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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평점 :
『어린 왕자』 를 읽고 또 읽으며 저는 제 안에도 조종사처럼 황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사막의 한복판에서 기적처럼 걸어 나와 제발 양 한 마리 좀 그려달라며 뜬금없이 말을 거는,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6-)
이제 혼자서 다독이지마. 내가 있잖아. 너의 어린 왕자, 네 안의 조이에게 물어봐! 사랑을 돌려받지 못한다해도, 우리는 계속 사랑을 베풀어야 해. 사랑을 받지 못해도 우리는 계속 사랑을 주어야 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 조건 없는 사랑이니까. 고흐가 세상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해도, 계속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빨강머리 앤이 어린 시절 학대와 차별을 받았지만, 계속 이 세상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59-)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어. 꽃의 말이 아니라 꽃의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하는데,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었어. 꽃을 두고 도망가서는 안 되는 거였어! 그 허영심 섞인 말 뒤에 사랑이 숨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 꽃들이란 모순덩어리거든. 하지만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거야."(-108-)
어른들은 끊임없이 떠납니다. 사실 떠나는 목적지에 정말로 우리가 찾는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은 없습니다.다만 어른들은 자기가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하지요. 충분히 머물며 여기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사람들은 저기로 떠나보자고 말합니다.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요. 아이들은 멀리 있는 것에서 만족을 찾지 않고, 아주 가까이 있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해합니다. 아이들이야말로 '길들인다' 는 것의 의미를 어른들보다 훨씬 더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187-)
우리가 마음이 힘든 건, 친구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와 배신감 때문일까요? 진정한 친구가 없다면 ,나 자신과 진정한 친구가 된다면, 정말 고독감도 사라질까요? (-264-)
조이와 루나의 대화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내면아이를 어렴풋이 느끼고만 있을 때,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작게 흐느끼는 내면아이의 소리를 들었다고요. 그땐 작꾸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는 일은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 소리에 외면하고 싶었다면서요.
이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과거를 짚어보는 건 뒷걸음질 치는 느낌이 들어서, 남들은 앞으로 달리는데 나만 혼자 후퇴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주저할 것 같은데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276-)
어릴 적부터 읽었던 문고본 『어린왕자 』 는 『데미안』 과 함께 널리 읽혀지게 된다. 어른과 아이, 모순과 위선, 낯설음, 그리고 익숙함 사이에서, 내면의 흔들리는 아이가 숨어 있었다. 어린 왕자는 겉은 어른이지만, 숨어 있는 아이의 모습, 상처 입고 배신 느끼고, 웅크리는 어른의 보이지 않는 자아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즉 아이들이 겪었던 기억과 경험들,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나약함은 어른이 되어서도 해갈되지 않았다. 여전히 과거를 돌아 보고, 현재에 대해서 불만족스런 아이의 모습이 어른이 되어서도 존재하게 된다.
우리는 어린왕자를 통해 위로와 치유, 인정받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그래서, 셍택쥐베리의 어린왕자를 통해서, 아이들에겐 있지만 어른들에겐 없는 그 무언가를 찾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잃버버리거나,소멸되어지거나, 그로 인해 후회르 느끼게 된다. 인정과 응원, 지지를 얻고 싶었던 내면아이, 그 내면아이가 사라지면서, 쓸쓸함과 허무함이 남아 있었으며, 삶에 대한 존재에 대해서 되물어 보고 있었다. 과거 뿐만 아니라, 햔재에도, 아이는 항상 현재를 살아오며, 미래를 그려 나간다. 과거를 꼽씹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수록 가로막는 장애물, 벽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회가 만든 어른들의 가치관과 신념이다. 그래서,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고, 결국 어른이 되었다. 장애물을 걷어내고 싶어서,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서,어른이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는 어른이 눈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정여울은 그것을 말하고 싶어한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과 당황스러움, 말을 앞세운 어른, 행동의 중요성, 사랑의 가치와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항상 물질적 가치를 저울에 놀려놓은 어른들의 모순과 위선에 질려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꺼내고 싶어했고,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하면서, 성장하게 되고, 어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삶의 길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어린 왕자는 포기하지 않고,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며, 끊임없이 그 길을 안내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