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바로 지금이 나야 - 여성 작가 20인의 인생과 언어
권세연 외 지음, 백미정 기획 / 대경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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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병, 마음의 우울에서 자유로워지고 엄마 본연의 모습으로 너그럽게 여유롭게 이름처럼 꽃답게 그렇게.

내 역할이 크게 필요하리라.

숨 가쁘게 달려온 팔십 인생 속에서 나를 찾지 못한, 그래서 못내 안타까워서 이제라도 투명하고 환함을 갖기를 바라는 나의 엄마.

그래.

내 역할이 크게 필요하리라. (-23-)

얼마 전 76세 생신이셨던 엄마는 온 가족 생일상을 항상 명절처럼 차려주셨다. 물론 , 엄마 자신의 생일도 그렇게 차리신다. 걷는 것이 예전만큼 자유롭지 못하시고 뒤뚱거리는 걸음과 느릿한 행동들이 눈에 띈다. (-51-)

너는 ,이 다음에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을 지닌 성숙한 어른으로 자란단다. 주변 사람들이 진심으로 너의 강인함과 신의를 칭송하게 돼. 그리고, 너의 온 삶을 통해 모든 것들과 더불어 그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고 깨닫게 되지, 스스로 행복할 줄 알고 넘치는 행복 에너지가 밖으로 흐러 이웃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지. 예쁜 이름 그대로 '은혜로운 구슬' 같은 존재가 된단다. (-91-)

이 보험은 20대 중반에, 30살까지만 살고 죽겠다고 결심했을 때 한평생 고생만 하셨던 엄마를 수익자로, 내 나름대로는 무척 비장한 각오로 가입했던 보험이었다. 그랬던 내가 39살이 되어, 40살부터 생명보험금을 1억원으로 유지하려면 매월 추가금을 내야한다는 설명을 듣고 있게 될 줄이야. 추가금액이 문제가 아니었다. (-156-)

결국 새싹은 마음의 병이 생기기 시작해써요.말수도 줄어들고, 색깔도 누렇게 변하더니 시들시들 힘이 없어졌어요. 친구들의 걱정스런 말에도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친구가 생기고 외롭지 않게 되었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거지?' 새싹은 어떻게 해야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210-)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들 때가 있다. 과거보다 더 좋ㅇ는 세사에서 살고 있는데, 그때보다 더 힘들다고 느껴진다. 삶을 견디느 것조차 포기하고 싶어지느 순간이 한번은 찾아오고, 멘붕에 바진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삶을 견뎌야 하는 순간은 언제나 찾아사고. 삶의 자국을 남기고, 삶의 흔 적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할 수 있다. 스무 명의 작가, 여성의 삶을 보면, 우리의 삶의 경험들이 응축되어 있었다. 딸로서, 며늬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지난날은 아픔과 상처였다. 때로는 우울하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아픈 기억을 웅켜잡고 살아야 할 때, 삶에 대한 회의감이 물밀듯이 밀려 오게 된다. 여행이나,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 책을 읽으면서, 여성의 삶, 다른 이들의 삶, 엄마의 삶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삶이란 결국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어서, 그래서, 위로와 치유가 필요했다.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위로, 나를 만든 조각조각들에 대해서, 소중히 여기고, 내 마음 속의 부정적인 씨앗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삶의 아픔의 흔적은 남기 마련이다. 엄마의 삶이 자신의 삶이 되었고, 그로 인해,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여유와 배려가 필요했다.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내가 나를 소중해 여기고, 어여쁘게 여기는 것,타인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내가 나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나의 자존감은 올라가게 되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나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결국 나의 삶과 나의 가치관은 나에 의해서,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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