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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났다 - MBC 창사 60주년 VR 휴먼 다큐멘터리 대기획
김종우.MBC <너를 만났다> 제작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5월에 많은 시청자를 올렸던 <휴먼다큐 사랑>을 보며 '눈물의 힘은 세지만, 한 사람의 죽음으로 쭉 미고 나가는 건 너무 단순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찍을 자신도 없었다.그런데 이 '신파' 라고 생각한 촬영을 해야 하니 고민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VR 을 적용하는 실험이 아니라 도구로서의 VR 을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 <휴먼다큐 사랑>은 가장 아픈 헤어짐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19-)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사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전제했다. 모두 가족의 인터뷰와 기억에서만 가지고 오고, 우리는 적극적인 상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회의가 많은 상상력으로 뜨거워져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식혔다. 아름답고 극적인 상상을 할 수 있었으나, 인터뷰 사이의 여백 정도만 상상했다. (-55-)
사람의 이야기를 찍는 다큐멘터리는 원래 한 대의 카메라로 긴 시간동안 끈기 있게 촬영한다. 그러다 보면,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간에 관계가 생기고, 찍히는 사람의 오래 숨겨두었던 마음이나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단 하루의 체험이 결합해 있다. (-91-)
그렇게 우리는 살던 집에 가서 천천히 숨바꼭질 하듯 아내가 등장하고, 안부를 묻고 ,춤추며 거실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월정사 전나무 숲길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동선을 짰다. 누군가는 이런 시퀀스를 민망하고 너무 판타지라고 하거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131-)
여름에 고 김용균을 취재하던 식단이 기억난다. 영등포 카페에서 처음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만나던 날, 동료 PD 와 작가의 눈이 촉촉해졌다.그때 김미숙 씨는 아들을 잃은 엄마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투사 사이에 있었다. 사실인터뷰하러 간 제적진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내용이나 사고의 정황보다는 아들 이야기를 할 때 달라지는 눈빛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딸 같은 아들이었다고 했다. (-167-)
가족을 위해 자신을 냐려놓고 희생하지 않았다면,그때의 꿈 많던 엄마는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마당에서 엄마에게 할 말을 토하던 하나씨는 잠시 후 지금의 자신보다 더 젊은 엄마, 친구 같고 자매 같은 엄마를 만났다.
제작진은 하나 씨가 젊은 시절의 엄마를 낯설어할까 우려했다. 그러나 하나 씨는 곱고 예쁜 엄마를 보며 엄만의 희생을 더욱 처절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하나 씨는 두 엄마를 만나서 자그마치 40분간, 폭풍처럼 가슴 속에 쌓아 둔 말을 쏟아냈고, 현자에 있던 모든 제작진을 울렸다. 꿈 같은 엄마와의 만남이 끝나고 가족들은 꽃밭에서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찍었다. 하늘로 간 엄마와 함께였다. 매년 꽃이 피면 사진을 찍듯이. (-197-)
해마다 5월이면, <휴먼다큐 사랑>이 방영된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프로그램 중 뜻깊었던 방송 하나가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였다. 삶에 대한 애착과 생존을 위한 헌신, 여기에 오로지 혼자 남겨져야 하는 나의 자녀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나를 울리게 한다. 삶과 죽음, 내가 떤나 뒤에 남겨질 이들을 위한 슬픔으로 인해 떠날 수 없다는 온전한 마음이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슬퍼하고,아파하고, 위로를 얻게 된다.
책 『너를 만났다』 는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것을 기술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들을 말하고 있다.메타기술과 VR기술에 의해서, 살아있는 사람과 먼저 세상을 떠난 가상의 사람을 이어준다. 책에는 네 사람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각자의 삶에 대한 절절함이 묻어나 있다. 살아생전 말하지 못해서, 응어리 진 것들이 VR 세계 안에서 모든 것을 토해내고 있었다. 슬픔도 아픔도, 속정도 그것이 하나둘 구토하듯이 토해냄으로서,덜어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를 지우개로 지워 나가게 된다. 즉 살아있을 때 알지 못했던 사실이나 진실을 죽음 후에 알게 될 때, 그럴 때 느끼는 자괴감은 마음 속에 깊숙히 담아놓게 된다. 살아서 견뎌야 하는 것들을 VR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슬픔에 침전되지 않고, 삶을 견디면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사람에게서 느끼는 고통을 사람을 통해서 위로받고 치유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