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세계 - 혼자가 좋은 소설가와 둘이 좋은 에세이스트가 꿈꾸는 인간관계론
최정화 외 지음 / 니들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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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소설가.

사랑하는 고양이와 식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결혼생각이 없지만 있지도 않지만 지금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11-)

1980년생 에세이스트.

사랑하는 아내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어딘가 운명적인 짝은 있는 법.

제 인생은 아내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어요. (-13-)

난간이 있었을 때도 고야이라면 충분히 들어올 수 법한 곳이었다. 하지만 일절 그런 적 없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에도 수차례 여러 고양이들이 경계를 넘어 테라스로 들어온다. 고양이를 좋아해 사료를 챙겨 주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지고 싶거나 집사로 간택당하고 싶은 마음으 아이었기에 그들이 나의 영역으로 들어온게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잠시 쉬었다 가거나 밥을 달라는 식의 바벼운 퍼포머스가 전부인 고양이들이 그리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34-)

나는 냉장고 없이 산다. 사실 세탁기도 없이 살고, 에어컨도 없이 살고, 에어프라이어도 없이, 식기세척기도 없이 산다. 전자레인지는 언니가 쓰던 것을 버린다기에 가끔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저장음식은 말린 것이다. 건아로니아,건취나물, 건미역...음식은 수분을 제거하면 상하는 일 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 안에 햇볕과 바람과 시간이 들어 있어 맛있게 먹는다. 포장된 음식은 그게 뭐든 사지 않는다. 햄버거는 자주 먹는다.

냉장고가 없는 대신에 소음 없이 산다. 세탁기 없이 산다. 에어컨 없이,식기건조기 없이, 소음 없이 산다. 행주에 대해서는 애착을 갖고 있다. 커다랗고 희고 두툼한 면 행주를 사용하고 있다. (-117-)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어 버리자 갑자기 쓸쓸해졌다. 먼지는 물그릇을 엎고 나는 자고 , 편한 건 사실이지만 어쩐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좀 피곤하더라도 먼지가 무슨 얘길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들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먼지가 몇 번 물 그릇을 건드릴 때, 아직 물그릇을 엎기 전에 알아채고 먼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보았다. 먼지가 원한 건 단지 내 리액션이었기 때문에 먼지는 물그릇을 건드리는 행동을 멈췄다.

이제 먼지는 물그릇을 엎지 않고 끈다. (-166-)

1979년생 소설가 최정화, 1980년생 에세이스트 일이,두 사람은 만나서 결혼하게 된다. 인천 여자와 부산남자가 만나서, 한 권의 에세이가 탄생하게 된다. 부부로서 살아간다는 것, 비혼주의자에서 탈피하여,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답게 평화로운 일상을 보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었다.대한민국 특유의 훅 들어오는 오지랖 때문이다. 마치 비혼주의자는 죄를 지은 것 마냥 그들의 오지랖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비혼주의자가 결혼하여,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되, 엄격하게 살아가지 않는 빈틈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있다. 즉 주어진 삶에 대해서, 엄격함을 유지하지 않는 것,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지 않고, 최소한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만 유지한다면, 채우지 않고, 애써서 비우지 않는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두 부부에겐 없는 것이 냉장고가 없고,에어컨이 없으며, 식기건조기가 없으며, 에어프라이어가 없다. 전자레인지가 없다. 없으니 고칠 필요가 없고, 굳이 채우려 하지 않으며, 버릴 일이 줄어든다. 그리고 전기가 없으니 소음이 없다. 에너지 낭비가 줄어든다. 하루 하루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채워 나가면서, 건조한 음식으로 하루하루 음식으로 대체한다. 두 부부의 예민함을 애써서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된다. 소음을 제거하니 예민함만 남아 있다. 부부는 외식이 생각나면, 두 부부가 같이 밖으로 나와서 외식을 즐기며서, 불편함 삶을 살아가지만, 불편하지 않다. 최소한의 필요에 따라서 살아가며, 미니멀한 삶을 살아도, 자조석인 삶을 살아간다면, 소유하지 않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두 부분에겐 먼지가 있다. 두 사람의 행복이며, 기쁨이며,에피소드가 된다. 서로의 삶의 빈틈을 채워준느 생명,그 생명이 주는 따스함과 부드러움인 두 부부의 예민함을 조금씩 조금씩 덜어낼 수 있다.소음이 당연한 사회 ,공격적인 것, 소유가 당연한 삶에서 빠져나와 집착하지 않고, 연연하지 않은 삶을 충실히 할 수 있다. 소음이 없는 삶은 충돌과 반목, 다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평화로운 삶을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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