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서울 한양도성을 따라 걷고 그려낸 나의 옛길, 옛 동네 답사기
이호정 지음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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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를 걷다』 라는 코너로 시작된 첫 원고의 장소는 최순우 옛집과 성북동 일대의 서울 성곽, 지금의 서울 한양도성이었습니다. 옛집의 삐거덕거리던 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두근거림, 성곽의 낮은 담장 위에서 놀던 동네 아이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로 기관지가 재편될 때까지 8년동안 저의 답사는 두 달에 한 번씩 계속되었지요. (-7-)

성북동 126-20번지. 긴가민가하며 들어선 ㄱ 자 골목 끝에서 우리는 낡은 현판이 걸린 한옥 한 채와 마주하였습니다.해 방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미술사학자로서, 전통문화와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혜곡 최순우(1916~1984) 의 옛집이엇습니다. (-79-)

그것은 우리가 광화문 앞에서, 또는 인사동과 같은 오래된 장소에서 느끼는 역사적 체험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습니다. 조선의 도읍 '한양' 으로부터 비롯된 '역사 도시' 라는 명칭이 걷애하고 복잡한 서울을 설명하는 하나의 수식어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멀리서 보면 켜켜이 쌍여온 시간과 공간의 자취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대의 도시공간과 관계 맺고 있는지, 얼마나 견고한 밑바탕이 되어 한 도시를 떠받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143-)

동네는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골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북한산의 삼각 봉우리는 저만치 나앉아 뵈지고 않고, 비스듬히 내리 뻗은 능선들은 족두리봉에서 향로봉,비봉,사모바위, 문수봉까지 그야말로 산 다니던 시절의 아련함이 잔뜩 묻은 곳이었습니다.거기서 북한산서을 따라 백운대로 가는 길은 또 어찌나 멀고 까마득했던지요.애꿎은 등산화만 내려다보며 걷다 보면 쥐똥같이 작게 보이던 백색 바위가 코앞에서 거대한 암릉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205-)

궁지에 내몰린 고종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 마지 못했던 선택이 었지만, 한편 새판을 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쌀쌀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경복궁 영추문을 바져나와 급히 러시아공사관으로 향하던 그의 기분을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타국의 공사관으로 야반도주한 모양새가 되었어도, 자의든 타의든 고종은 이때부터 독립국으로서의 '대한제국'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만는 확실합니다. (-270-)

도시는 백년 남짓 동안 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인위적으로 필요와 목적에 의해 지워지곤 한다. 서로 합의된, 어떤 목적에 따라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길을 지우개로 지우듯 갑자기 쓱싹 지워질 때가 있다. 실제로 내가 사는 곳에서, 과거에 만들어진 철도 길이 사라진 그 흔적을 따라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철도역사가 이전함으로서,그 철도역을 중심으로 나 있었던 길이 사라지게 된다. 어떤 큰 건물이 사라질 때,그 건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길이,그 건물을 없애서나 이동할 때,자연스럽게 길의 필요조건이 사라지게 되고, 건물과 같은 운명에 놓여질 때가 있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한양 도성에 대해서,저자가 역사적 흔적을 찾기 위해서,주목한 것이 과거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옛길은 옛 동네의 정취와 서로 강응한다.

길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필요에 따라, 구역을 나누곤 하였다. 한양 도성, 최순우 옛집을 따라가면서,만들어진 과거의 길은 인간적인 미와 자연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비뚤빼뚤하였지만, 정감이 있는 그런 좁은 길이었다. 사람이 모여드는 옛길이다. 도리어 현대에 와서,거대한 중장비를 이용하여,길을 확장시키고, 곧게 뻗는 길을 보면서,신작로라 불리는, 인위적이면서,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는 자연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래서, 길을 좋아하고,역사를 좋아하며, 문화를 아끼는 이들은 항상 길을 따라갈 때가 있다.미디어가 발달하여도,내눈으로 직접 목도한 길에는 그 안에 여러가지 우리의 삶이 기록되어 있었으며,누군가의 삶이 기억될 수 있었다. 길에는 역사와 사람,관계가 숨어 있다. 조선시대,일본침탈 이전에 존재하였던 네개의 문, 그 문들이 한양을 지키는 문지기였으며, 그 당시 조선은 망국으로 가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 하지만, 길이 있었기 때문에,우리는 길에 대해서 추억하게 되고, 낡은 길, 좁은 길 안에 ,인간이 지나온 발자국을 찾을게 된다. 최근 들었던 지역 문화 아카이빙 수업에서, 드론에 의해 띄워진 도시의 모습 속에 길을 주목하였던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길은 이어지고, 다시 끈허지며, 필요에 의해 다시 연결된다.그리고 그길은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리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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