상 나를 먼저 호출했다. 그래도 나는 묵묵히 그들을 도왔다. (-63-)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릴 때 받은 상처 중 많은 것이 엄마에게 받은 상처였다. 숨 겨 둔 감정을 알아차릴수록 어마에 대한 감정이 미움으로 바뀌었다. 어린 시절 기억에 엄마는 불쌍하고, 힘들고, 약하고, 보호해야 하는 연약한 존재였다. 동시에 나에게 너무 강압적이고 억압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110-)

'현자들 책 속의 말은 오히려 너무나 쉬웠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처음에는 가르치는 대로 삶을 사는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배운 대로 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진짜가 되기는 어려웠다. (-156-)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이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나 자신이 바보 같고 무능력해 보여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점점 아무것도 하기 싫어 먹고 잠자기만을 반복했다. 일주일 넘게 그렇게 지내다 보니 우울한 그림자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끔 서서히 나를 잡아 먹었다. 답답했다. (-177-)

"입 다물고 그냥 네 안을 잘 관찰하거라."

처음엔 너무 답답했다. 내 안을 관찰하는 것이 어떤 건지 . 뭘 보라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해도 같은 대답을 하시니 점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정말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하지만 돌아올 대답이 뻔해 묻지 못하고 묵묵히 설거지만 했다. 계속 침묵 속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질문하려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225-)

작가 정현주는 일찍 사회에 나와 투자로 꽤 큰 돈을 만져보았으며,방송과 강의로 잘 나가는 사업가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생겼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즐겁지 않았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픔과 상처, 트라우마가 중첩되어서 나타날 때가 있었다.

진짜 나 자신이 아닌 가짜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보이며, 남들에게 바보같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문제는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 주면서, 정작 나의 문제는 누구에게 해결해 다라고 할 이들이 없었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실제 속은 썩어 들어가게 된다.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으며,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매번 반복되었다. 그것은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힘겨움이었고, 매일 매일 생존과 삶을 위해 사투하게 된다.

저자의 아픔, 식이장애는 우연히 찾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미움, 어머니의 기억이 자신의 삶에 발목을 잡고 있었다. 잔소리가 끊어지지 않는 엄마의 모습, 약한 어마지만, 자신에겐 언제나 억압하고,미워하는 존재였다. 딸과 엄마, 덩치 큰 코끼리가 성장하여, 자신의 발목에 채워진 줄을 끊을 수 있는 힘이 생겼지만, 그것을 끊으려고 하지 았았다. 남들이 필요할 때, 언제나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면서,그들을 위해 일해왔지만, 정작 자신이 혼자일땐, 그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스스로 무너지는 순간이 갑자기 찾아오게 된다. 반복된 일상에서 일에 대한 무기력함이 반복되었으며, 스스로 탈출구를 만들기 위해서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명상을 위해서, 내가 정작 알고 싶었던 것을 얻기 위 해서 찾아간 그곳에서 명상이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것, 명상으로 삶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게 된다.

책을 읽으면 돈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위한 삶에 있었다. 나를 위해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호구가 된다. 그러면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이유, 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른채 ,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마지막 삶의 동앗줄을 잡고 있는 이들에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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