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세상 끝을 향한 경주 [할인] ㅣ 생각하는 돌 26
리베카 E. F. 버론 지음, 김충선 옮김 / 돌베개 / 2022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남극에서 돌아온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1906년,스콧은 남극 대륙을 향해 두 번째 탐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실패를 맛보았던 그곳에서 승리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였다.
즉각 극지용 차량 제작에 나섰다. 프랑스 파리, 영국 버밍엄, 노르웨이 페퍼르에서 걸출한 극지 탐험가들과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기계장치 개발에 착수했다. 그런데 남극 탐험을 계획하던 와중에 스콧은 영국 해군의 함선으로 돌아가야 했다. (-16-)
'무 조력'이란 온전히 자기의 힘만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헨리 워슬리는 격렬하게 불어닥치는 맞바람과 싸우며 해발 3,000m 이사의 고지대를 혼자서 한 걸음, 한 걸음, 어떤 도움도 없이 자신의 펄크를 끌며 스스로 나아갔다. 동력 차량은 물론이고 돛이나 연도 이용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두 다리로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36-)
1901년 7월 31일 원정대가 런던을 떠났다. 템스강에서 디스커버리호가 출항할 때 강변 양안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나와 환호했다. 그로부터 23주 후 디스커버리호는 남극 대륙에 도착했다. (-55-)
루 러드는 남극에서 차츰차츰 굶주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 고통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성공하려면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헨리 뤄슬리와 벤 숀더스가 했던 그대로를 반복하면서 최초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건 어폐가 있었다. 루의 훈련, 경험, 영양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남아있는 유일한 변수는 경로였다.
남극 탐험에서 루트 짜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남극 대륙을 덮은 빙원의 상당 부분은 크레바스라고 부르는 깊고 넓은 균열로 가득 차 있다. (-77-)
루 러드와 콜린 오브 레이디는 인간이 간신히 생존할 수 있는 극한의 광야로 향하려는 참이었다. 유니언 글레이셔 캠프에 설치된 텐트에 홀로 남은 두 남자는 구조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만들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두 사람은 모은 물품을 다시 확인했다. 의사들을 만나 다시 진료도 받았다. 부엌에서 조리된 마지막 음식을 먹고 캠프에 설치된 전화기를 이용해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했다.
그러고 나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 (-121-)
'푸줏간'에서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24마리의 개들이 도살당했지만 신선한 고기를 먹은 살아남은 개들의 털에서 윤기가 다시 돌았고 눈빛에선 굶주림이 사라졌다. 아문센과 대원들도 잘 먹고 쉬었다. 모두가 기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속에서 이곳은 죽음으로 영원히 각인되었다. 새로 활력을 얻기까지 엄청난 대가를 치렀던 것이다. (-169-)
19세기에 태어난 로버트 팰컨 슼콧, 그리고 로알 아문센이 있다. 20세기에 태어난 헨리워슬러와 루러드 대위, 콜린 오프레이디가 있다.이들 네 사람은 지구의 가장 추운 곳, 남극점으로 탐험을 떠났으며, 무지원 unsupported,무조력 unassisted, 단독횡단으로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 말은 이 네사람이 남극으로 가기 전, 남극에 인간의 발자국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으며,미지의 땅에는 야생 그대로의 삶, 펭귄과 같은 두꺼운 털옷을 지닌 극한 환경을 버틸 수 있는 바다 동물들의 자원 보고 였다.
목숨을 건 도전, 무모하지만,도전 해볼 만 했다. 거친 바람과 맟서서, 죽음이 아니면, 생존 그 자체였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걸음한 걸음, 네명의 탐험가는 앞으로 전진할 뿐이었다. 바람이 닿는 곳은 꽁꽁 얼기 일쑤였고, 죽기 직전에 놓여지게 된다. 손과 발의 상처는 기본이었으며,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 남극의 3000m 고봉을 넘어가기에는 용기가 필요하였고, 숨 고르기가 필요했다.
사람이 죽었고, 동료는 그 죽음에 대해 애도한다. 그리고 죽음을 기리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었던 이유,동물과 다른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세상으로 떠난 네명의 위대한 탐험기』 속에 녹여 내리고 있었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며, 과학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그들은 바람에 맞서면서, 하루 5시간 앞으로 전진하지만, 7km 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주어진 식량마저 다 떨어져 가는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목표지점, 남극점에 다다를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바람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쓰레기처럼 내리는 눈도 위대한 도전을 가로막는 문제였다. 더군다나 남극은 거친 상처로 얼룩져 있는 땅이 존재한다. 크레바스에 빠진다 하여도, 구할 기이 만무한 곳, 오로지 운과 신에 의지해,텐트와 침낭, 그리고 추위를 느끼면서,남극 고원 황야 속에 파묻혀 버리곤 한다. 더군다나 눈앞이 안 보이는 화이트 아웃,그 암담했던 순간에서 처절하였고, 잠잠해지길 바랐던 탐험가의 고난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은 '역사적인 날!'을 두 발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