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진실 특서 청소년문학 29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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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 고등학교 '우리들의 목소리' 오픈 채팅방

환영합니다. 나경 고등학교를 더욱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여러분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 주세요.

202X 11월 1일 일요일

제갈윤님이 들어왔습니다.

안녕, 나경 고등학교 학생 여러분.

이제 내 빈자리에 익숙해지셨나요?

내 죽음에 책임이 있는,

엔지 시네마 부원 네 명에게 각각 편지르 보냅니다.

하지만 모두들 클릭해서 읽어보세요.

여러분도 내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누구나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12-)

오해 3월의 마지막 날, 윤은 야자를 마치고 옥상으로 올라가 가방을 고이 벗어 놓고 뛰어내렸다. 그렇게 조용하던 애가 개교 이래 가장 쇼킹한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당연히 학교는 뒤집어졌다. 하필이면 나경 고등학교는 수녀님이 교장인 가톨릭 고등하교였고, 학생들은 자살이 가톨릭 교리에서 가장 큰 죄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한 술 더 떠 윤이 죽은 다음 날은 만우절이었다. (-17-)

그래서 교육청에 직접 제보하겠다고 하교를 협박한 걸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가슴이 답답했다. 네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과연 진실일까. 진실을 확인해줄 유일한 사람은 이제 우리 곁에 없는데.

"이제 가도 돼요? 7시에 과외 선생님 오시는데."

"아니 , 조금만 더, 그날 밤 일은 어떻게 된 거지? 성규와 우진이는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동호는 심드렁한 얼굴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던 우진과 성규의 절박한 얼굴이 떠올랐다. (-98-)

아이들은 아름다웠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과거로 돌아가 그 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왜 자신에게 반지를 맡기려 하는지,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지 두 손을 잡고 묻고 싶다. 그리고 내가 힘이 되어주겠다고 말하고 싶다. (-160-)

소설 『너만 모르는 진실 』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삶에 있어서, 법과 도덕이 존재하며, 어떤 일이 발생할 때,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인 책임이 뒤따를 때가 있다. 법적 책임, 도덕적 책임, 그 두가지를 서로 엮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떤 것을 해내고, 무언가를 완성해 나갈 때, 결과가 나쁠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의도와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가 있었다. 원칙에서 벗어날 때, 은폐 되돼어질 때, 우리는 자괴감을 느끼게 되었고, 무언가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소설 『너만 모르는 진실 』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일의 원칙에 대해서,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스스로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물어보고 있었다.

소설 『너만 모르는 진실』 앞부분에는 제갈윤의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갈윤은 나경 고등학교 옥상에서 뛰어서, 자살을 선택하였지만, 죽지 않았다. SNS 카톡에 제갈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편지를 네 장 남겨놓고, 메시지를 남겨 놓고 떠난 아이, 그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은 법적으로 책임은 사라지고 없지만 도덕적 책임은 분명했다. 제갈윤 앞에 놓여진 사건, 목격자가 있었고,그 목격자는 진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 상황이 놓여질 때, 각자 조심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 죽음 앞에서, 서로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지며, 어떤 일에 대해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정작 진실을 은폐함으로 인해 피해자느 2차 피해자가 된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처한 현실, 자살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 그러한 조건들은 모여서, 서로 아픔이 되고, 슬픔으로 이어지게 된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복수를 하고 싶었다. 나경고등학교에 다니는 제갈윤은 죽었지만,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침묵을 지키게 된다. 도피하고, 회피하려는 인간의 심리는 항상 진실 앞에서 침묵을 선택하고, 사실을 은폐하기를 원한다.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슬픔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현실 속에서, 그래서 속상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명분을 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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