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계절
이상택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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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지랄'은 회장이 자기가 업계 최초로 정립했다고 떠드는 매출 산정 방식인데, 내가 보기엔 그냥 전체 매출에서 본인 유흥비니, 손주들 유학비니., 마누라 쇼핑비니,죄다 손실로 떨어낸 뒤 쪼그라든 숫자를 들이밀며 직원들을 닦달하기 위해 만든 거였다. 영업직원 개인별 지랄인 '개지랄'은 어쨋거나 회사가 가장 신경 쓰는 직원 능력 평가 기준이었다. (-16-)

부부나 정상적인 연인 사이는 확실히 아니었다. 누가 봐도 불륜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야심한 시각에 교회에서 저런 짓을 일요일이면 시커먼 가죽 성경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와서 실없이 웃다가 한 시간 쯤 졸다 가면 나머지 6일은 무슨 짓을 하고 다녀도 상관없다고 믿는 인간들이었다. 성가대 커플의 은밀한 대화가 조금 더 이어지더니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나다가 급기야 둘이 듀엣으로 화음까지 넣어가며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90-)

솔직히 나는 똑똑한 것과는 거리가 얼다. 뭐든 다 남들보다 늦었다. 엄마 말에 의하면 말도 늦게 시작했고, 한글로 늦게 뗐고, 구구단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7단을 넘기면 버거워했다.

그러나 그런 내게도 남들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재능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동물과의 소통 능력이었다.믿거나 말거나 나는 그들의 (울음소리가 아닌 ) 눈빛을 읽고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한다. (-193-)

지난번에 알게 됐는데 여자아이의 이름이 꽤 독특했다."제 이름은 '남 여자애' 예요.아바 성이 '남' 씨이고 엄마가 '여'씨인데도,두 분 서을 모두 붙여주셨거든요. 그래서 정식으로는 서이 '남' 이고 이름이 '여자애' 가 되는 거죠.가족이랑 친구들은 그냥 쉽게 '자애'라고 불러요.그러니까 둘 중에 편한 거로 부르시면 돼요.' 정말 똑 부러지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220-)

자초지중을 듣고 난 여자에는 어른스럽게 내 등을 두드려주었다. 묘쉒이는 영리하니까 꼭 돌아올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고는 지금 당당 묘쉒이의 사진을 컬러로 여러 장 복사해서 동네 사람들이 잘 보는 곳에 최대한 많이 붙여놓으라고 조연해주었다. 역시 동물병원 아들애미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영특한 아이였다. 이 와중에 나는 훗날 내게도 이런 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38-)

"미국에 있는 가족은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봐요. 그래서 전 직장 동료라고 하는 분이 지금 보호자로 와서 필요한 수속을 밟고 있어요."

젠장 ,전 직장 동료하고요? 옆집 사는 고양이 청년은요? 그 사람이 발견하고 데려왔잖아요. 그 사람 좀 불러줘요.

"그 보호자분,내가 좀 봤으면 좋겠는데." 변 박사가 말했다. (-297-)

작가 이상택은 Microsoft 회사에서 전략기획, 마케팅, 라이선스 등의 업무를 맡았으며,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하였고, 호주에서 만난 모니카와 결혼하기에 이르렀다. 한 사람은 IT 업계에 일하였고, 아내 모니카는 대치동 초등 영어 학원 풀타임 강사로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다.이런 두 부부가 결혼하였으며, 남편 이상택은 자신의 꿈이었던 소설가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 소설이 바로 『우리의 계절 』 이다.

소설은 옴니버스 식으로 이루어진 문학으로, 봄,여름,가을,겨울로 이루어져 있었으며,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되어있는 독특한 액자식 구조였다.하지만 우리 삶이 봄여름가을겨울 순환하듯이 소설 또한 그 순환에 따라서,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으며 ,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그 인뭉들 사이의 묘한 관계, 여기에 덧붙여 작가 특유의 문학적 색감을 입혀서, 나름대로 소설에 대해 이야기 차별화하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묘쉒이는 실제 작가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코아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고선생 또한 마찬가지였다.소설에 아내 모니카 이야기가 묻어나 있었다. 특히 소설은 기발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었으며, 주인공들이 실제 내 주변에 있으면 어떨까 싶기도하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각자의 삶이 관계를 형성하고, 각자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게 된다. 에피소드는 그 공유된 곳,개방된 곳에서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비밀이 생겨나고 진실이 드러나고 있었다. 기발하지만 유캐하고, 유쾌하면서,즐거운 소설을 읽는다면, 소설 속 페미니즘 코드 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까르르 읏게 된다면, 우리는 이야기의 힘을 깊이 느낄 수 있으며, 봄 ,여름,가을 , 겨울 각자 계절이 품고 있는 개성에 다른 이야기들을 음미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느꼈던 다양한 매쏘드, 작가 나름대로 습자지처러 써내려간 글들이 모여서 하나의 문학으로 연결되는 전 과정이 신기하게 느껴졌으며,이렇게 써도 문학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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