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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진짜 괜찮아요?"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곤 염 여사를 살폈다. 유심히 살피는 사내의 눈빛에 그녀는 잠시 자신이 무얼 잘못한 거라도 있나 걱정이 들었고 어서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 이제 파우치를 돌려받아야 했다.
"고마워요. 그거 챙겨줘서." (-13-)
염여사는 기특한하 마음과 허탈한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도움이 절실하진 않다. 아니면 그에게도 우리 편의점이 한심해 보이는 걸까? 그녀는 독고 씨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독고 씨. 먼저 스스로를 도우세요."
그가 면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뭐 이런 걸로 주눅이 들 것까지야.
"그리고 도시락을 먹게 해주는 건 독고 씨를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서예요. 그러니 여기서 소주를 먹는 걸 가만둘 순 없어요." (-38-)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어김없이 여덟시면 똑같은 복장과 똑같이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그가 출근했다. 미련곰탱이의 '미련'을 떨군 것만 달랐다. 동작은 여전히 굼떠도 말더듬은 한층 나아졌고 그것만으로도 훨씬 정상으로 보였다. 게다가 기계처럼 반복했던 출근 후 교육사항을 하나하나 해치웠다. 야외 테이블과 실내 테이블을 청소하고, 빈 진열대에 상품을 채우고 폐기 상품을 정리하고,시키지도 않았는데 워크인 냉장고를 행주로 닦았다. (-73-)
잠시 뒤 독고 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시작되었다. 그는 여덟시로 근무시간이 끝났음에도 진열대 곳곳을 오가며 상품들의 오와 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무슨 강박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한 삼십 분을 물건들과 눈높이를 맞춘 채 땀을 흘려가며 반듯하게 상품을 진열하는 데 힘썼다. 괜찮다.그런데 어차피 손님이 없는 새벽 시간에 해치우고 근무가 끝나면 바로 퇴근하는데 좋지 않은가? 그는 꼭 선숙이 계산대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느긋하게 진열장 저리를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리를 마치고는 다시 청소 도구를 들고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 야외 테이블을 걸레로 닦고 출입문 주변을 비질했다. 그러고 나서 야외 벤치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폐기 식품인 우유와 빵을 먹었다.
선숙은 독고 씨가 여전히 노숙 본능을 떨치지 못해, 쪽방으로 돌아가기 싫어 그런 거라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는 사라지고 없었고, 하루가 지루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91-)
민식은 놈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어떻게 놈을 채용했는지 물어도 엄마는 웃기마 할 뿐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미심쩍었다. 수상한 놈이자 방해물이 분명하기에 치워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놈의 뒷조사부터 해야 한다. 뒤를 캐 일러바치면 윤리의식이 강한 엄마는 틀림없이 놈을 내보낼 것이다. 민식은 용산에서 일할 때 친분을 쌓은 흥신소 곽씨에게 날이 밝는 대로 연락을 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91-)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TS 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 역의 날들에서,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식 익혔다, (-253-)
소설가 김호연의 작품 『불편한 편의점』 이다.이 소설은 익히 4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서,나의 기준으로 볼 때,베스트셀러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서,1년이 진나 지금에서야 읽게 된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서울역 노숙자였던 이름도 집도 없는 알코올 치매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 독거 』 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 주인 『염영숙 』 이 등장한다. 이 소설의 핵심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선함이 우리 사회의 삭막함을 희석시켜준다는 데 있었다. 편견, 선입견, 고장관념으로 똘똘 뭉쳐진 대하민국 사회에서, 도거는 아웃사이더였다. 편의점 정직원이자 사장이었던 염영숙의 시선과 우연히 만나게 된, 유통기한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페기되는 식품처럼, 인생을 폐기한 거나 마찬가지인 ,집도 절도 없는 술에 쩔어사는 주인공 『독거 』 가 소개되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우연이었다. 파우치를 잃어버린 사람과돠 물건을 주은 사람이 만난 것이다. 한 사람은 편의점 사장이고,한사람은 노숙자였다. 편의점 사장 염영숙은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찾아준 보답으로 사례를 하지만, 독거는 거부하였다.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을 어필할 뿐이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는 통상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생리에 벗어나는 두 주인공은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이 소설을 읽은 시점에,지하철 살인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염영숙은 독거에게 마음이 쓰였고, 유통기한이 하루 지나 팔 수 없는 식품을 독거에게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된다. 즉 식품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서로 관계를 맺고 싶었던, 은퇴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염영숙의 배려였다.
염영숙은 독거에게 제안한다. 야간 알바로 독거를 쓰기로 말이다. 남들과 다른 그의 우직함과 똑똑함을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야간 알바가 흔하게 마주하는 취객과 편의점 진상을 상대하기에 독거만큼 탁월한 존재는 없었고 야간 알바를 대신하여,자신이했던 야간 알바를 독거에게 맞기게 된다. 남들보다 성실하게 일하는 독거의 모습, 그리고 정리정돈과 깔끔함을 보여주는 독거가 자신의 인생 가치관에 적합하였기 때문이다. 단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 민식은 도거를 내쫒고 싶어한다.어쩌면 염여욱에게 자신의 아들과 성햐이 다른 도거의 독틈함에 이끌리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소설의 문제의식은 말을 더듬는 독거의 변화에 있다.그리고,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이들, 나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누군가를 혐오하고, 경멸한다는 것이다.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이 독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우리는 사회적 약자르 보호하기보다, 가볍게 생각하고, 무례하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안고 살아간다. 바로 불편한 편의점 곳곳에 스며드는 여러가지 장면들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들이 압축된 공간이다. 강한 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약한 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위선과 모순으로 가득찬 서민이라는 정체성, 그들의 모습 뒤에 숨겨진 이익을 챙기려는 섭리가 있으며,그러한 것에서 벗어난 독거는 독특한 존재였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 나가고 잇다. 단순히 이웃간의 오지랖이 우리 삶을 희망으로 채워준다는 연민, 신파극에서 벗어나, 왜 우리는 염영숙이라는 존재가 생겨나고, 독거라는 이가 , 사라지지 않고 현재하는지, 편의점이 우리 삶에 편의를 제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된다. 그리고 마지막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나 ,누군가 먹지 않으면 페기되는 음식처럼 살아가고,그 페기된 음식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한 편의 소설에서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