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에베레스트까지 - 한 평범한 사람의 7대륙 최고봉 등정기
이성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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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등산'과 '등반'이 대표적이지만 나는 '산행'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이에 대해 약간의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 영어권에서는 하이킹, 클라이밍, 트레킹, 마운티니어링 같은 말을 쓰는 데 의미의 차이가 선명하다. 이에 비해 등산과 등반은 의미 변별이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지만 암벽 등반,빙벽 등반 같은 용례에서 보듯이 어느 정도의 전문 기술과 장비를 요구하는 행위를 등산과 구분하여 등반이라 하는 모양이다. (-9-)

"야마초마가 무엇인지 아시느지요?" 가이드가 내게 넌지시 묻는다."맛없던데, 심한 노린내에다 질기기만 하고." 가이드가 내 답변에 동감한다는 듯 빙긋 웃는다. 언젠가 카이로의 식당에서 특급 요리라는 아프리카 야마초마를 시키고는 몇 점 먹다가 만 적이 있다. 야마초마란 스와힐리어로 고기를 의미하는 야마와 불을 의미하는 초마가 합쳐진 단어로 고기구이를 뜻한다. (-21-)

검은 광야를 이룬 정상 분화구와 그 언저리의 만년설,만년설은 '아직 죽지 않았다' 고 말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지구 온난화의 위기 앞에서 곧 사라질 운명이다. 사진 상단 운해 위로 보이는 산이 마웬지봉이다. (-43-)

"엘브루스를 즐기세요.행복한 산입니다."블라디미르가 캅카스산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캅카스는 나란히 뻗은 두 산맥인 볼쇼이 캅카스와 말리 캅카스로 이뤄졌는데, 엘브루스는 볼쇼이 캅카스의 최고봉이다. 말리 캅카스의 길이는 볼쇼이 캅카스의 절반인 600km 다 이 두 캅카스산맥을 중심으로 러시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이란,튀르키예 등 여섯나라가 산자락을 나눠 자리잡고 있다. (-107-)

에베레스는 등반은 죽음의 지대를 통과해야 하는 일이다. 결코 여행 같은 산행이 될 수 없다.날씨, 사고, 팀워크 등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상존한다. 행운이 따라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패를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또 시도할 것이지만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다. 내년 등반 시즌까지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재등반해야 할 디날리도 쉬운 산이 아니자. 이 두 산은 재등정을 시도해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123-)

빈슨 등반 시즌은 11월~1월까지 3개월 정도인데,이 기간동안 베이스캠프의 평균 기온은 섭씨 영하 30도다. 눈은 많이 오지 않는다. 남극 대륙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50~70 mm 에 불과하다. 약 200만년 동안 강수가 없었던 지역도 존재한다. 남극대륙을 '하얀사막'으로 부르는 이유다. (-203-)

디날리의 등반 룰이 엄격해진 데는 자연보호가 큰 이유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우선 이곳에는 히말라야에서처럼 포터나 세르파 같은 인력이 없다.흔히 에스키모라고 통칭하는 이누이트를 비롯한 알래스카 원주민은 지극히 자연에 밀착하여 사는 사람들이다. 가족 중심으로 반유목적 생활을 하며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들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영위해 왔다. 국가 개념도 없었을 분 아니라 부족 사회에서도 상명하복의 문화는 없었다.그들의 리더는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존경받는 원로에 가까웠다. 이런 사람들이 누군가의 통제를 받으며 포터 역할을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257-)

돼지들이 집 주변 곳곳을 돌아다닌다.우리들에 대한 경계심도 없다. 돼지 말고는 눈에 띄는 가축이 없다.이 마을에서는 방목하는 돼지가 유일한 가축이라고 한다. 어느 초막 앞에서 세 아이가 뛰어온다. 우리 팀의 포터 한 명이 마주보며 달려간다. 포터가 아이들을 얼싸안으려는데 여의치 않다. 짐을 몸 앞뒤로멨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포터의 양팔에 안긴다. 포터는 보따리에 간식이 든 비닐봉지를 꺼내 아이들 손에 쥐어 준다. 온믈 먹을 자신의 행동식이가. 우리가 가져온 가공식품이다. (-311-)

여행은 낯선 곳에서 익숙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때로는 즐겁고,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 여행이 주는 생경함의 특별한 선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여행은 매우 위험한 성격을 지닐 수 있다. 인간이 위협을 할 수 있지만, 자연이라는 거대함과 맞서야 하는 여행도 있기 때문니다. 평지라는 안전지대에서, 생존이 아닌, 여행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높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종은 인간밖에 없다. 등산,등반이라는 이름으로, 정복하기 좋아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걸 좋아하는 특이한 인간이라는 종이 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저자 이서인은 그렇게 남산 등반을 즐겨하던 와중에, 7대륙 최고봉을 올라가기로 하였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미와 남미, 그리고, 남극 최고봉과 북극 최고봉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익숙한 산 , 킬리만자로와 에베레스트가 있다. 그리고 낯선 이름 아콩카과, 엘브루스, 빈슨, 디나리, 칼스텐츠 산이 있다. 단순히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계획이 우선된다. 혼자서 등반하는 것이 아닌 포터나 세르파의 도움을 구하기 때문이다. 높은 산,최적의 날씨에 맞게 등반을 하게 되고, 저자 또한 등반 과정에서, 큰 위기를 체득하게 되었다. 등반하기 전 유언장을 남기고, 단순히 산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서, 산이 가지는 큰 경이로움과 마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동상과 설원과 함께 하였다. 포기하게 되고, 남극 최고봉 혹은 북극 최고봉은 주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오롯이 베이스캠프와 나의 두발에 의존하여 등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저자의 간접적인 경험에 의존하여, 최고봉을 터전으로 하는 주민, 다양한 종족들을 보게 되고, 대한민국 정서와 다른 그들의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 자연과 마주하게 되면, 인간 스스로 겸허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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