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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티타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렇다면 바느질한 것을 뜯어라. 시침질을 한 뒤에 다시 바느질해서 검사받도록 해. 게으르고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은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 번에 한다는 점 명심해라." (-19-)
마마 엘레나가 두 번째로 소리르 지르고 나서야 티타는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부터 얼른 생각했다. 안뜰 뒤편에서 불이 났다는 말부터 먼저 해야할지, 헤르트루디스가 벌거벗은 채 혁명구가 함께 말을 타고 떠났다는 말부터 해야 할지, 어느 말부터 어머니에게 해야 좋을 지 몰랐다. (-66-)
그는 마마 엘레나에게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왔을 때처럼 조용히 떠나갔다. 마마 엘레나에게는 그들의 그런 행동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그들은 그녀가 상상했던 잔인한 살인마들이 아니었다. 그날부터 그녀는 혁명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마 엘레나는 그 대장이라는 사람이 바로 몇 달 전에 헤르트루디스를 데려갔던 후안 할레한드레스라는 사실은 영영 알지 못했다. (-100-)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마마 엘레나가 호세와 몰래 주고받는 것까지는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편지만 주고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편지 내용에 의하면 헤르트루디스는 후안이 아닌 호세의 딸이었던 것이다.
마마 엘레나는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호세와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어두운 발코니에 숨어서 호세를 기다리던 날 밤, 그녀는 어떤 낯선 남자가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몰래 나타나 아무 이유도 없이 호세를 습격해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마마 엘레나는 그 끔찍한 슬픔을 겪은 후 모든 걸 체념하고 합법적인 남편 곁에서 살기호 했다(-48-)
"이제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니? 페드로와 너는 뻔뻔한 연놈이다. 이 집에서 피를 보고 싶지 않거든 늦기 전에 얼른 떠나. 네가 아무에게도 해코지할 수 없는 곳으로 가라."
"떠나야 할 사람은 어머니예요. 어머니가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데 지쳤어요.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요!" (-209-)
한편 티타와 페드로는 성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그 힘이 워낙 강해서 성욕은 그들의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와 열과 특이한 체취로 발산되었다. 존이 이 사실을 눈치채고 그곳에서 자신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티타는 그가 혼자 떠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종는 그녀가 거절했을 때 다른 사람을 찾았어야 했지만 재혼하지 않았다. (-254-)
멕시코에서 태어난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은 1989년 멕시코에서 쓰여진 남미 소설이며, 멕시코 정서와 문화, 관습, 전통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저자는 1950년생이며, 한국처럼 멕시코도 비슷한 가족구조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소설은 요리라는 주제로, 멕시코의 문화와 사회구조를 서로 비교하게 되고, 엿볼 수 있게 만든다.
한국어로 '요리한다'는 두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첫번째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어 놓는다는 의미이며, 두 번째는 힘이 있는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을 통제하거나 막 함부러 다룬다는 의미도 있다. 공교롭게도 소설은 이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마마 엘레나가 티타를 막무가내로 다루는 모습이 딱 요리한다' 와 맥락이 일치하고 있으며, 멕시코 사회는 막내를 결혼하지 않고, 부모를 모셔냐 한다는 사회 안에서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있었고, 마마 에레나는 막내 딸 티타를 의도적으로 요리하고 있었으며, 막무가내였다
티타는 페드로를 사랑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할 수 없다. 페드로는 티타의 언니와 결혼하게 되었으며, 실질적인 결혼관계, 사랑하는 관계는 티타와 페드로였다. 이러한 사실을 티타의 실질적인 어머니 마마 엘레나가 승낙하게 되는데, 티타의 언나도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허용하고 있었다. 즉 육체적인 만남은 페드로와 티타간에 친밀하게 형성되지만 , 겉보기에는 페드로와 티타의 언니가 합법적인 부부였다. 이런 과정에서 마마 엘레나의 비밀을 티타가 알고 말았다.즉 마마 엘레나가 딸 티타에게 권위적인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티타가 순종적이고, 책이 안 잡히게 조심조심하지만 그럴수록 마마 엘레나의 행패는 더 심해지고 있었다.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마마 엘레나의 행동 저편에 깔려 있는 열등감, 아킬레스였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티타의 목적을 허용하였고, 그로인해 티타가 자신과 비슨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티타는 서서히 엄마의 그런 행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가족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의존적이었던 티타가 강제적으로 독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이 소설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으며, 1950년 이후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