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이다 너를 보았어
장근엽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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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어둡지만 자세히 봐

너를 향한 붉은 사랑

세까만데 탄게 아냐

뭘 발라도 변함없이

탄 감자가 돼 봐야지

내 마음을 알 수 있어

생선구이 목살구이

내 향기에 미치겠지

석쇠친구 잘나가도

나 없으면 인기 없어

키 큰 친구 연탄집게

착하지만 몸이 약해

막힌 굴뚝 조심해라

내 방귀는 술보다 세

몸무게도 우량아지

나 같은 애 둘도 들어

나의 사랑 알고 있니

너에게만 전해줄게

까만 몸매 탈색돼도

알아줘라 나의 마음 (-33-)

항아리

너그러이 살고자

담고 비우고 그리고

간직했다

긴긴 세월이 흘러도

깊은 땅 속에 묻혀도

그대로인 붉은 황토

굳게 다져진 단단함에

오래돼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힘을 품었다.

침묵이 녹아 있는 속 안엔

시고 달고 맴고 짜고 쓴

인생의 맛들이

살아 숨 쉰다.

넓은 하늘과 달빛도

찾아드는 속 깊은

안식처. (-47-)

반지하

얼어붙은 우리창 밖으로

봄이 오려나봐요

문틈 사이 맺혀있는 물방울이

너무 예버 추운줄도 모릅니다.

차가운 그대의 두손을

나의 온기로 품으며

먼 훗날의 약속할께요

잘될거라며 믿어주는

한마디가 에너지가 되어

지칠수 없어요.

비록 작고 그늘진

작은 방이어도

잃지 않은 그대의 미소로

세상의 두려움 조차

느낄 수 없게 합니다

눅눅하고 힘든 날들은

언젠가 말하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있겠죠.

조금만 기다려줘요.

다시 올 따뜻한 봄날을. (-103-)

나무

산에 오르는 당신의

숨결이 느껴질 때

난 눈을 뜹니다.

한 계단 두 계단

쉬어가도 좋은데

거친 숨 내쉬며

여기까지 온 그대

땀방울 닦아주며

내가 해줄 수 있는

작은 한마디

내게 기대어 편히 쉬어요.

살다가 지치고 힘들 때

언제라도 내게로 와요.

뜨겁진 않아도 포근히

안아줄게요..

그늘 아래쉬고 있는

당신을 만날 때면

그대만큼 나도

행복합니다.

나는 언제나 그대와 함께 있으니까요. (-145-)

캔디

다락방 창을 열고

밤하늘 별을 보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천사

유리알 같은

눈망울로 꽃을 피운

들장미 소녀

등산에 올라 노래하고

귀여운 다람쥐와

뛰어노는 말괄량이 소녀

조각 같은 데리우스의

멋진 프로포즈는

첫 사랑의 흰 장미

언제나 밝은 얼굴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어여쁜

들장미 아가씨

내 이름은 캔디 (-187-)

어느날 지인이 페이스북에 시를 쓰는게 어렵다고 했다. 나는 그 분에게시를 쓰는 처방전으로 술 한잔,와인 한잔 기울이면서 시를 쓰라고 했다. 그 이유는 소설은 현실을 비추지만, 시는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시는 내가 꿈꾸는 세상이 반영되고 있으며, 내 앞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무언가가투영된다.내 몸의 긴장이 플릴 때, 시가 잘 쓰여진다. 시인 장근엽, 『별을 헤이다 너를 보았어』 에서는 자연과 기억과 추억이 있었다. 어릴적 뛰어 놀았던 자연과 벗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모양과 형상들이 현실에 치이다 보면 사라지게 되고, 기억의 모퉁이에 외로이 서 있을 때가 있다. 그 하나하나 시에 투영하면서, 소멸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 시에 담겨진다. 들장미 소녀 캔디의 외로움과 쓸쓸함, 항아리 안에 스며들었던 씁쓸함과 달달함과 매움이 어우러져 우리의 삶이 근본이 되곤 하였다.시인의 독특한 시상이 항아리에 반영되고 있었으며,우리의 삶 속에 깃들여진 삶의 희노애락이 묻어났다.

시 『반지하 』 에서는 알마전 강남에서 일어난 침수가 생각났다.시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는 공감과 이해, 깊은 관찰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공감이 사라진 시는 시가 안고 있는 고유의 힘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장근엽 시인의 『반지하 』 가 그렇다. 실제로 반지하에 살면서 침수를 겪었던 트라우마가 있는 그 누군가가 이 시를 읽는다면, 공감을 얻기 전에,위로를 느끼기도 전 , 희망의 소멸을 먼저 감지할 것이다. 시가 우리에게 깊은 공감 이전에 현실을 우선하려는 우리의 시각과 관성이 묻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편의 시를 통해서, 위로와 치유, 희망과 기쁨, 따스한 온정이 무엇인지 꼽씹어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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