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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평점 :
밤낮으로 숟가락을 날카롭게 만드는 데 매달렸다. 며칠이나 갈아댔는지는 모르지만 끝이 뾰족해진 게 느껴졌다. 아주 날카롭지는 않았다. 삐죽삐죽하고 울퉁불퉁했지만 그래도 금속 숟가락의 끝이 예리해졌다. 손가락을 대 찔러보니 통증이 느껴졌다. 겁이 나서 피가 날 정도로 찌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실험해 봐야 한다.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29-)
그리고 그날 저녁 이후 그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셸비의 남편인 제이슨 티보는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랐다. 우리가 아는 한, 남편이 최초이자 유일한 용의자다. 그는 여전히 용의자 신분이다. 순식간에 기자들과 경찰의 손에 부부의 비밀이 드러났고, 곧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제이슨의 친구들은 셸비가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극적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소질이 있는 여자라고 밝혔다. 그녀가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사이트마다 온갖 가십이 난무했다. 경찰에서는 페이스북 계정에 셸비의 실종경위를 정리해 올렸다. 무자비한 댓글이 달렸다. 위함하다고 해도 직접 당해서 온몸이 부서져야 할 여자, 라고 누군가 적었다. (-95-)
이제는 형사가 필요하지 않다. 지하실에서 잠든 누나를 발견한 것으로 위기 상황이 종결되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형사가 오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한밤중임에도 ,이 시간에 형사가 도착하는 바깥에서 대기 중인 구경꾼들의 관심만 불러일으킬 것임에도 형사를 집으로 오게 했다. 형사 때문에 집 밖은 불빛과 카메라로 요란해졌다. (-189-)
"잘 아네.의료 과실 소송 중인 사람이라고.메러디스가 증인이고,메러디스가 그 의사를 폭로하려고 했어.셸비나 메러디스에게 벌어진 사건과 관계없이 네가 메러디스 이름을 꺼내면 그 사람이 뭔가 눈치챌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우리 집 주소도 알게 되었잖아. 케이트 . 네가 알려줘서 . 서류에다 적어서 말이야. 우리가 메러디스 옆집에 산다는 걸 알면 메러디스와 같이 뭘 꾸민다고 생각할 거라고." (-283-)
며칠 전 세 가지 사건이 있었다. 제이슨의 도의로 경찰이 진행한 친자 검사에서 제이슨이 그레이스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 소식을 듣고 비아와 나는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일부일처제는 제이슨은 물론 셸비와도 거리가 먼 듯 했다.
다음 날, 닥터 파인골드 병원의 간호사가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화를 주었다. (-354-)
딜라일라였다.
수치심, 두려움, 배신감, 고통에 휩싸였다.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메러디스가 자살한 후 어쩌다가 딜라일라가 비아의 작업실에서 지내게 된 걸까? 11년동안이나 우리 집 뒷마당에 살고 있었음에도 난 전혀 몰랐다.
나 혼자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되었다. (-458-)
"다른 선택이 없었어. 딜라일라를 풀어주면 다 말할 테니까."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다. 비아가 깊이 숨을 내쉬었다. (-463-)
2017년 메리 쿠미카의 『굿걸』 을 읽은 바 있다.그 사이에 『디 아더 미세스 』 가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나온 『사라진 여자들』 은 『디 아더 미세스 』 의 후속 바전이기도 하다.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 메리 쿠비카의 『사라진 여자들』에서, 우리 앞에 놓여진 평범함 삶이, 어떤 일로 인해 망가질 때, 진실을 찾기 위해서,어떤 범죄, 어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용의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숨어있는 비밀, 가족에게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까지,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주인공의 공간적 흐름,시간적 흐름에 따라가 볼 수 있다.
가족이라도 서로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서로의 삶이 다르고, 비밀을 감추는 것이 때로는 편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가족 사이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 숨어있는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실종,납치,살인,자살이 일어날 경우가 나타날 때가 바로 그런 경우다. 소설에서 주인공 메러디스, 딜라일라, 그리고 이웃에 살고 있는 셸비가 실종되고 말았다. 경찰과 형사가 등장하고, 주변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셸비의 남편 제이슨 티보가 유력한 용의자로 콕 찝어 버리고 만다. 형사의 용의자 추적, 그리고 가설과 증거를 모으는 가정에서 출산 도우미 메러디스, 그리고 메러디스의 딸 딜라일라와 실제 출산을 하였던 이웃 셸비 의 이상한 동선이 관찰되고 자살과 납치,살인이 이어지게 된다.
특히 이 소설은 11년간의 시간적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앞에 어떤 살인이나 납치 , 자살이 발생할 때, 대체적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가장 힘이 쎄거나 가장 험악하거나 ,가꾸운 사람이거나,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을 유력한 용의자가 될 개연성이 커질 수 있다. 소설 속 셸비의 남편 제이슨 티보가 그런 경우다. 여기서 작가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제이슨 티보가 유력한 용의자이지만,그가 용의자이든 아니든 주요하지 않다. 만약 우리가 생각했던 용의자가 용의자가 아닐 경우, 실제로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고, 메러디스, 딜라일라, 셸비를 다 아는 이라면, 그가 왜 범죄를 저지르고, 진실을 은폐하고, 그 범죄가 어떤 파장을 낳는지 짚어보게 된다. 즉 범인이 누구인지 찾게 되고, 그 범죄의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그 범죄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사람이 얻게 되는 물적,인간적 피해는 누구에게도 보상받을 길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내 앞에 놓여진다고 하면,그 억울함을 누구에게 풀 것인지 물어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