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아이를 파는 여자
남궁인숙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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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성 놀이터에 갔는데 윤겸이가 놀이터 1.5m 난간에 서 있다가 갑자기 우레탄 바닥에 떨어져서 움직이지 않아요." 라고 하면서 불안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교사의 품에 안겨 축 처져 있는 윤겸이를 보는 순간 원장 선생님인 나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놀라고 있음을 알지 못하도록 최대한 침착하게 윤겸이의 안색을 살피고 손발을 만져보니 식은 땀인지 더워서 흘린 땀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고, 손이 많이 차가웠다. 숨은 고르고 있는데 의식이 없어 보였다. (-29-)

"네가 울면 우리 고양이가 우는 줄 알고 사람들이 싫어해." 라며 담장 위의 아기 고양이가 발가락이 아픈 아이를 못 울게 한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고야이가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아이에게 고양이 울음소리로 착각하니까 울지 말라고 한다. 지금은 나도 동화 속 아이처럼 너무 아파서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 고 싶다. (-64-)

점심 시간에 각 보육실을 두러보는데 만 1세 반 영아들은 점심식사를 한 후 양치를 하고 있었다. 화당실 세면대 앞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양치 지도를 하는 20대 교사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해진다. (-76-)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삶은 어쩌면 하루의 일과를 반복하며 보내는 보육교직원의 삶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번아웃된 보육교직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일과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목표도 없고 의미도 없이 아침에 눈이 떠져서 출근하는 것이다.

학부모들과는 눈 맞춤이 어렵고, 아이들은 하루도 빠짐 없이 등원하니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다가 퇴근을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쉬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고 싶고 등등의 별별 생각이 다 든다는 것이다. (-111-)

나의 고향 만경에는 '만경 학교'가 있다. 어쩌다 가족들이 휴일에 아버지와 식사를 하기 위해 만경 아버지를 찾아가면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자식들을 집에서 두어 시간동안 기다리게 하고, 자전거를 타고서 만경향교를 다녀오신다. (-176-)

추석을 맞이하여 보육실은 각종 테마 방으로 꾸며져 책걸상이 모두 벽 쪽으로 자리이동이 되어 있다. 투호놀이 방, 윷놀이 방, 민속악기 만들기 방, 송편빚기 방, 짚신 던지기 방 등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교사들은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에 서둘러서 꾸며놓았다. (-214-)

겉으로 보기에 쉬워보이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가 보면 힘든 일이 있다. 통제되지 않고, 수습되지 않으면서, 유리 위에 깨질 듯 ,서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그런 직업, 바로 어린이집 원장,어린이집 교사이다. 즉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숙히 채워지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직업이며, 밖에서 보기에 시선이 곱지 않을 때가 비일비재하다. 유아교육과를 나와 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에 일하게 되면, 하루하루가 불안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훈계하거나 ,매를 들었다가는 그대로 부모에 의해 이의제기가 생기고, 어떤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명명백백하게 말해야 할 수 있다. 번아웃에 시달리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이 적은 어린이집에 서 일하는 교사가 대부분이다. 바로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집 낭궁인숙 원장님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 실제 어린이집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 아이들과 함께 하는 특별한 순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대해서 이해하고, 공감하고,배려하느 것이 우선 필요하다.

어린이집은 사회복지부 소관이며, 유치원은 교육청 소관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어떤 일이 생겨날 때는 책임 부서가 다르며, 그 책임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돌아서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간담을 쓸어내린다. 아이들끼리 장난치다가 발생한 다툼으로 , 아이들이 울게 되면, 선생님도 같이 울고 싶어진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다. 만만치 않은 직업이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3년 째 ,아이들과 호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이 우리 미래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바르게 성장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만들어 주는 것, 세상의 다양한 경험들을 알게되는 첫 출발점이다.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하루하루 좌불안석이지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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