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
김은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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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소유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문화를 바꿀 수는 없을까? 유기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프랑스에 출장갔을 때 나는 그것에 대한 힌트를 반짝 얻었다. 프랑스에는 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이 많다. 거리의 연주자들은 꼳 강아지를 한 마리씩 데리고 다닌다. 나는 그들의 연주를 듣고 그들의 가방에 작은 돈을 감상비로 놓고는 한다. 한번은 인상 깊은 연주를 듣고 연주자와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강아지는 언제부터 키우신 거죠?"

"유기견이에요.국가에서 유기견을 돌보는 조건으로 돈을 좀 주거든요."

"그런 시스템이 있어요?"

"네,이 친구가 저를 먹여 살리는 셈이에요. 같이 있으면 행복해요."

정부에서 유기견을 관리하는 방안 중 하나로 이런 정책을 편다고 한다. (-39-)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몸으로 느낀 나는 지금까지도 직원과의 약속은 꼭 지킨다. 자기가 지시를 내려 놓고도 일이 잘못되면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어깃장을 놓는 리더,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서 지시를 다시 내리고서도 처음부터 그런 말이었는데 네가 잘못 알아들은 거라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리더가 되기 싫었다. 바이어와의 신뢰를 지키는 모습,직원과 한 약속을 잊지 않는 모습,애가 한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 덕부에 직원들은 여전히 나를 믿어 준다. (-77-)

어차피 생이란 그러한 것 아닌가. 내 삶도 봄과 여름,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에 가까워 온다.억울해 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때는 그늘이, 때로는 쉼터가 되어 주던 때가 있었으니까. 봄에는 은근하고 따스하게, 여름엔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살았으니까. 언젠가 소멸의 그 시간이 온다고 해도 겁내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그림을 보며 생성과 소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근원적인 힘이 생겼다. (-179-)

한달 전 ,직원이 내민 청첩장에는 케이크 교환 상품권이 함께 들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청첩장을 줄 때 봉투 안에 초대장 외에 다른 것을 넣지 않는다.반면 홍콩은 청첩장 안에 초대장과 함께 작은 선물이 함께 들어 있다. 빨간 봉투 안에는 소정의 돈이 들어 있기도 하고,케이크 교환권이 들어 있기도 하다. 현금은 보통 홍콩 돈으로 20불에서 50불, 우리나라 돈으로 3,000원에서 8,000원 정도를 넣는다. (-207-)

그래서 나는 리추얼을 만든다. 리추얼은 절차와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의례적 행위라는 뜻이다. 결혼식, 장례식, 생일 파티, 제사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리추얼이지만,개인적으로 혼자 행하는 소소한 기념행위로 리추얼에 든다. 오래 만난 커플이 해마다 둘이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가 사진을 찍는다면 그것도 리추얼이다. 혼자 취업을 축하하며 자취방에서 환희의 춤을 춘다면, 그것도 리추얼이다.

나는 삶의 많은 순간을 리추얼로 만든다. 음악 감상을 할 때도 그렇다. 지금 우리 집에는 사운드가 훌륭한 스피커가 있지만, 사실 내가 더 좋아하는 건 LP 를 올려놓을 수 있는 오래된 턴테이블이다. (-225-)

작가, 사업가, 아트 콜렉터, 콘텐츠 크리에이터(카카오 흐름 드 살롱)이라는 단편적인 이력을 가진 저자 김은정은 일본어와 중국어를 사용할 줄 알기에 해외에 취업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홍콩 사업가로 홍콩 이름은 신디 Cindy E.J. Kim 였다. 어려운 없이 살았던 지난날, 아버지의 보증을 잘못 서게 되었고, 집안의 모든 것에 빨간 딱지가 붙게 된다. 자신의 소중한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보면서, 부모님과 다른, 독립적인 삶,생존을 위한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홀홀단신으로, 해외 출장길에 나섰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 스펙으로 해외취업에 나서게 되었으며,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한국인 특유의 삶을 유지하면서, 가슴은 까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생명에 대한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으며,한국인 특유의 문화적 가치를 홍콩 문화와 접목하면서, 사업가에 대해,일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원과 바이어에 대해서, 사람에 대한 기본 신뢰를 약속에 있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으면서, 홍콩에서 이방인으로서, 남다른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잃어버리지 않는 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저자의 삶과 가치관,신념을 본다면, 불평 불만을 가지고 투덜거린다 해서, 내 앞에 놓여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여준다.우리 삶이 대체적으로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줄탁동시 (啐啄同時), 알에서 스스로 깨고 나오기 위해서, 우리의 삶의 디테일한 부분을 하나하나 해체해 본다면,누구나 삶에서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는 보편성, 근원적인 힘을 지닌다..이 말은 우리가 흔히 보여주는 가지지 못한 것을 보면서, 질투와 시기,부러움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오로지 살기 위한 하나의 목표 ,사업가로서 과거와 현재,미래의 삶을 생각하며,신뢰와 믿음, 약속으로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두텁게 하고 있다.그 과정에서,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에 있어서 리스크를 제거하고, 타인과 신뢰와 책임지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홍콩사업가로서, 이방인으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풍성하기 위해서, 삶의 디테일한 부분에 리추얼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즉 나를 위한 리추얼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리추얼,그것이 저자의 삶의 나침반이며,사업을 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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