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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띠리릭'
그때 위층에서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났다. 치한이 당황한 틈을 타 유정은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올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문을 삼중으로 잠갔다. 5분쯤 진나 뒤 유정은 놈이 아직 밖에 있나 싶어, 현관문에 난 유리 구멍으로 밖을 내다봤다. 유정은 놈의 얼굴과 마주쳤다. 유정은 아직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했다. 지금도 밤늦은 시각, 밖에 있을 때면 비슷한 얼굴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니까. (-58-)
마지막으로 나나의 시선이 유저의 펌프스로 향했다. 나나는 평소에는 운동화를 주로 신고 연주할 때는 흔들리지 않도록 낮은 굽의 구두만 신었다. 그래서 더 유정의 펌프스에 혹했다. 사극에 나오는 중전마마같이 단아한 외모의 유정이 이 구두를 신을 때면 왠지 위태롭고 매혹적인 분위기가 생겼다. (-94-)
보라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책상서랍을 열었다. 투명한 액세서리 함에 실반지 , 귀걸이, 실버 목걸이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 액세서리 함 뒤족으로 손을 뻗어 빳빳한 카드 봉투 다섯 장을 꺼냈다. 네 장에는 밝간 공단 리본이 붙어 있고, 나머지 하나에는 끈이 없다. 리본이 접착력을 잃고 떨어져서 오래 3월 초에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159-)
소미는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셰어하우스 냉장고에서 음식이 없어진다고 털어놨다. 고시원에 사는 공시생 친구, 회사에 있는 냉장고를 이용하는 회사원 친구는 각각 고시원과 회사 냉장고에서 음식을 분실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안개꽃 빌라의 경우처럼 많은 양의 음식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찝찝하고 기분 나빴다고 했다. 둘 다 도둑을 잡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 속에 남은 것도 공통점이다. (-201-)
며칠 뒤 , 나나는 하우스 메이트들에게 할말이 있으니 각자 저녁 먹고 부엌에서 모이자고 단체 메신저 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소미가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들어오니 나나가 식탁에 딸기, 체리, 사과, 골드키위, 한라봉 등 제철 과일을 차리고 있었다. (-258-)
봄밤의 바람은 조금도 차지 않았다.익숙한 낮의 골목길도 밤이고 다섯이서 걸으니 색달랐다. 공원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경보하는 사람,스케이트 보드르 타는 사람, 스탠드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유정, 보라, 나나는 가까운 데에 이런 공원이 있었냐며 놀랐다. (-297-)
먹는 것에 진심인 소설가 장아결의 『안개꽃비라의 탐식가들 』은 우리가 생각하는 , 의식주 중에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먹방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어하우스로 통하는 안개꽃비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소소한 꿈과 목표를 가진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공동체 의식이 있지 않으면,서로에게 민페가 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각자의 라이프 생활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 탐식가가 나타났다.그 탐식가가 노리는 것은 각자의 택배 물건, 음식 택배였다.나나는 도미 12마리 분실되었고, 소미는 갈비찜을 도난당했다. 보라는 닭강정 택배를 잃어버리게 된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 택배물건을 가져갔다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이들은 서로 의심하고,서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며,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관찰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여느 초리 소설처럼 범인을 찾는게 다가 아니다. 이 소설에서 눈치가 바른 사람은 누가 범인인지 간파하게 된다.그 정도는 작가가 이 소설을 쓴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소위 결과가 아니 과정에 주목하게 되고,그 과정 속에서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입장과 각자의 관점이다. 어떤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땐, 평범한 일상으로 살아갈 땐, 나의 생각과 나의 판단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일, 어떤 범죄가 나타날 때, 그 범죄의 밤죄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이 서게 된다. 이 소설에서 각자의 생각들, 범죄자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왜 범죄자인지 알아본다면,그 근거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소위 뉴스에서 어떤 끔직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들을 유력한 범죄자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을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저현벼으로 분류하고 낙인찍어 버린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택배 스틸의 범죄자가 누구이며,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게 되면, 허탈해진다.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한 상식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게 반드시 맞다고 할 수 없으며,내가 보는 게 반드시 증거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이 소설에 나오고 있다. 어떤 원인이나 ,어떤 상황에 대한 여러가지 과정들,변수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