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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 - 개정판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10월
평점 :
<<넣는 동안만 잠깐 뜨거울 거예요>> 끓는 물에서 꺼낸, 잔뜩 오그라든 작고 붉은 막대기. <<늘어나요.보시면 알거예요>> 나느 수술대 위에 있었다. 다리 사이로 반백의 머리카락 그리고 핀샛 끝에서 흔들리는 붉은 뱀만니 보였다. 그것이 사라졌다 . 끔찍했다. (-7-)
낙태 시술자는 내 이름을 묻지 않았다. 이름을 지어 내려고 했는데, 학교를 기억하기느 쉽다. 그것은 무고해 보이며,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저 애를 사립학교에 보내면 더 잘 배울 거야.아이들이 더 단정하거든>> 몸가짐이 단정한 .너무 쉽게 벌어지는 다리. 사립학교의 훌륭한 교육. 모네트는 이미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손님들에게 사과했다. (-59-)
더는 생각할 수 없다. 인간성. 그것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어디나 마찬가지다. 나 같은 창녀에게도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르를 공경해라>> 모든 게 엉망이 됐다. 더 최악은 그들이 나쁘거나 엄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에서, 시내의 가게 앞을 거닐면서, 책을 읽으면서 비교하는 법을 배웠다. (-115-)
나는 대외적으로 부모님을 많이 존경한다는 것을 보여줬고, 부모님을 좋은 품성을 가지신 권위적이면서 혹독한 이들로 소개하는 것이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는 증거임을 깨닫기 전까지 부모님에 관해 절대 말하지 않았다. 다른 여자애들처럼 되기 위해서 나는 싸움의 이유를 바꾸었다. 내 부모님은 절대 할 수 없는 거절을 그들이 했다고 뒤집어 씌웠다. (-147-)
흘러내리는 올림머리. 목더미. 남자아이들의 목,반듯한 목, 우묵하게 들어간 목,기울어진 목, 무엇을 고를까. 어떤 것을 비밀스럽게 애무해줄까. 그가 돌아볼 때까지 뜨거운 시선을 보낸다. 큰 창으로 다른 회색벽과 아주 조금의 하늘이 보인다. 오래된 꿈, 초등학교 수업시간의 꿈,그것이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문이 단단하 닫혀 있는 학교. 오직 학교만으로도 부모님 집에서는 더는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 (-207-)
어쩌면 교수 자격 시험도 어머니는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성폭행을 당한 것이리라 생각할 것이고, 가능하면 아랍인에게 당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 것이다. 내가 죽는다면, 그들은 헛되이 일했다는 사실에 미쳐버릴 것이다. 니니즈. 그들은 가게를 닫을 것이다. (-227-)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프랑스인 아니 에르노의 몫으로 돌아갔다. 아니에르노는 1940년 일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의 이브토에서 자랐으며, 자신의 삶, 자기의 삶을 쓴 자전적 소설 『빈 옷장 』으로 등단하였다. 이 소설에서는 르쉬르 카페 식료품점이 나오고 , 주인공 '드니즈 르쉬르' 였으며, 자신의 삶 속에 심리묘사가 우리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 『빈 옷장』의 앞부분은 드니즈 르쉬르의 낙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생리가 가능한, 생명을 만드는 자궁을 가진 스무살 소녀, 그 소녀의 아이에 대해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오로지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결을 서른 넷,1974년에 스무살의 이야기를 서술할 뿐이다. 허구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불안이라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였던 아니 에르노는, 자궁, 생리,낙태에 대해 부정적이면서,더럽게 느껴지는 그 무언가에 대해 말하였으며, 허구를 배제한채,진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보여진다.특히 소설 속 정서가 서양 사회를 담고 있지만, 동얀의 유교적 관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낙태,그리고 인간성이 배제된 사회와 가정을 고발한다.
사랑은 하되 낙태는 안된다.그리고 생리를 불결하고 더럽게 생각한다. 그안에서, 우리 사회 뿐만 아니아 , 아니에르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드니즈 르쉬르가 어린 시절 부르주아와 빈곤 사이에서 보았던 여러가지 경험들이 내면속 가치관으로 정착하였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창녀로 낙인 찍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성에게 주어진 억압과 차별, 사회가 강요하는 순수하고, 착하는 여자아이들에 대한 환상과 허구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원이며, 건강한 사회에서 벗어난 통념이었으며, 여성에 대한 혐오가 지금까지 우리 삶에 반영되고 있었다. 그러한 삶에 대해서,사회가 언급하고 있는 모순과 위선, 그러한 것이 허구를 진실인양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또다른 자화상이다.최근들어 우리 사회가 강조해온 젠더 감수성이 왜 수면 위에 다시 떠오르는지 ,그 사회적 흐름과 트렌드의 한 가운데에 아니 에르노가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현 상황에서, 아니 에르노가 살았던 1970년대의 정서를 본다면, 지금 살아오고 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이해할 수 있고. 여든이 넘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탈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