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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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명 : 진주헌씨중앙종친회

대표자 : 헌봉달

업태 : 부동산업 종목 :임대

그렇게 한참 벽에 걸린 사업자등록증을 물끄러미 보던 노신사가 흡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돌리자 바짝 군기가 들어보이는 봉달, 신자, 총각이 다소곳하게 일렬로 서서 그의 대답을 기달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44-)

누나란 존재는 참 이상하다. 같은 잔소리여도 부모님과는 질과 결이 확실히 다르다. 그냥 흘려들어도 무방한 부모님의 잔소리와는 달리 누나가 하는 말은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서 가슴에 콕콕 박힌다. 옛날부터 그랬다. 전화 안 받으려다가 받았는데, 누굴 탓하랴. 틀린 말 하나 없지. (-109-)

"상간녀라니?! 그럼 자네 바깥양반이 바람이라도 핀다는 건가?"

"바람만 피게요?? 이 인간이 출장을 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년...아니 그 여자네 집에서 이박 삼일 동안 먹고 자고 했대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끼리만 참치 먹는다고 내심 미안했는데~"

이박 삼일 동안 머무는 동안 상간녀는 이혼을 동용했다고 한다. (-178-)

봉달이 트로피를 진열하며 말했다. '제43회 전국문중대회' 라 생겨진 은상 트로피가 창가를 통해 들어온 햇빛을 받아 광채를 발하자 모두 황홀한 눈을 떼지 못했다.

"다들 수고했네. 누구보다 헌 회장 참 고생 많았어."

간만에 학문이 추켜세우자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봉달. (-223-)

신자의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아둔 그 문제의 사진'에 멤버들이 가까이 모였다. 사진 속 봉달은 어느 근사한 중년의 남자와 마주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둘은 동년배로 보였지만, 여유 있게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상대와 달리 다소 아첨하듯 허리를 굽히는 봉달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었다. (-260-)

"이것 좀 보게. 예전에 내가 가져온 진주 강씨의 준호구야. 여기 부인이 헌 할머니라고 쓰여있지. 기억나냐?"

차로 돌아온 두 사람. 학문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신을 보이자 멤버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318-)

조선 전기에는 남녀의 법도가 유별나고, 양반과 농민, 천출의 신분사회가 존재하게 된다. 양바반보다 훨씬 많았던 노비의 삶이 대부분이었던 그 시기를 지나, 조선 후기 동학 운동, 천주교 박해와 같은 국가적 혼란기에 , 공명첩을 만들어서, 족보를 사거나, 양반의 성을 사서, 자신의 신분 상승의 기회로 활용하게 된다. 그 공명첩이라는 것이 국가의 제정이 튼튼하지 못하고, 세금이 부족해지자,공명첩을 만들어서 ,세금을 거두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근본없던 사람이 공명첩을 통해 근본 있는 사람, 족보를 가진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조선 후기의 모습을 상상하고, 야사처럼 여기게 되는 소설 『노비종친회 』 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픽션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헌봉달이다. 소설에서,보동 임댜업을 하고 있ㄴ므 헌봉달은 진주 헌씨 종친회회장으로 나오고 있다.실제로, 주변에 자신 이외에 헌씨가 없어서, 종친회를 만들어서, 전국의 진주 헌씨를 모으기 위한 방편이다.이 소설에서 흩어진 진주 헌씨를 찾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독특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헌신자, 헌학문, 헌봉달, 헌정치, 그들의 이름만큼 ,놀려먹기 좋은 이름들이 수두룩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작가의 의도는 각각의 삶의 운명이 이름따라 간다는 것을 피력하고자 하였다. 즉 진주 헌씨라는 것은 헌씨라는 의미가 가진 중의적인 표현이 잘 드러나고 있었으며,그들의 삶 속에서 헌씨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으며,그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가 헌봉달과 헌정치였다. 그리고 과거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생각하였던 동성동본 결혼 금지 조약에 대해서, 동성동본 뿐만 아니라, 공명첩을 통해 족보를 사기 전, 이전의 성씨를 가진 이들과 결혼하는 것 또한 금지하고 있다. 소위 조선사회의 법도를 역사가 아닌 소설로 엮어냄으로서, 딱딱함을 덜어내고, 소설의 신선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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