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을 부탁해 - 소방관 테마소설
고요한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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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이 현관으로 한 발짝 내딛었을 때 땅이 다시 흔들렸다. 순정은 바닥에 엎드려 지진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아이들 방에서 책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섞여 순정의 머릿 속을 채웠다. 두 번째 지진이 잦아들었고 순정은 기어서 현관으로 갔다. (-29-)

그날 밤에도 꿈을 꿨다. 난 여지 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화염과 마주했다. 꿈이었지만 진심으로 불을 끄고 아기를 구하고 싶었다.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아기의 울음소리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화염을 헤치고 나가면 몸을 웅크린 채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아기를 분명히 찾을 수 있을 터였다. (-53-)

소방관들이 연장을 들고 문을 부수고 있었다. 문을 파쇄하고 들어가면 또 문이 있고 또 문이 있었다. 건물 하나에 수십 개의 문이 있었다. 소방관들은 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불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길게 연결된 수관에 의지해 진입을 시도 중이었다. (-87-)

혼수상태에 빠진 늙은이의 내면이라고 하기엔 화염이 너무나 맹렬했다. 마음속에 제아무리 응어리가 많이 맺혀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대개 건물 한두 채 정도가 전소되는 수준이었고, 내면 레이어의 면적이 넓지 않아 발화원을 어렵지 않게 추적할 수 있었다. (-121-)

2층을 타고 온 불이 바르게 3층으로 번지는 중이다. 이 화재는 모텔 2층과 3층을 완전히 태운 뒤에야 진압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전에 요구조자를 데리고 빠져나가야 한다. 태주가 방화문 손잡이를 잡고 도리지만, 안에서 잠갔는지 문은 열리지 않는다. (-171-)

태오에게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보낸 후 베란다에 나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옆집 대문 앞에서 웅성거렸다. 옆집은 빌라와 빌라 사이에 낀 1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제치고 명수씨가 옆집으로 들어갔다. 저기다, 하고 한 사람이 이층집 옥상을 가리켰다. (-219-)

물론 알고 있었다. 비극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처럼, 이러한 일은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결혼을 하기 전 소방관이라는 영민의 직업에 대해 걱정하던 가족들과 지인들 앞에서도 아직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무엇이 괜찮은 줄도 모르고, 오히려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가진 사랑의 무게를 당신들이 알겠느냐며 속으로 경멸했다. (-247-)

가슴을 쓸어내리다 멈추고는 늘 그렇듯 내 심장의 고백을 듣는다. 그리고 변명을 일삼는다. 신은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다. 모두를 구하고 싶었으나 모두를 구하지 못했고 죽음을 최소화하는 길을 판단해야 하는 나도 있었다. 그래놓고 귀소하는 구급차 안에서조차 슬퍼하거나 절망할 겨를이 없었다. 다른 누군가의 구조 요청이 기자리고 있으므로, 긴박한 안내방송이 너무 생생하여 눈을 뜬 채로 꿈에서 깨는 날은 근무하는 동안에도 현실감이 없다. (-286-)

소방관, 경찰관, 군인, 나의 안전을 지켜주고,때로는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의미는 바로 그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은 우리의 위험을 도와주는 직업이다. 화재,수해, 화학제품, 태풍, 그리고 자연재해, 그들이 우리의 안전을 도와줄 때, 그들이 안전에 크나 큰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누군가 도와줄 수 없을 때가 있다. 최근 들어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이태원 참사처럼 예기치 찮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들 스스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강조한다. 여기서 소방관에게 인명 구조 , 생명을 살리기 위한 교육,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꼽씹어 보게 되는 이유는, 테마 소설 『소방관을 부탁해』 였다. 우리는 119에 전화해서, 소방관에게 나의 부탁을 들어다라고 할 때가 있다. 정작 그들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그들에게 희생, 아픔,비극이 떠오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매우 높은 곳, 들어가기 히든 곳, 그리고 깊숙한 곳,좁은 곳, 어두 컴컴한 곳, 안전하지 않은 곳, 닿지 않거나, 다칠 수 있는 곳에는 소방관이 있었다. 그들의 직업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으며,그들이 마주하는 비극은 현실과 꿈 속에서 머무르게 된다.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슬픔과 절망의 트라우마, 꿈에서 화재진압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소방관이 우리에게 소중한 테마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소방관이 떠오르고, 그들이 있어어서, 우리는 최소한의 안전을 소방관에게 맡길 수 있다. 따스함과 위로,고마운 마음으로서,그들을 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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