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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탁승관 지음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평점 :


꽃샘
저 멀리 보이는
하늘 아래 흰백의 산이
지나가는 구름에 걸터 앉는다.
엊그제 내린
봄하늘에 하얀 눈들이
숲속 나뭇가지에 봄꽃을 피우네
따스한 햇살에
투영되는 눈 내린 모습은
붐빛으로 영글어가는 봄날이다.
내일이면 춘분
차디찬 바람이 밀고 들어와
꽃망을을 터트리려다 움츠린다.
산책길 숲길에
파릇파릇 피어오르는
새싹에 풀잎들이 사르르 떨리며
나뭇가지 가지마다
망울망울 터져오르는 잎새들
아리아리한 연초록 물감을 칠하네
산책길 울타리
화살나무 등줄기에 물든
파리한 색상으로 물오름이 보이고
산수유 봄꽃이
노오랗게 물들러갈 때
하얗게 터지는 매화나무가 웃는다.
삼월의 봄날은
꽃샘추위를 껴안으며
봄바람에 파르르 떨리며 다가온다. (-210-)
여름
한낮에 따가운 햇빛이
도시 속 골목길로 스며들어
거부하는 나그네에게 다가서는데
다가서는 불청객을
가까이에 두고 싶지 않아
애써 못 본 척 뒤돌아 숨어버린다.
여름이라는 계절
매 절기마다 체험하듯이
뜨거운 열기는 언제나 낯설다.
무더움에 도망치듯
숨어버린 나그네 모습 뒤엔
헐떡거리며 찾아 헤매이는 여름
뜨거운 햇살이
도시 속을 휘돌아나오다
푸르른 가로수 나뭇잎새에 묻힌다.
숨을 몰아쉬며
도시 속으로 다가오던 여름도
가로수길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본다.
뜨거운 태양을 가리려
바람 한 점 없는 하늘가에
구름이라도 흘러가면 좋으련만
뜨거운 도시에서
사라져간 나그네의 모습도
서산으로 해지면 다시 볼 수 있을까?
무더움을 가득 안고서
하루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밤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리라.
나그네의 두 눈에
달님 그리고 별님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다 미소지으리~ (-25-)
붉은 노을
가을은
어느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느낌을 가지는 듯.
무언가
쓸쓸함으로 흐르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는 계절이다.
시간이 흐르다보면
또 다른 세월이 겹겹이 쌓여
흐르는 인생의 길목에서 서성이는데
허전함에 굴레가
도시의 암울한 골목길에 서섯
가고자하는 길을 찾지 못해
가슴에 공허한 메아리로 다가온다.
다가오는 시간들이
늘 마음 속으로 새로움을 담아
기대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더 나은 삶으로 살고 싶어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나면
마음과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채워지지 못한 시간으로 괴로워한다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세월에 묻히려하는 시간들을
그대로 보내주어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고
또다시 쌓여져가는
지나간 세월에 한 페이지가
의미 없는 헛된 시간이 되었음을
그래~
늘 가을은
낙엽이 떨어지듯
서산으로 하루해가 담 넘어가듯
붉게 물드는
어둠에 산 그림자 따라
다가오는 노을처럼 쓸쓸함으로
가슴에 남는다. (-74-)
마지막 잎새
지나간 가을은
아쉬운 미련이 남아
아직 나뭇가지에 남은 잎새
고왔던 단풍잎
물기 없이 바래어
겨울날 부는 바람에 떨며 운다
산과 언덕을 넘어
깊은 숲 나무 둥지 위로
겨울에 시간은 들어와 앉는다.
마지막 남은
나뭇잎새 떨어질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때
겨울 바람
다시 물어오면
바라보는 눈 속엔 작은 떨림이
지나가는 바람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따뜻한 햇살 나뭇가지에 내린다.
마지막 잎새
한동안 바라다보던
지나던 새 한마리도 앉지 않는다.
그래 외롭다 외롭다
너무나 외롭다 하지 마라
부는 바람에
흔들려 보니 않은
나뭇가지가 어디에 있겠는다
홀로 남은
마지막 잎새 떨어지면
얼마나 아파할 외로움 밀려오리니 (-134-)
시인 탁승관의 시집 『산책길』 은 자연으로, 나무로, 숲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도시에서 흔하지 않는 자연이라는 곳에는 켜켜히 계절이 묻어난다. 바람이 있고,새가 있으며, 나무가 있으며, 생명은 순환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순환이 자연의 이치에 묻어날 때가 있다.때로는 허수아비처럼 보아도 못본채,좁쌀을 줏어먹는 까치는 허수아비를 무시하기 일쑤다. 봄은 생명이며, 겨울은 사라짐이다. 이 두가지의 겨예에 대한 쉬움, 여름과 가을이 배치되어, 외로움과 고독함을 달래곤 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와 개념들, 그리고 다양한 은유적 표현은 우리의 계절이 분명하게 뚜렷함에 있었다. 공디 하나를 묘사하더라도, 게절에 따라 달라지고 있어서, 순수함과 퇴폐미가 공존하고 있었다 , 단순한 바람의 흔들림이 아닌 생명의 존재를 증명할려는 그러한 떨림은 우리에게 생경함과 설레임을 잉태할 때가 있다. 시인은 자신의 관점에서 산책길이라는 시를 쓰고 있다. 자연과 가까운 느린 걸음걸이, 자동차 문명에 익숙한 우리에게 산책길은 아날로그, 아늑함과 그리움,추억을 상징하고 있었다. 언젠가 만나게 되고, 언젠가 떠나게 되는 우리의 굴곡진 삶을 시로, 묘사함으로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기억하고 기록해 나가고자 한다.느림이 주는 아늑함과 안도감,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깊이를 더해주고, 빠름이 주는 단절과 관계의 얕음을 느낄 때, 우리 스스로 자연이 주는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소중한 가치를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시인은 은연중에 말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