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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 - 요양병원 한의사가 10년간 환자의 생로병사를 지켜본 삶의 기록!
김영맘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아무리 가까이에서 늙음과 병듦, 죽음을 관찰해도 아직은 노년의 삶이 제삼자의 일처럼 느껴진다. 다만 영원히 늙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젊은 날을 조금 더 의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과 늙고 병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요양병원에서 늙음을 관찰하며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늙는다는 건 젊은 날을 살아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남았기에 젊은 시절을 보내고, 오늘날까지 늙을 수 있는 것이다. (-14-)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아흔이 넘어 백세에 다다른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상수를 앞둔 노인께 실례일수 있지만 모두 얼굴이 매우 귀여우시다.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진 아기의 얼굴이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일까? 손녀뻘인 나에게 애교넘치는 말과 생글생글 눈웃음으로 인사하실 때면,나도 빙그레 웃게 된다.미용 시술이나 성형으로는 흉내 내 수 없는 절대 동안의 비결은 '귀여운 미소'다.
또 하나는 '부지런함'이다. 요양병원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규칙적인 일과를 보내신다. 정말 편찮으실 때를 제외하고는 워커를 잡고 복도를 왕복하는 보행 운동을 하시거나, 앉아서 손뼉을 치며 햇볕을 쬐거나, 가방과 서랍 속 옷가지와 물건을 모두 꺼내어 정리하는 등 여하튼 늘 무언가를 하고 계셨다. 97세까지 고혈압, 당뇨 그 흔한 질환 하나 없이 무병장수하셨던 나의 외할아버지도 새벽 5시면 일어나 논밭에서 일하시고, 자전거를 타고 온 마을과 읍내 장터를 돌아다니시며 집안 대소사를 챙기셨다. (-68-)
추어탕 추억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추어탕의 계절이 다가온다.
빼빼 야윈 첫 손녀를 위한
울 할매의 추어탕이 끓여진다.
물 맑은 청도 땅
논두렁 밭두렁을 휘젖던
힘 좋은 자연산 미꾸라지
소금 팍팍 치면 양재기가 요동친다.
호박잎 박박 문질러
뽀얀 국물 우러나도록 달이고
뼈째 갈아 배추 넣고 팔팔 끓이면
맛있는 할매표 추어탕이 된다.
지피가루 한 숟갈 넣어주며
한 그릇 후딱 튼튼해져라.
잔소리 한 소리 보태어진
첫 그릇은 언제나 나의 몫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추어탕의 계절이 다가온다.
밥 한 술 못 넘기가 돌아가신
울 할매의 기일이 다가온다. (-139-)
우리 가족은 치매에 걸리신 아버님을 간병하고 있다. 자식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자 운동, 식단관리, 경제적 노후 준비까지 철저히 관리해온 아버님인데도 언 날 갑자기 찾아온 치매에 180도 다른 삶을 살고 계신다. 이런 아버님을 위해 우리는 3년간 간병에 정성을 들이고 있고, 병원에 모셔야 할 것을 대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197-)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돌아가시는 것은 순서가 없는 ,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인간의 삶 또한 동물의 삶과 비슷할진데,인간은 삶에 너무 집착을 하고 ,욕망과 번뇌에 시달리고 있다. 가끔 우리는 삶을 찬찬히 응시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 요양원,요양병원에 가야 하는 운명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어서다. 치매,노후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 고려장이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이젠 그런 삶은 사라졌으며, 그 자리를 요양원,요양병원이 대체하고 있다.
저자 김영맘님은 요양병원 한의사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할머니의 건강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임신이었을 때도, 어르신들의 몸을 진료하면서, 노년, 노후 준비에 대해서, 스스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때로는 힘이 들었고, 때로는 버거울만 하건만, 삶이란 죽음을 응시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스스로 절감하며 살아고 있다. 즉 우리는 언젠가 세상과 이별하게 된다. 너무 죽음에 대해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것도 좋지 않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안에서, 치매,알츠하이머 병, 파킨슨 병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그럴 경우 그대그때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이 좋다. 노년이 되면, 어린이가 되건만, 배변 문제에 있어서, 남의 손에 의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민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술에 의해 노년의 배변문제를 인간이 아닌 기계의 도움으로해결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백살이 되어서, 상수가 될 때,우리 앞에서, 선택과 결정은 오롯히 내 몫이 될 수 있다. 질병과 죽음에 가까이 있었던 저자에게 삶이란 우리에게 주여진 현실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다. 100세가까지 꼿꼿하게 살아가고 싶은 그 마음에서 한 권의 책을 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