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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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텐슨 , 할보르는 이름이 '오스카 왕'인 돼지와 동료인 닐스 노인을 재수없게 혼동했을 뿐 살인자가 아니야. 닐스와 돼지를 같이 봤다면 너도 녀석이 지은 죄를 나무랄 수만은 없을 걸."

모르텐슨이 반박하려 들자, 벨프레드가 재발리 말을 이었다. (-24-)

닥터는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소들이 너무 빨랐다. 결국 소들에게 따라잡히고 만 그가 자전거 핸들을 놓고 모르텐승이 숨은 바위 뒤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전거의 비극적 최후를 목격했다.

황소는 뿔로 받기도 전에 무력하게 나가떨어지는 적을 보고 매우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듯, 자전거로 달려들더니 바퀴 깊이 뿔을 처박고, 머리 위로 들었다가 최대한 멀리 던졌다. (-95-)

벨프레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장에 있던 사향소 고기를 꺼냈다. 그래 맞아,약간의 현기증은 언제든 우릴 찾아올 수 있어.일찍 오냐 늦게 오냐의 차이만 있지. 한센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일찍 정신을 차리는 게 좋아.그러려면 종기를 터뜨려야 해."(-121-)

피오르두르가 뜨개질을 멈추었다. "멍청이, 왜 모든 게 논리적이어야 하지?" 그가 물었다."물론 죽은 사람의 그림자가 실ㅈ데한다고 믿는 대가리는 논리와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네가 틀린 건 아냐. 다들 머리가 나빠서 이해하지 못할 뿐이니까. 너두 신에 관해서는 황당무계한 소릴 지껄이잖아.알다시피 , 신도 논리적이지진 않아. 신학교에서 읽은 책들을 생각해봐. 그럼 내 말에 수긍이 갈테니까. 안 그래?" (-177-)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미스 마킨의 비행기를 본 사람은 이상하게도 두 명 뿐이었다. 처음으로 비행기를 본 사람은 게스 그레이브로 귀가 중이던 안톤이었다.그의 머리는 자유를 노래하는 위대한 시로 가득했다. 그는 구경꾼의 나라를 지나 스쿤망까지 멋진 여행을 했다. 그리고 겨우내 여우 가죽을 바람에 말리며 시로 헤르베르트에게 감동을 주려고 남쪽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232-)

1931년에 태어난 요른릴의 『북극 허풍담 』시리즈는 현재 다섯권이 출간되고 있으며, 그중 마지막 신간으로 나온 이야기 소설이 이 책이다. 오래전 읽었던 북유럽 소설 중에서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북유럽 인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툭이함과 자연 환경이 잘 나타나고 있었으며, 묘사와 은유 곳곳에 스며들곤 하였다. 이번 소설 『북극 허풍담』 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인구 5만 거대한 그린란드 땅에서,거대한 차가운 북쪽 땅을 무대로 하고 있는 이 소설에는 한국 사회에선 느껴지지 않는 여유로움과 고독과 죽음이 잘 묘사되고 있으며, 전혀 심각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고 있었다.

작가는 심각하지 않으며, 논리적이지 않으며, 여유와 유머가 살아있는 소설을 지향하고 있었다. 살인이 벌어지게 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심각하지 않다. 논리적이고, 따지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와 동떨어진 북유럽 특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죽음에 대해 관조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유머스러움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실없는 사람, 허풍쟁이가 그들의 문화코드에는 먹혀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덴마크인,그린란드인의 삶이 어떤지 상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죽음과 고독, 차가움이 몸으로 느껴지는 그곳에서는,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삶의 태도와 지헤를 고스란히 느껴졌다. 심각하지 않으면서, 서로에 대해서 배려하면서, 살아있는 사람은 죽음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며, 죽음의 이유조차 찾아내는 것이 무의미스러웠다. 우연히 일어난 죽음에 대해서, 심각해지지 말자. 그것이 서로 살아가는 독특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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