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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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다람쥐;. 도서관에서 책을 몰래 숨겨 놓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책을 독차지하려고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게 엉뚱한 곳에 숨긴다. 그래 놓고 자기가 숨긴 곳을 까맣게 잊는다. 마치 가을 내내 알뜰히 모은 도토리를 숨겨 두고 잊어버리는 다람쥐처럼. 그래서 도서관 다람쥐라고 부른다. 전혀 다른 곳에 꽂거나 책머리 위에 살짝 놓거나 책등이 안으로 향하게 반대로 꽂아 두거나 꽂힌 책들 뒤로 숨기는 등, 수법은 다양하다.그 결과 도서관의 생태계는 교란되어 버린다. 도서관 다람쥐가 숨겨놓은 책을 우리는 도토리라고 불렀다. 이렇게 제자리를 이탈한 도토리들은 업무와 학업을 중단하고 무수한 날 동안 서가를 쥐잡듯 뒤지지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듯,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 책들이 있다. (-15-)

마침내 벽 앞에 도착했다. 책으로 꽉 찬 벽이었다. 다 다른 제목을 단 책들이 벽을 이루고 있었다. 난느 눈으로 책 제목을 읽어 나갔다.

『2천억개의 은하』. 장은하ㄱ다 떠올랐다. 장은하는 사소한 일로 남자아이들과 자주 다투는데, 그럴 때마다 장은하의 눈빛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j 도 장은하한테는 꼼짝하지 못했다. (-119-)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붉은 흙빛ㄴ으로 물든 나뭇잎들의 떨림을 지켜보았다. 곧 겨울이 올 것을 아는 나무들. 시간의 유한함을 절감한 생명들은 어느 때ㅗ다 찬란한 숨을 쉰다. 다만 이번엔 너무 짧았다. 가을비치고는 거센 비가 사흘 연달아 쏟아져 내리며 나뭇잎들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163-)

너는 나에게 희망이야.

나는 아이의 말을 조심스레 품는다. 이 말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말이다. 당신에게는 그런 말이 있는가? 인간들은 그런 말들을 품고 사는가? 눈빛으로 쓰다듬는 말들. 귓가에 울리는 말들, 여기저기 냄새가 배고 풍미가 도는 말들, 결국에는 살갗에 스치는 말들., 그런 온갗 단어들과 문장들.

내 몸을 문질러 본다.살갗이라니.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186-)





내가 사는 지역에는 서점에 책을 구하기 힘들면, 도서관에 책이 대부분 모여 있다. 신간과 구간이 모여 있는 그 곳에, 사서 세 명 ~네 명 차지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거의 없는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때가 많았다. 도서관이란 그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기에 , 도서관 이야기, 사서 이야기, 책 이야기를 다룬 소설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가 눈에 들어왔다. 작가들은 도서관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는 이들이다. 소설에서 도토리란, 실제 도토리가 겨울 양식을 숨겨 놓는 것처럼, 책을 읽거나 책을 빌리는 이들이 책을 의도적으로 도서관 안에서 숨겨 놓는 것이다. 단순히 백권, 천권 있는 곳이 아닌, 수만권의 책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책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하였다. 바코드 하나로, 서재 분류기호 하나로 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찾지 못할 땐, 책을 관리하는 사서의 도움을 구할 때가 있다. 책이 실제 서재에 없어서 없는 것인지, 별도로 보관한 것인지,기타 이유로 책이 없을 때이다. 그래서, 작가의 경험에 우러난 소설이라서 현실처럼 느껴지곤 한다.

도서관은 매우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다. 문장과 단어 사이에, 글이 있고, 느린 시간 속에서 사색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생각하는 공장이다. 그래서, 여유롭게 느껴질 때도 있고, 때로는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북적 거릴 때도 있었다. 책을 의도적으로 찢는다는 것을 볼 때, 책을 소중히 다루는 나의 입장으로 볼 때,너무나 속상한 이야기가 한권의 단편 소설 속에서 느끼지곤 한다. 소위 사람이 안보는 곳에서,나만의 나쁜짓을 하고, 들키지 않는 희열을 느끼는 야비한 사람들이 바로 그런행동을 줄기곤 한다. 책과 도서관, 그리고 사서, 그들이 모여 있는 공간 안에서, 도서관의 역할 은 무엇이며, 그 안에 감춰진 우리들의 시간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주어진 공간이지만, 그것을 어떻게쓸지는 우리의 역할이면서,자유로운 공간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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