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희 - 난설헌의 사라진 편지,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상 수상작
류서재 지음 / 파소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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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는 낮에도 사람이 없고

뽕나무에는 부엉이와 올빼미가 울고 있네.

옥섬돌에는 차가운 이끼넝쿨이 있고

빈 누각에는 참새들이 살고 있구나

말과 수레가 바쁘게 오가던 곳이

지금은 여우 토끼 언덕이 되었네.

달인의 말씀을 이제 알겠으니

나는 부귀를 구하지 않으리라.

<감우 > 느낌대로 노래하다. (-22-)

초희의 표정은 변함이 없고 목소리는 단단했다. 달빛을 받은 녹의 홍상에 차고 서늘한 푸른빛이 일었다. 초희는 오른손으로 붉은 치맛자락을 여며 쥐었다. 어느 소나무 가지에서 눈이 뭉텅 떨어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147-)

초희야,밤에는 잠을 잘 자고 밝은 날에 와주겠니?

딸의 목소리르 끊어내는 허엽의 말은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허엽의 머릿속에는 여러 명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조정 중신들 간에 격론이 불고 있었다. 몸이 피곤한 날이었다. 허엽은 종이 위에서 한가로이 피어난 난을 쳐다보았다. (-219-)

허엽 : 힘을 쓸 줄 아는 자는 칼을 사용할 것이고, 글을 아는 자는 붓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들은 붓과 칼을 모두 사용했으니 배가 고픈것이 아니라 정신이 고픈 것입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법은 알고 사람은 모른다 할 것입니다.

김첨 :법은 미욱하고 어리석은 소견을 가진 백성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강력한 힘으로 속된 마음을 교화시키는 거지요. 법이 강력하면 백성은 함부로 나서지 않게 됩니다.법은 평화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320-)

동쪽의 하늘로부터 부옇게 날이 새고 있었다. 허봉은 서안 앞에 꼿하게 앉아서 밥을 세웠다. 그 전날 입고 나갔던 옥색 도포차림 그대로였다. 허봉은 갓도 벗지 않았다.아버지 허엽이 선조의 부름을 받고 한양으로 올라오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402-)

소설 『초희 』의 주인고은 허난설헌이라 부르는 허초희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 아버지 허엽은 조선 1517년에 태어나 1580년에 사망하게 된다. 이후 허초희의 오빠이자,조선중엽 시대적 아픔과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였던 『홍길동전』 을 쓴 허균(1569~1618) 이 있었으며, 허엽의 자녀로 허성과 허봉, 허초희, 허균,이렇헤 다섯남매는 글과 문장에 있어서 빼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은 선조 임금때를 가리키고 있었으며, 조선초기에서 중엽으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조선의 역사 500년 중에서,가장 평온했던 시기를 지나, 임진왜란이 발발하던 시기에, 허초희가 중심에 있었다. 여류시인으로 불리었던 초희는 아버지 허엽의 영햐을 받아 글에 있어서 빼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이 소설에서, 우리는 그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작가의 입을 통해 꼼꼼하게 집어나가고 있었다. 신사입당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예술적 혼을 가지고 있었던 허초희의 삶이 아버지 허엽을 닮아, 그 시대의 단호함과 엄격함을 엿보게 된다. 패도정치와 왕도 정치에 대해서, 조선의 문신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그 시기, 서로 갈등 속에서 법도에 따라 살아왔던 조선의 모습이었다. 그 시대에 허균과 허초희는 삶의 숨구멍 그자체였다. 사람들의 말과 생각을 글과 예술에 담아내고자하였으며, 권력의 힘에 좌우하였던 무화가 허초희의 내면, 여성의 삶과 심리적인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난설헌의 사라진 편지 』라고 부르고 있었던 그 이유, 허난설헌의 편지 속에 숨겨진 아픔과 슬픔, 송씨 부인과 허초희 사이의 내면적이 갈등이 소설의 핵심 스토리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삼강오륜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선조 임금시대의 여러가지 사회적 모습 뿐만 아니라, 칼을 대신하여,붓과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벽장 속에 시를 쓴 종이를 감추어야 하였던 허초희의 삶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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