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구로즈미 히카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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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는 짜증내며 커피잔을 내려놨다.

"쟤들, 음악 들을 줄 모르네,"

뜬금없는 그의 말에 옆에 앉은 여자친구가 "응?" 하고 되물었다.

건너편 자리에 앉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 얘기다. (-9-)

2015년 겨울, 하치야 키누는 스물한 살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 콤비 구마무시의 오래 "따뜻하니까" 를 흥얼거리면서 아침으로 토스트를 굽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날 아침, 토스터에서 꺼낸 식방에서 버터를 바르다가 손이 미끄러졌다. 키누는 떨어진 빵을 보고 생각했다. (-17-)

2015년 겨울, 야마네 무기는 스물한 살이었다. 선로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지나가는 육교 위,보도에 놓인 파이프 의자에 앉아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흔한 가난뱅이 대학생이었다.

보행자가 한 명 지나갈 때마다 무릎에 놓인 카운터를 누른다. 단조롭기 그지없는 작업을 되풀이하다 보니 시시한 일이 떠올랐다. (-25-)

건널목의 보행자 신호는 이미 빨간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키누는 무기 옆에 서서 신호가 파란색이 될 때까지 같이 기다렸다.

신호는 좀 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사이 나란히 선 두 사람의 손이 닿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꽉 잡았다. 얼굴더 마주 보고, 마주 서서 키스했다. (-94-)

겨울 어느날, 근처 상점가에 간 키누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야키소바 빵이 맛있는 베이커리 기무라야가 문을 닫았다.

입구에 걸린 '5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랑해주신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하는 폐점 안내 손글씨를 , 키누는 슬프게 바라봤다. (-173-)

사카모토 유지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에는 막차를 놓치고 개찰구 앞에서 인연이 되었던 네 사람 하치야 키누, 야마네 무기, 온다 도모유키, 하라다 카나코가 증장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우연에 의해서, 필연에 의해서, 만남이 인연이 되고,그 안에서 공통점을 찾아가게 된다. 끌림과 설레임, 따스함과 이끌려짐, 우연이 필연이 되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으로 이어지곤 한다.

소설 속 두 주인공 하치야 키누와 야마네 무기는 그렇게 필연적 사랑을 하게 되었고, 현실과 이상을 오가면서,서로의 이끌림에 의존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 보자, 작가는 책 제목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라고 하였다. 꽃다발, 조화이든 ,생화이든, 언젠가 꽃은 사람에 의해 꺽이는 순간 시들게 된다. 서로에 대한 이끌림,사랑의 본질을 책 제목에 깊숙히 채워 나간다. 영화 제목이자, 원작 제목이기고 한 이 소설에서, 우리 앞에 놓여진 변화라는 실체가 어떤 경우에던지,어떤 상황에서든지, 어떤 조건에서든지 예외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었다. 소설은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막땋뜨리게 된다. 사랑에 대해서, 하치야 키누는 일관성, 변함없는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키누가 사랑하였던 남자, 자신과 취미가 비슷하고, 취향이 비슷하였으며,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였던 운명의 짝꿍, 야마네 무기는 그러하지 못하였다.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무기가 서서히 변해감으로서, 가난한 대학생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면서, 키누와 삐걱거리게 된다. 무기보다 느리게 변해지는 키누는 점점 더 지쳐가게 된다. 인내하고, 기다리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지나감으로서, 신뢰가 의심으로 바뀌게 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은 식어가게 된다. 꽃다발의 신선함이 조금식 시들어가는 것처럼 사랑도 꽃다발처럼 식어가기 마련이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느 현실속의 사랑이라는 것을 작가는 여과없이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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