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와 회귀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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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구애는 암컷 몸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원숭이의 이러한 변화는 생리학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며, 자동적으로 수컷의 성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즉 원숭이 수컷은 암컷의 몸에 이상한 징후가 나타날 때부터 선택적인 구혼형태에 따라서 구애를 시도한다. 이때 발정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생활하는 수컷 원숭이는 모두 참가하게 된다. 왜냐하면 수컷들은 암컷의 상태에 의해 불가항력으로 끌려오기 때문이다.(-28-)

그는 첫 시간에 인간은 무엇이고, 왜 살아가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가지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꼽씹어 보았다. 과연 이 시점에서 인간은 진정으로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하고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인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대처럼 인간의 본질 자체가 문제시된 적은 없었다. 모든 영역에서 비인간화가 극대화되어 가고, 인간존재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어떤 사람은 비인간화시대가 왔느니,무인화시대가 왔느니, 하며 떠들어 댄다. (-52-)

아내는 흥분한 나머지 입술까지 파르르 떨었다. 화니가 허리에 두 손을 엊은 채 아내를 노려보았다. 한동안 숨을 몰아쉬던 아내가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화니가 입을 한차례 실룩해 보이고는 창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날카로운 감정을 드러내는 화니를 향해 애원조의 눈빛을 보냈다.그의 진지한 태도에도 화니는 솟구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내가 물을 마신 다음 그에게 구원의 눈빛을 던졌다. 그것은 아내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간절한 눈빛이었다. 그는 아내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막 내뱉으려던 말을 삼켰다. 그는 그 순간 아내에게 따지고 싶었던 것이다.어째서 당신이 와이프라도 되는 것처럼 시비를 거는 것이냐고, 그는 아내의 나약해진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138-)

"저 임신했어요. 육개월이에요."

화니가 전화를 걸어 제삼자에게 통보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는 화니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참으로 주체하기 어려운 감정의 분화였다. 전처가 딸아이를 가졌다고 했을 때, 그는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203-)

태종은 즉위 다음 해인 1401년 7월 18일 사대문 안에 신문고를 내밀었다.신무고 운여은 관리들의 권력 남용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단적으로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소한 일까지 신문고를 두드려 발고함으로써 일정한 제한을 두게 되었다. 즉 자기 자신, 부자지간, 적첩, 양천,에 관한 일 등 사대사건과 자손이 조상을 위하는 일,아내가 남편을 위하는 일, 아우가 형을 위하는 일,노예가 주인을 위하는 일,그밖에 실제에 있어서 이 북은 서울의 관리들에게만 이용이 부여되었으며, 일반상인이나 노비, 지방관인에게는 아무런 효용이 없었다. (-265-)

그는 뜨겁게 달아오른 시선으로 묘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묘애도 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았다. 그는 바지를 내리고 묘애의 머리를 아래쪽으로 찍어 눌렀다. 묘애는 그가 시키는 대로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박았다. 그는 발기된 페니스를 잡고 묘애의 입 속에 넣었다. 요애가 팽창된 페니스를 입에 문 채 중얼거렸다.

"선배를 사랑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333-)

"최명하 선생님입니까?"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저는 요시다 후미꼬라는 재일교포 삼셉니다."

"요시다 후미꼬?"

그는 수화기를 귀에 댅채 흐릿하게 맴도는 기억을 더듬었다.그는 분명히 요시다 후미꼬라는 재일교포를 만난 기억이 없었다. 또한 그런 이름을 가진 일본인을 아는 바도 업섰다. 그런데 느닷없이 재이교포3세라는 여자가 전화를 걸어왓던 것이다. (-380-)

그는 혀를 빼물고 죽은 강아지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인간이 소외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파괴성을 지향하는 수가 있다. 다시 말해 복종이나 지배와 같은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와 연결된 인간적 위치의 한 측면이 수동적인 피조물의 위치를 초월하고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인가의 모습이다. 이와 같이 능동적인 의미의 창조에 의해, 자기 자신의 삶을 초월하지 못할 경우 인간은 파괴성에 의해서 삶을 초월하려고 발버둥치다. (-435-)

인간은 도피와 회귀의 존재접칙을 산업자본주의에로 지향함으로써 거역하고 말았다. (-442-)

소설가 최인의 『도피와 회귀』는 인간을 동물에 빚대어서, 인간의 본연의 특성과 본성을 탐구하였으며, 내면 속 도피와 회귀 학습을 소설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즉 동물에게 어떤 강한 자극을 주면, 처음엔 도피하려는 성향이 보이게 되는데, 점차 적응하게 됨으로서, 고향이나, 기존에 머물렀던 그 장소로 회귀하려는 성향도 학습하게 된다. 그건 어떤 자극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날거라고 예측하는 순간 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되며,학습한 것을 그대로 실습하려고 한다. 인간의 존재를 학습하게 되고, 여성의 몸을 탐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우 , 우리의 모습과 자화상의 변화와 인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작가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 최명하와 최명하와 이혼한 전처, 그리고 명화와 화니는 사랑을 나누고 임신하는 과정까지 디테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일탈에 대해서, 철학을 전공한 명화가 보여준 지적인 궤변, 소설은 두개의 시간을 교차시키면서, 전체 구서은 기승전결 식의 시간적 구성에 따른다.

소설은 여러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며, 화니가 명하의 전처를 보면서, 스스로 매력을 명하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질과 페니스의 합곡점에서 사랑이 만들어졌으며, 명화는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도피하려는 최명하는 회귀하려는 본성도 있다. 영하 앞에 놓여진 절망은 영하의 인생의 윤할유이자 촉매제이며, 삶의 변화를 화니를 통해서, 야기하게 된다.즉 소설에서 작가는 명하를 통해 투영하고자 하는 철학적 메시지, 당돌한 모습의 명화와 애인 관계였던 화니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화니의 당돌하고, 당찬 행동에 의해 최명하의 행동을 하나 하나 본다면, 몸과 마음, 앞과 뒤가 일치하는 동물의 본성과 앞과 뒤가 다른 인간의 본성을 겹쳐 보이게 된다. 인간이 직립보행 하기 전 , 네 발로 걸었던 원시 생명에서 ,도구를 사용하고, 불으 사용하는 과정,세상을 이해하고, 철학적으로 사유하면서 ,삶은 달라지고, 일그러진 그 모습들은 지식인 최명하와 화니의 왜곡된 생활에서 고스란히 답습하고자 한다. 두꺼운 소설 속에서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비추고 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동물과 인간의 경계는 무엇인지 존재라는 개념에 대한 철학적인 조건을 하나하나 공론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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