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그리기
신호철 지음 / 문이당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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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애간장 살살 녹이는 ,그러니까 누에가 뽕잎 갉아 먹듯 가장자리부처 차근차근 갉아 들어가 결정적인 순간에 숨통 바싹 죄어 붙이는 재주가 있어서 차지한 서열이라는 걸 굳이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15-)

나도 옷 벗을까? 세현이가 벗는 시늉을 해 보였고, 우린 키득거리며 웃었다. 웃기는 같이 웃었는데, 난 속이 메스꺼웠다. 내가 돈 한 푼 못 버는 취업준비생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솔직히, 할 수 만 있다면 내가 홀라당 옷을 벗어 보이고 싶었다. (-49-)

수술과정은 매끄러웠다. 누구도 예측할수 없는 쇼크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의료진은 최선의 응급조치를 했다. 의사는 아내가 수술 중에 죽었다는 사실을 길게 말했고, 나는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실감하지 못했다. (-106-)

우린 늘 이런 방식으로 시련을 극복해내지. 죽음이 필요하다면 죽고, 남은 놈은 틀어막고 때우고 청소를 하지. 물론, 수고했어. 네 덕분이야. 라는 인사말 한마디 들어본 적 없어. 언제나 그랬네.

화가 났었네. 세상은 우릴 당연히 희새을 감슈해야 할 미물로 생각하고 있어.그래서 반역을 꿈꾸었냐고? 천만에,이래 봬도 왠만한 수모쯤은 관대하게 넘겨버릴 연륜을 가지고 있다네.(-145-)

껍데기 안쪽에 칼을 바싹 붙여서 쑤셔 넣는다. 엄지에 힘을 보태자 두꺼운 관자가 단번에 잘린다. 칼날이 오른쪽으로 한 번 더 스치고 살구색 덩어리가 찰싹 떨어진다. 조갯살은 통통했다. 대합 두 마리를 까낸 상철이 홍합 소쿠리에 손을 얹는다. 시선은 여전히 여자를 향해 있다. 여자는 입술을 우아하게 벙긋거린다. 벙긋거리며 목이 아픈 시늉도 한다. (-211-)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삼촌을 찾아왔던 상처는 그런 공식(질서)을 강요하는 삼촌에게 점차 반발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삼촌이 데려온 하영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그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삼촌이 밤에 하영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그의 분노와 경멸감은 더욱 깊어진다. 하영의 몸에 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있는 상철은, 이십대인 하영을 오십대인 삼촌이 농락하고 있다고 려겼다. (-249-)

소설집 『원그리기 』에서 자가 신호철은 욕망, 타인의 시선, 자아.중독, 타락,아름다움, 죽음을 키워드로,우리의 삶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삶의 경험에서 우러난 감각적인 향연과 삶의 본연적인 철학, 정서적인 가치를 느끼게 해줌으로서,인간의 감정의 동선을 건드리고 있었다.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에게 보편적인 현상,질병과 고통의 본질을 들추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다는 것은 내삶이 평온하고,부드럽고, 따스할 땐 표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무언가 불편한 기색,몸의 불편함이 느껴질 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장애를 가지거나, 고통을 느낄 때,에기치 않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불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날 때,무의식적인 타인의 시선을 느끼고,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힌 약한 자아를 감추고 싶어지는 심리가 있었다.시선이라는 것은 자아의 약한 자아를 건드리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이며,강한 자아인것처럼 형질전환하기 위해서다. 아홉 편의 단편소솔에 상처,고통,질병, 죽음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여기에 있다. 병원,간호사는 인간에게 매우 혐오적이며, 불편하다. 작가는 인간의 이러한 모습 너머에 숨어있는 욕망을 여과없이 말하고 있었으며,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욕망이면서,욕구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인간의 욕망의 상상력을 소설로 자유롭게 표현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극대화되고 있는 단편 『단세포의 참회 』가 매우 인상적으로 의식화하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생명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 하지만 단세포 동물에겐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소멸과 죽음이다. 단세포 생물에게 죽음은 그다지 의미가 상실될 수 있고, 전략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이라는 하나의 개체 속에 있는 수많은 단세포 동물이 죽음에 대해서, 사멸되어지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부여한다면 ,인간이라는 생명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추론에 다다르게 하였다. 소설 한 편이 함축하고 있는 강력간 메시지는 니체가 말하였던 그의 철학적 관념론 영원회귀에 일치시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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