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적인 연애사
오후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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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연애 모습을 정리한 『가장 공적인 연애사 』 라는 책을 펴냈다. 책을 출판하고 난 뒤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의외로 그 책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장 사적인 연애사도 나오느냐'는 것이었다. (-9-)

첫 키스는 에펠탑 앞에서 했다. 스크린이나 국내 유원지에 세워진 미니어처가 아니라 모든 인종의 잡상인이 열쇠고리를 팔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바로 그 에펠탑,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로맨틱하다며 부러워한다. (-29-)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므로 결국 하루 종일 일을 하는 셈. 주 40시간 노동이 목표지만 한동안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어떤 권위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보호장치 없이 휘청이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뜨거운 욕조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 먹기, 와인 코르크따기,키스하기 직전의 설렘,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연인과 함께 하는 휴일 아침을 좋아한다. 물론 대부분 시간은 골방에서 영화를 보며 지낸다. (-67-)

"셋이서 해보고 싶어."

사실 그녀가 폴리아모리라고 고백한 순간부터 나는 어쩌면 언젠가 이런 날이 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그녀의 제안을 나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하자면 학생은 따라가는 법이지.그리고 이걸 내가 거절하고 상대방이 ok 하면 그녀를 둘러싼 경쟁에서 내가 밀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어쨋던 내 판단에 나는 조강지처는 아니라 세컨드이자 엔조이니까. 나는 '그 분' 만 괜찮다면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운명의 날이 왔다. (-121-)

우리가 하필 12월 11일에 헤어진 건 우연에 우연이 겹쳤기 때문이다. 원랴 그 전날 만나기로 했지만, 하루 미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이날 헤어진 수많은 커플 역시 우연에 우연이 겹쳐 그날 헤어진 것일게다. 누구도 딱 12월 11일에 헤어지기로 작정하진 않았을 섯이다. 하지만 이러쿵 저러쿵해도 결과적으로 나는 12월 11일에 헤어졌고, 다른 연인도 이날 헤어졌다. (-224-)

1991년 8월 25일 마광수의 문제의 소설 『즐거운 사라 』가 줄간되었고, 1992년 10월 그는 교수직에 해임되었고, 구속되었다. 그리고 그는 2017년 9월 사망하였다. 2000년 1월 8일 영화배우 김태연의 문제의 영화 『거짓말 』이 방영되었고,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탕웨이 주연의 영화 『색계 』 는 2017년 11월 8일 개봉되었고,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작품성보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영화속 탕웨이의 정사 장면에 흥분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섹슈얼리티는 30년 사이에 , 상당히 큰 변곡점이 있었고,1990년대와 21세기는 서로 상반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그리고 이제 작가 오후의 에세이 『가장 사적인 연애사 』를 읽게 되었다.

이 에세이가 실명이 비공개된 익명의 작가에 의해서, 쓰여졌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며,이제 우리 사회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주 안에서, 문학적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는 인식과 자각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추세인을 재확인할 수가 있었다. 특히 저자는 자신의 연애 스코리를 솔직하게 언급하고 있었으며,그동안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적인 연인과의 연애담, 키스와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저자 이 책에서, 세 사람이 함께 성관계를 하는 폴리아모리에 대해서, 실제 경험담이 나오고 있는데, 이 대목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깊이 느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성에 대해 관대해졌지만, 피임의 중요성이 부각됨으로서, 서로 합의된 아이를 낳는 것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되고 있었다.저자가 그파리 에펠탑에서 첫 키스르 하고,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한 경험 뿐만 아니라,게이바에서 동성인 남자와 키스한 모습, 여기에 마치 이성애자가 아닌 양성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극히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사적인 연애사임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담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 나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고무적으로 느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변화의 양상은 더 확장될 것이다. 성에 대한 인식은 바뀔 것이고,서로 합의된 상황에서, 사랑을 속삭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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