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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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살얼음판이었던 집에서 나는 죽고 싶었다. 그러나 밖에서 보면 우리 집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가정처럼 보였다. 삼시 세끼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하지도 않았고 부모님 모두 술, 외도, 도박, 사치 등과는 거리가 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분들이었다. 나는 1980년 대 가정 대부분이 그랬듯 다른 아이들만큼 혼나고 맞으며 자란다 생각했다. (-16-)

아이는 무작정 착하기보다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야 한다. 그리고 아이답게 커야 건강하다. 아이답게 큰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발달 수준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원래 인내심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감정적이어서 때로는 짜증 내고 , 고집도 부리고 말썽을 피우면서 부모를 속상하게 한다. (-49-)

진짜 어른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스스로 얼마나 독립적인가' 다. 아무리 부모 자식, 형제지간이라고 해도 각자는 다른 인격체다. 다른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햐서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히고 설킨 관계가 너무 많다. 그 안에서 서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통받는 관계들이 얼마나 많은가. (-96-)

외할아벋지의 반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어머니는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다는 어머니는 그 한을 오십이 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풀었다. 검정고시를 치고 전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고 후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170-)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문결혼치료사가 되고 난 후 주변에서 어떻게 애 셋을 키우면서 그 힘든 공부를 했냐고 자주 물었다. 미국에서 전문 심리치료사가 되려면 상담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도 3000시간의 실습을 채워야 한다. 그 후에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전문 결혼가족치료사가 될 수 있다. (-211-)

결국 '진짜 어른'은 사회적 지위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내면이 성숙한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불혹을 넘긴 나도 이 세상에서 머물고 떠난 자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매일 고민하고 반성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39-)

1980년대 그땐 그랬다. 자신의 삶보다 타인의 삶을 우선해왔다. 학교 공부를 한다는 것이 사치였고, 나 자신을 우선하는 것 또한 미친짓으로 생각한다.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 배타적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 왕따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온 삶이 있다. 돌이켜 보면 유교적 관습을 중시하면서, 사회적 금기와 개인적인 금지가 노골적인 모습 속에서, 세상이 만든 사회적 미덕 속에 내면의 욕망은 숨기면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있다. 작가 원정미, 불혹의 나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결혼관련전문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엄마가 살아온 지난날의 기억들은 작가의 내면 아이속에 품고 있었다. 우리 사회 안에 숨어 있는 관습은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면서 살아야 했던 지난날은 삶의 억압과 핍박의 원형, 그 자체였다. 그러한 삶이 켜켜히 쌓여서,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즉 이 책 속에 남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부모와 가족이 있다. 나에 대해서, 일일히 알고 있지만, 그것이 상처와 독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극히 평번한 가정 속에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고 싶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심리적인 상처의 근원을 보면, 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가 살아온 가정환경과 엮이게 된다. 내 삶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선택과 결정들이 내면 속 컴플렉스와 트라우마와 엮여 버렸으며, 가장 사랑하지만, 그래서 더 미운 존재,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늘 이방인으로 살아온 작가의 삶 그자체였다.

책 속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우리의 삶이 자가의 삶과 비슷한 형태로 살아왔다. 부자도 아닌, 빈자도 아닌 삶, 그럼에도 불행하다고 생각해 온 삶의 편린,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부모는 나에 대해 화풀이를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느끼질 수 있다.어쩌면 작가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 조금씩 멀찍이 떨어져 살아낸 이유, 상처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내기까지 걸린 시간과 용기를 이해한다면,우리 삶에 대해서, 타인의 삶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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